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필휘지(一筆揮之)
임보
한 편의 영화를 만들려면
같은 장면을 수십 번 촬영해서
그 중 최선의 것들만을 골라 짜깁기한다
하나의 음반을 만드는데도
수백 번 같은 노래를 불러
그 중 최선의 소리 마디를 골라 짜깁기한다
유화 같은 그림도 수십 번의 붓이
덧칠을 하며 만들어내고
시도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게 되니
이것들도 짜깁기의 사촌인 셈이다
그러나 서예나 문인화에는
일필휘지라는 것이 있지 않는가?
붓 한 번으로 기개(氣槪)를 심어가는
그 통쾌한 멋스러움이라니!
노래나 시도
즉흥으로 토해내던
그 육성(肉聲)의 시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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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 / 임보
운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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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3
17.11.14 08:5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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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은 인사동 입구의 조형물.
그게 시의 3 대요소중 꾸밈이 아닌가요,,,ㅎㅎ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시에도 일필휘지 - 거친 신선함이 좋을 수도 있지요. 그렇다고 퇴고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러나 지나친 퇴고는 인공적으로 다듬은 인위적 정원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시의 즉흥적인 흥취를 살리고 싶어 하는 말일 뿐--퇴고를 게을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일필휘지의 경지에 오르신것 아니신가요.
서예도 신출내기가 공모전에 출품하려면 50장은 써야 하나를 건질 수있다고 하더군요.
내가 쓰는 글씨는 글씨라 할 것도 못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