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자연 발효식 화장실 시스템 (김현수/귀농통문)

[나무지기]

자연 발효식 화장실 시스템	김현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연구부

자연 발효식 화장실 시스템이란 분뇨 및 유기폐기물을 박테리아를 이용해 변기의 내·외부에서 자연 발효시켜 토양으로 환원시키는, 생태적 관점에서 닫힌 순환 고리를 갖는 이상적인 처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구성과 기능, 생태적인 효과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훈데르트 바써(F. Hundertwasser)가 쓴 한편의 시에 잘 나타나 있다. 더불어 이 시에는 건축가이자 문명비평가인 훈데르트바써의 기지와 해학 그리고 시대정신이 배어 있어 한번쯤 차분히 음미해 볼만하다.

'똥이 황금이 되다.'

똥이 흙으로 바뀌고,

지붕 위에 올려져 초원으로,

숲의 정원으로 변한다.

그렇게 점점 충만해진다.

변화의 체계는 닫혀있다.

더 이상 쓰레기는 없다.

환경이 건강해진다.

내가 미국식 수세식 변기를

사용할 때면 언제나,

자동차를 탈 때나 비행기를 탈 때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수세식 변기란

우리 문명이 파놓은

가장 위험스런

함정 중의 하나다.

얼마의 똥과 오줌을 씻어 내리기 위한

잘 정수된 음용수의 엄청난 낭비.

1kg의 가치있는 자원이

지하수, 샘, 강, 호수와 바다를

오염시키는 50kg의

유해 물질로 그렇게 변한다.

생명자원을 그저 씻어 내림으로써

착취는 배가된다.

토양이 황폐화한다.

화학비료가 대안일 수 없다.

수세식 변기: 1,000g의 똥이

50,000g의 유해한 오물이 된다.

발효식 변기: 1,000g의 똥이

50g의 천연자원-황금이 된다.

내가 쓸데없이 (자연에) 똥을 선물해서

환경을 오염시켜야만 하는가?

기꺼이 나는 이것으로

황금을 만들고자 한다.

하나의 발효식 변기 속에서 똥과 부엌쓰레기가

원래의 부피와 무게의 5%에 불과한

천연자원으로 응축된다.

물 사용, 배관, 병원균, 전염병확산,

쓰레기 수거, 냄새, 똥오줌 제거,

화학 약품과 무관하며, 저렴하고

정화시설을 줄여주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퇴비로 재창조된다.

단지 커다란 통 하나에

구멍이 두 개 뚫린 판자. 투입을 위한 구멍하나,

배기를 위한 다른 구멍하나,

공기가 유입되는 덮개, 난로용 연통하나,

작은 램프나 열원, 공기, 습기, 그리고 부식 박테리아가

그 시작을 위해 필요할 뿐이다.

스웨덴에는 많은 발효식 변기들이 있다: 클리부스(Clivus),

물토아(Mull-Toa), 물뱅크(Mullb nk), 물트럼(Multrum) 등등.

이들은, 전자동이며 위생당국에서

검증 받아 추천되는 나의 것 보다

더욱 현대적이며,

그리고 사람들이 이것을 살 수 있다.

F. 훈데르트바써(Friedensreich Hundertwasser), 빈에서 1975.

자연 발효식 화장실 시스템은 규모와 운영 방식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분뇨와 음식쓰레기를 함께 발효시키는 대용량 화장실 시스템

시스템 내부에서 뷴뇨를 발효시키는 소용량 화장실 시스템

시스템 외부에서 분뇨를 발효시키는 소용량 화장실 시스템

그러나 발효식 화장실 시스템은 주어진 조건과 용량에 따라 다르게 구성해야 한다. 특히 투입하는 분뇨 및 유기 폐기물의 양과 질적 특성 그리고 거주자의 생활 양식도 전체 시스템을 구성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한 번 만들어 볼 만한 발효식 화장실로는 위에서 훈데르트바써가 말한 크리부스-물트럼(Clivus-Multrum) 유형의 하나인 테라노바(TerraNova)가 있다. 발효식 화장실 시스템 중에서 세라믹 변기를 도입한 세계 최초 모델인 테라노바는, 분뇨와 음식쓰레기를 함께 처리하는 대용량 시스템으로 도시형 모델로 적합하다.

TerraNova의 구성

대용량 화장실 시스템의 단점은 시스템의 구성에 전문 기술력이 있어야 하고 경비가 많이 든다는 점,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다. 현재 유사한 시스템이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으나 보급이 활발하지 못한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기술 수준과 현실을 고려할 때, 특히 농촌의 생활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것은 소용량 시스템이다. 이것은 별다른 기술을 요하지 않고, 분뇨를 퇴비화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니까 만들어 볼 만 하다. 예를 들면 다음 그림과 같은 사뷔 바이오콤(Sawi biocom)을 들 수 있다. 그림에는 배기 시스템이 없는 모델을 소개했지만, 건축 과정에서 악취를 방지하는 배기통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분뇨 제거통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로 사용자의 노력과 바람직한 생활양식이 요구된다. 그런데, 최근 축산 오폐수를 생물학적으로 처리하는 생명활성수(BMW) 공법이 성공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처리수를 사용하면 냄새 제거와 발효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Sawi biocom 변기 / Sawi biocom 오물 제거통

발효식 화장실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주말 농장과 같이 사용 횟수가 적고, 텃밭이 있는 경우에는 왼쪽 그림과 같은비토가르텐(BITO-Garten)이 좋다.

발효화장실 대중화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기술과 소재의 부족이다. 그러나 발효식 화장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 대안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충만하면, 새로운 시스템은 훌륭하게 그 몫을 해 낼 것이다.

기술은 책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필요에 대한 인식, 도전하려는 용기는 우리의 가슴속에 있다. "똥이 밥이다".

출처 : 귀농통문 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