김장….
서민들에겐 겨울을 보내는데 가장 필요한 양식이 되는 것이 김장이다. 김장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우리 서민들에게는 배추김치와 동치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장 배추를 심어야 하는데 봉사자들의 일정을 보니 시기를 맞출 수가 없다. 농사는 모두가 제 시기가 있는 법인데 그 시기를 놓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장애인들과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시설 원장이 입만 살아있다. 내가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섬사람이었으니 농사와 어업도 제법 잘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에 든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잔소리만 해대는 입장이 되었다. 배추와 무를 심으려고 고추 대까지 모두 뽑아 버렸는데 낭패였다. 결국 배추와 무를 심는 것을 포기했다. 배추와 무를 많이 심어 김장을 2천포기까지 했던 날도 있었는데….
김장철이 다가왔다. 김장할 날까지 정해 놓고 봉사 올 분들을 파악했다. 성남 모란시장 근처에 있는 신흥성결교회에서 최승득 장로님이하 성도님들이 김장 봉사와 땔감 봉사를 오신단다. 감사했다. 배추를 구입하기로 했다. 지인을 통해 800원씩에 500포기를 구입하기로 했는데 업자의 말이 자주 바뀐다며 없던 걸로 하자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며칠 지나고 나니 시흥 은행동에 있는 은행교회 장성현 목사님이 배추를 구입했느냐 전화를 주셨다. 구입하기로 한 가격보다 더 싸게 구입하기로 했다. 김장 날짜에 맞춰 가져오기로 했는데 10일 먼저 싣고 오셨다. 평창 산지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모두 뽑았다고 하셨다. 창고에 쌓아 두었었다.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100여포기와 무 200개를 더 구입할 생각이었다. 김장 5일을 앞두고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배추를 공짜로 주신다는 분이 있는데 와서 뽑아가는 조건이란다. 감사하다고 했다. 수원 명문교회 이목사님이하 성도님들이 방문하셨다가 졸지에 배추와 무까지 뽑고 가는 수고를 해 주셨다. 시골에서 태양초 고추를 100근 구입해 놨다. 김장 레시피를 박영란 집사님께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교회 김장 레시피를 문자로 찍어 주신다.
12월 2일. 드디어 김장이 시작됐다. 배추를 절이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은행교회 장목사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목사님 부부 다섯 쌍과 장로님이 오셨다. 안산에서 강성흔 목사님과 이성수 목사님이 지원을 오시고, 민계화 집사와 김소영 집사가 미리 지원을 오셨다. 작년에 배추가 너무 짜게 절여졌다며 소금을 덜 넣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원래 횟집에 바닷물 대주는 분께 바닷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소금으로 절이기로 했다. 간수가 잘 빠진 2년 된 비금도 소금으로 절이니 배추가 맛있게 절여졌다. 배추를 절여 놓고 목사님들을 철수를 하셨다. 그 사이에 민집사와 김집사는 동치미를 담근다. 알맞은 크기의 무를 소금에 한 번씩 묻혀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놓는다. 소금물을 끓여서 식혀 놓고 홍갓과 쪽파도 준비 한다. 오후 4시가 되니 해마다 김장 지원을 오는 쿠앤쿠스 직원들이 도착하셨다. 우리 자오쉼터 회원인 은경자매가 인솔하여 왔다. 열심히 무채를 썰고 파를 다듬어 썰고, 홍갓도 썰어 잘 씻어 물기를 빼 놓는다. 명문교회 이목사님과 성도님들이 합류를 했다. 양파는 믹서에 갈아 놓는다.
북어 머리로 육수를 만들고 그 육수로 찹쌀 풀을 쑨다. 찹쌀 풀에 봄에 담가놨던 매실 엑기스를 넣는다. 명치 액젓과 까나리 액젓을 넣고, 생새우도 듬뿍 넣는다. 무채를 썰어 넣고, 쪽파와 홍갓, 대파를 넣고, 양파는 갈아서 넣는다. 태양초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잘 버무리면 훌륭한 김치속이 된다. 자정에 배추를 한 번 더 뒤집어 놓게 한다. 열심히 수고해 주는 쿠앤쿠스 직원들. 참으로 감사하다.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뒷정리까지 해 놓고 카페 게시판에 경과보고까지 올리고 나니 새벽 3시다. 그런데 무슨 소리가 들린다. 비오는 소리다. 아이고, 주여~~ 신음이 저절로 나온다. 다른 것은 걱정이 안 되는데 배추 씻는 분들이 비를 맞고 해야 할 상황이다. 강대상 아래 엎드렸다. 새벽 5시면 배추를 씻어야 하는데 그때는 비가 멈추게 해 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4시 30분에 세 사람이 차에 타고 비옷을 구하러 나갔다. 편의점이고 24시 마트고 낚시점이고 모두 비옷이 없다. 그냥 비를 맞고 하기로 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비가 멈추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다. 기도를 해 놓고도 비옷을 사러 나갔던 내 믿음을 보고 하나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에효~~
자는 분들을 깨웠다. 차에 시동을 켜 놓고 라이트로 조명을 밝힌다. 쿠앤쿠스 사장님이신 이 집사님이 도착했다. 명문교회 이목사님이 배추 씻는 일을 진두지휘해 주신다. 손수 열심히 해 주시니 다른 분들도 열심이다. 감사하게도 날씨가 춥지 않아 고생을 덜 한다. 배추를 네 번 씻어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장관이다. 750여 포기의 배추가 맛있게 절여져 있다. 그 사이에 동치미에 끓여서 식혀 놓았던 소금물을 붓고 홍갓과 쪽파를 넣어서 동치미 마무리를 해 놓는 민집사님. 다른 분들은 아침밥을 먹고 계속 배추를 씻는다. 성남에서 신흥교회 장로님 네 분과 성도님들이 오셨다. 30여분이 도착하니 왁자지껄 신난다. 남자 성도님들은 땔감을 하러 나가고 여자 성도님들은 배추를 버무리기 시작한다.
먼저 소록도 한센병력자들게 보낼 김치부터 버무려 담으라고 했다. 그 다음에는 개척교회에 보낼 김치를 담으라고 했다. 소록도에 450포기와 개척교회에 150포기 보낼 것이 끝나고 우리 자오쉼터 김치를 버무리게 했다. 한참을 버무리다가 양념이 부족하단다. 박영란 집사님의 지혜가 빛난다. 남아 있는 밥을 믹서로 갈아 풀을 만든다. 남아 있는 재료로 양념을 만들어 배추를 버무린다. 그래도 양념이 부족하자 박영란 집사님은 남아 있는 배추는 소금을 더 뿌려서 땅에 묻자고 하신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곁에 계시던 집사님이 이해를 못하겠단다. 먼저 자기들 먹을 것부터 챙긴 후에 다른 사람들 것 챙기는 것 아니냐고 한다. 이해가 안 되도 나는 17년 나눔 사역하며 그렇게 해 왔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존경한단다. ^_^*
귤이 간식으로 나오고 군고구마가 간식으로 나온다. 수육이 삶아지고 생굴이 배추 속과 함께 준비된다. 주방에선 신흥교회 권사님들이 분주하시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간다. 김치를 다 담그고 청소까지 한 다음에 점심상을 받았다. 푸짐하다. 식사를 마친 후 쿠앤쿠스 팀이 철수를 하고, 신흥교회 팀은 남아서 땔감 작업을 마저 해 주신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니 예배당 한구석에는 소록도에 싣고 갈 김치와 택배로 보낼 김치가 푸짐하게 남아 있었다. 이렇게 2011년 자오쉼터 김장이 끝났다.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첫댓글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다시한번 그날의 일들이 기억나는데요.ㅎ
힘들었지만 보랍찬 2일 이었어요^^^
수고하셨어요 건강하세요
그리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