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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28 03:01
26일 밤 9시 20분쯤 한국-우루과이의 월드컵 16강전을 앞두고 우중(雨中) 응원이 한창이던 서울 광장. 광장에 모인 6만5000여명의 환호를 받으며 인기그룹 '클론'의 강원래씨(41)가 휠체어를 탄 채 무대에 올랐다.
'발로 차' '월드컵 송' 등 응원가를 격정적으로 부르는 그의 주위엔 늘씬한 백댄서 대신 키 1m11㎝의 저신장 장애인 나용희씨,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이윤선씨 등이 둘러서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선천성 청각장애인 김희화씨는 소리를 못 듣지만 대신 진동을 감지하는 뛰어난 능력으로 장단에 맞춰 율동을 했다. 인기 절정을 구가하던 지난 2000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강원래씨가 2년 전 출범시킨 장애인 공연 기업 '꿍따리 유랑단'의 동료들이었다.
강씨는 "일자리야말로 장애인을 꿈꾸게 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우리('꿍따리 유랑단')는 '프로 정신'으로 무장하고 제대로 경쟁해 더 많은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꿍따리 유랑단'은 장애인이 공연단의 주연 배우가 돼 소년원 방문이나 대형 할인매장 등 기업들의 고객 초청 공연행사에 참여해, "장애인들이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느냐"는 체험담 상황극을 상연하는 장애인 공연 기업이다.
"장애인을 만나 너의 '꿈'을 얘기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다시 태어나면…'이란 전제를 답니다. 장애인을 사회와 격리시켜 놓고 '도와줄게'라고 할 게 아니라 함께 일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강씨는 자신이 장애인이 된 후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생겼다고 했다. 어느 소년원에 특강을 하러 갔는데 "제발 정신 차려라. 난 너희처럼 불법을 일삼는 사람들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해 평생 불구자가 됐다"고 호소했더니 청중석이 눈물바다가 됐다고 했다. 자신의 장애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지금 꿍따리 유랑단을 만들어 작지만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강씨는 "장애로 잃은 게 있지만 얻게 된 능력도 있다"면서 "문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장애로 잃은 것만 생각하지, 그로 인해 얻은 능력에는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장애인의 장점을 볼 수 있는 눈도 생겼다"고도 했다. 그는 "깜짝 놀랄 수준의 노래 실력이나 연주 실력을 갖춘 장애인도 많은데, 이들은 노래나 연주가 유일한 친구였기에 더욱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라며 "사회적 편견 속에서 엄청난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았는데도, 우리 사회가 '당신은 장애인'이라고 치부한다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장애가 없는 사람 중에서도 머리가 나쁘거나, 노래·춤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신 다른 것을 잘하기 때문에 먹고 살아가지 않습니까. 장애인의 장애만 보지 말고 그들이 가진 장점과 능력도 함께 봐주세요."
강씨는 "법에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장애인을 2.3% 이상)이 정해져 있지만 안 지키고 벌금으로 때우는 기업과 기관이 대부분"이라며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 지금의 제도나 법부터 제대로 지켜달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톨 게이트 징수원은 휠체어 탄 장애인도 할 수 있고, 콜센터 직원은 시각 장애인도 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 정책' 따로, '장애인 일자리 정책' 따로 접근하지 말고 처음부터 장애인을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능력은 큰 차이가 없는데도 장애인이란 이유로 혜택을 주는 것도, 차별을 두는 것도 모두 다 싫다고 그는 말했다.
강씨는 장애인 구직자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불쌍하니까 그냥 일자리 달라'는 식이어선 안 된다"면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키워 프로(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짐이 섞인 주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