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보다 멍청한 짓은 없다.
’ H기업에 강의하러 갔을 때 그 기업의 CEO에게 들은 말이다.
원래는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라고 한다.
CEO는 불필요한 일은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일을 하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하
지 않아도 되는 일을 야근까지 하면서 열심히 하는 것처럼 허망한 건 없을 것이다.
코칭을 10년 넘게 하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을 두세 번 정도 코칭해보면 그 사람이 롱런할지 단명할지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다.
얼마나 바쁜지 물어보면 된다.
롱런하는 사람들은 바쁘지 않다고 대답하는 반면에 단명하는 사람들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바쁘다고 대답한다.
바쁜 걸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자신이 시간관리를 잘 못하고 있고, 업무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홍보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효과적으로 한다?
신임 팀장들을 코칭하기에 앞서 상사를 인터뷰 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신임 팀장들에게 한결같이 주문하는 게 있다.
‘바쁘지 말고, 크게 보라’는 것이다.
정신 못 차리게 바쁜 사람을 보면 언제 무슨 사고를 낼지 위태롭고 불안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유능한 사람들은 여유롭다.
그들의 특징은 호시우보(虎視牛步)다.
눈은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걸음은 황소처럼 느릿하게 한다.
그들은 결코 허둥대지 않는다.
항상 생각하면서 행동한다.
치밀하면서도 결코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듬직하다.
어떤 일을 맡겨도 잘해낸다.
S팀장은 승진한 후에 큰 과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매일 야근을 밥 먹듯이 했지만 항상 꼴찌를 면치 못했던 자신의 팀을 최우수 팀으로
만든 비결을 소개했다.
“팀원들에게 불필요한 일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저의 주문은 간단했습니다.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생각한 후에,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면 그 일을 없애버리고, 그 시간에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꼭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 이게 바로 우리 팀의 비결
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팀장을 만난 적이 있다.
팀원들을 인터뷰 했다.
직원들이 말했다.
“저희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과 다릅니다.
저희들은 단지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사실은 이랬다.
팀장은 임원이 어떤 지시를 하면 자신은 살펴보지도 않고 그대로 팀원들에게 전달했다.
그저 중간전달자 역할만 했다.
그렇다 보니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고, 직원들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 후로 팀원들은 팀장이 일을 시키면 일단 미루는 습관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 안해도 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말했다.
“저희들도 일에 대한 열정이 있습니다.
다만 쓸데없는 일, 불필요한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뿐입니다.”
N그룹의 임원이 말했다.
“리더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됩니다.
일이 잘 되게 해야지, 자기가 잘나 보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은 모든 걸 직접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리더 혼자 바쁘고 팀원들은 빈둥거리게 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건지 물었다.
“어떤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자신이 꼭 해야 하는 건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과감하게 위임해야 합니다.
직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게 저의 비결입니다.”
구성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리더의 임무다.
리더는 목표를 공유하고, 구성원들의 노력을 한 방향으로 결집하여, 조직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리더는 자신이 결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성과를 통해 자신의 성과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모든 걸 직접 해결하려고 하고, 자신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바쁜 게 일을 잘하는 거라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은 바쁜데 구성원들은 한가하다.
오래 전의 일이다.
S기업 부사장을 코칭하던 중에 그 기업의 팀장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부사장이 말했다.
“코치님, 우리 팀장들에게 절대로 바쁘면 안 된다고 강조해주십시오.
어떤 팀을 보면 팀장은 죽어라고 바쁜데 팀원들은 빈둥거립니다. 이건 팀장이 무능한
겁니다.”
공무원의 숫자는 업무량의 증가와는 관계없이 계속 증가한다는 파킨슨의 법칙처럼,
리더가 바쁘면 직원의 숫자가 증가한다.
리더 자신이 바쁘기 때문에 조직 전체에 인원이 부족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리더는 매일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오늘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진 않았는가?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하진 않았는가?’
그리고 또 물어야 한다.
‘나는 직원들을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하진
않았는가? 일이 잘 되게 하기보다 자신이 더 잘 나게 보이려고 하진 않았는가?’
바쁘다는 것의 함정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꼰대 테스트’란 걸 본적이 있다.
테스트 항목 중에 일을 시키면서 ‘일단 묻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하면 꼰대에 해당한다
고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그냥 꼰대가 아니라 무능력한 꼰대다.
부하 직원의 질문에 몰라서 대답을 못한다면 무능력한 거고, 알면서도 설명해주지 않는
다면 부하 직원을 무능하게 만드는 거다.
직원들은 자신의 일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될 때 일의 보람을 느낀다.
일을 더 잘하고 싶어지고, 실제로 더 잘하게 된다.
일방적으로 시키는 게 아니라, 일의 목적과 의미를 알려줘야 하는 이유다.
실행 방법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고, 구체적인 실행은 직원이 스스로 하게 하는 게
최상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동기부여 방법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돌이켜 보자.
만약 당신이 정신없이 바쁘다면, 당신은 지금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구성원들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는 부하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3자의 눈으로 자신을 살펴보자.
혹시 바쁜 게 열심히 하는 거고, 바쁜 게 일을 잘 하는 거라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있지는
않는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처럼 허망한 건 없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