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도사리(2012-107호)≫
≪ 롱펠로우의 「인생 예찬」≫
슬픈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지 마라.
인생은 다만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잠든 영혼은 죽은 것이니 만물은 겉 모양 그대로는 아니다.
인생은 진실이다,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인생의 종말이 될 수는 없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인생이 가야할 곳,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며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살아가는
그것이 인생이다.예술은 길고 세월은 빨리 간다.
우리의 심장은 튼튼하고 용감하지만
싸맨 북소리처럼 둔탁하게 무덤으로 가는 장송곡을 치고 있구나
세상은 드넓은 싸움터, 인생의 노영에서 길을 잃고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
언제나 싸움에 승리하는 영웅이 되라.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마라. 죽은 과거는 그대로 묻어 버려라.
행동하라,살 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안에는 마음이
위에는 하느님이 있다.
위인들의 생애는 우리를 깨우친다.
우리도 장엄한 인생을 이룰 수 있느니
우리가 지나간 시간의 모래 위에 발자국은 님길 수 있다.
그 발자국은 훗날 다른 이가 인생의 장엄한 바다를 건너다가
조난당해 버려진 형제의 눈에 띄어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일어나 일하자! 어떤 운명에도 굴하지 않을 용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이루고 도전하면서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자.
ㅡ롱펠로우ㅡ
◐ 주저리주저리 ◑
이 롱펠로우의 「인생 예찬」은
한 45년 전에, 국민학교 교사 부임지에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르쳐준 시(詩)이다.
솜털 보스스한 햇병아리 교사가 말이다.
그때 그 녀석들이 제대로 알아듣기나 했겠는가?
당사자인 나도 잘 모르는데…….
한 46년만에, 그때 제자가 전화를 했다.
지금도 그때 내가 가르쳐준
롱펠로우의 「인생 예찬」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그 말은 들은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아, 이게 가난한 교사의 보람이구나!’
42년을 평교사를 한 나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부(富)?, 명예(名譽)?, 권력(權力)? ???
“우리가 지나간 시간의 모래 위에 발자국은 님길 수 있다.
그 발자국은 훗날 다른 이가 인생의 장엄한 바다를 건너다가조난당해 버려진 형제의 눈에 띄어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장엄한 바다, 거대한 발자국?
그런 말은 나에게 사치스런 구절이다.
그저 아주 자그만 발자국이,
바람이나 파도에 금방 휩쓸려갈 그런 자국일지라도…
지금 생각을 해보면
그때, 아이들을 가르칠 때나,
지금, 다문화 이주민 여성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나
‘아주아주 쥐꼬리만한 열정(熱情 passion)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기야 그때는 쥐뿔도 모르면서 말이다.
오늘도 다문화센터 고갯길을 가르칠 자료를 든 가방을 메고
헐떡거리고 가고 있는데,
뒤에서 느닷없이
“선생니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다보니
우리 반 베트남 아주 젊은 아줌마 ‘웬티 탐과 황인’이 뛰어 온다.
나는 다시 42년간의 교사 시절로 돌아간다.
‘황엔’은 아들이 열이 많이 나서 병원에 가야한다고 문자메시지가 왔다.
즉시 답장 메시지를 날린다.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요. 보릿물을 많이 먹이고”
황엔 아들은 몸이 아파서 걱정이 된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시작을 연다.
흔히 들 그랜다.
교육은 입력(入力 Input)은 알 수 있으나
출력(出力 Output)은 잘 알 수 없다.
내가 가르쳤던 일들이
그 녀석을 통해 45년 만에 출력되는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고(故) 장영희 교수는 그랬다.
‘감동을 자주 먹어야 오래 산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