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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인] 김선우 시인 “일상의 혁명? 독하게 행복해지겠다는 각오!” -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내 에너지의 기원은 ‘사람들, 그 관계 속에 있는 사랑과 우정’ ”
우리가 마음이 어떻다고 헤아리듯, 그녀는 잠잠이 몸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시로 쓰는 시인이다. 그 소리에 따라 삶을 꾸려가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김선우 시인은 촛불, 두리반, 희망버스, 강정마을 등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아픔에 적극 동참하고, ‘함께’라는 연대의 꽃을 피워내며 2011년을 보냈다. 5년 만에 출간된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속에 그 경험의 체온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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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단 온몸으로 반응을 한 다음에야 시가 나오는 것 같아요. 죽을 것처럼 행복해,
이렇게 경험한 다음에 그 느낌이 몸의 어딘가에 씨앗을 내려서, 천천히 발아되는 것 같아요. 정말 분노해서, 철철 울고 난 다음에야 어떤 것이
몸의 밭에 씨앗이 떨어져서 그것이 시로 발아되는 것 같아요. 온몸으로 행복했거나, 슬퍼했거나 울었거나 정말 좋았거나. 이런 시간성이 몸의
경험으로 지나간 다음이어야 그것이 시의 씨앗이 되는, 그런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김선우 시인의 시는 몸의 언어다. 몸의 감각이 빚어내, 본인도 모르게 낳는 언어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여전히 그곳에서 시를 쓰고 삶을 꾸려가는 시인은, 그러한 감각을 어린 시절부터 가까이 있는 자연에서 체득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시를 써온 셈이다.
“언제나 몸이 먼저
반응하고, 가슴이 먼저 쿵쿵거려요. 부모한테 사랑받으려고 애교 떠는 일은 재미없어했지만, 혼자 나무 밑에 앉아 나무랑 얘기하고 노는 건
좋아했어요. 바닷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저 바다 밑에는 뭐가 있을까? 수평선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상상하면서, 자연이 주는 다채로운 감각을
일찍부터 접했어요. 햇볕이 부서지고, 파도 소리가 들릴 때, 눈을 딱 감으면 내가 바다 되는 것 같은 느낌! 요정이 날아다니듯 내 몸이 공기
속을 날 수 있을 것 같은 상상들이 자연스럽게 몸으로 습득됐어요.”
1996년 등단.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2012),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2007), (2003)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2000) 네 권의 시집과 『캔들 플라워』(2010), 『나는 춤이다』(2008) 두 권의 소설집,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2011), 『물 밑에 달이 열릴 때』(2002) 두 권의 에세이 집을 몸으로 써냈다.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 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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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작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에서 그녀가 보여준 강렬하고 풍요로운 여성의 이미지는 구체적인 몸의 언어를 빌어 독자들에게
닿았다. 은밀함을 풍요로움으로 치환시켜, 내 몸이 가장 예쁠 때를 아는 여성의 발랄하고 아름다운 고백에 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우리가 마음이 어떻다고 헤아리듯, 그녀는 잠잠이 몸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시로 쓰는 시인이다.
그 소리에 따라 삶을 꾸려가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김선우 시인은 촛불, 두리반, 희망버스, 강정마을 등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아픔에 적극
동참하고, ‘함께’라는 연대의 꽃을 피워내며 2011년을 보냈다. 5년 만에 출간된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속에 그 경험의 체온이 담겨 있다.
여성의 몸으로 빚어낸 상상력, 그 속에 응축된 생명력은 어떤 대상과 접속해도 그 본질을 흐리지
않는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날카로운 일들을 한껏 껴안은 시집이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가. 시인은 이 시집을 ‘처절하고 명랑한 연애시집’이라고 불렀다. 시 속에서도, 작가와의 만남에서도 그 에너지와 사랑이 물씬했다. 그 에너지와
사랑의 정체, 기원이 궁금했다. 시인은 “사람들, 그 관계 속에
있는 사랑과 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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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 신을 만들 시간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다 가녀린 떨림들이 서로의 요람이 되었다 구해야 할 것은 모두 안에 있었다 뜨거운 심장을 구근으로 묻은 철골 크레인 세상 모든 종교의 구도행은 아마도 맨 끝 회랑에 이르러 우리가 서로의 신이 되는 길 흔들리는 계절들의 성장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 사랑합니다 그 길밖에 마른 옥수숫대 끝에 말개를 펴고 앉은 가벼운 한 주검을 그대의 손길이 쓰다듬고 간 후에 알았다 세상 모든 돈을 끌어모으면 여기 이 잠자리 한마리 만들어 낼 수 있나요? 옥수수밭을 지나온 바람이 크레인 위에서 함께 속삭였다 돈으로 여기 이 방울토마토꽃 한 송이 피울 수 있나요? 오래 흔들린 풀들의 향기가 지평선을 글어당기며 그윽해졌다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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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마음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곧 소설집이 나온다고 들었어요. 소설 쓰기가 작가님에게 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나 봅니다.
“소설은 쓸수록 매력 있고, 쓸수록 더 잘 쓸 것 같아요. 가공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광활한 무대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써도 써도 만족이 안 되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웃음) 수백 수천 가지 길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서 쓰는 거라서, 항상 다른 길에 대한 욕망이 남는 장르가 소설인 것 같아요. 반면 시는 독자들에게 내놓는 게 항상 최선이에요. 내 마음의 최선인 상태에서 내보내지는 거거든요. 두 손 두 발 든 상태인 거죠.”
시는 낳고, 소설은 열심히 쓰는 글이로군요.(웃음) 5년 만에 시집이 나왔습니다. 5년 동안 소설로, 칼럼으로 작가님 소식을 듣기도 했어요. 희망버스 관련 기사에도 여러 번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고요.(웃음) 작년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싸우고 사랑하고 살았던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작년에 했던 일 중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했던 일이 있죠. 희망버스. 김진숙, 그녀가 살아 내려올 수 있게 작은 힘을 보탰다는 것. 최고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읽은 독자들과 함께 희망버스를 타기도 했어요. 마음은 그렇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선하고 행복한
에너지와 친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그런 책을 찾게 되고, 함께 아이 컨텍하고 나면, 오, 저도 그 버스, 같이 타고 싶어요! 이렇게 움직이는
것 같아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일부러 뭘 하려 애쓰지 않아도요. 이런 것들이 적당한 쉼과 조화롭게 어울렸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희망버스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이것은 아니다’는 마음이었죠. 작가는 누가 뭐하자고 금방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아프리카 TV로 영도 조선소에 용역들이 들어가서 부딪치는 영상을 봤어요. 사실, 부산을 가고 싶은 마음은 항상 굴뚝같았으나, 너무 멀어서 정말 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 영상을 보고 꼭 가야겠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보인 것들이 심장을 마구 두드리고 뛰게 할 때, 거기에 따라 가는 거죠.”
목련 꽃술 들여다보다 내가 말한다 근사하다! 너의 그곳 같아 목련 꽃을 들여다보다 네가 말한다 근사하다! 너의 그곳 같아 근사한 바람…… 젖빛 목련…… 흔들린다…… 통째로…… 흔들린다…… 나무 연꽃에 닿는 바람 물고기 반짝이는 은빛 물결 일으킨다 그대에게 가닿는 모든 것이 근사하다! 단 하나의 터럭도 빠짐없이 근사하다. (「첫 번째 임종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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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일상의 감수성을
깨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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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는 동안, 시 속에 담겨 있는 뭉텅이의 감정들이 와락 안겼다. ‘와, 이거 되게 좋았나 보다.’ ‘와, 되게 사랑했나 보다.’ ‘와, 되게 외로웠나 보다.’ 하는 식으로(웃음) 특히 표제작의 시가 그랬어요. 표제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라는 시의 부제는 ‘2011년을 기억함’입니다.
“김진숙 씨를 보면서, 사람이 정말 아름다워지는 순간을 자주 봤어요. 평범한 보통의 시민들이 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어떤 이익을 염두에 두지도 않고, 오로지 누군가의 아픔에 연대하러, 도움이 되기 위해 움직인 거잖아요. 놀라운 역사였다고 생각해요. 정말
아름다운 서사시를 보는 것 같아서, 그 현장에 있을 때는 그것에 대해 쓰겠다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사건이 잘 마무리되고, 긴 겨울이
지나가는 어느 날 밤에 내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를 쓰고 있었어요. ‘시를 써야지’하고 쓴 게 아니라, 그저 뭔가 쓰고 싶은
마음에 적기 시작했는데, 매우 긴 시를 밤새 쓰고 있더라고요.(웃음) 맨 마지막에 쓴 시였고, 표제작이 됐어요. 갑자기 나온
시죠.”
이전에 「언제나 혁명은 긴급하다」라는 칼럼을 보고 조세희 작가에게 소설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얘기가 떠올랐어요. 작가님이 제목에서 호명한 혁명은 어떤 것인가요?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근본적으로 혁명적인 것 같아요. 살아서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이 대단히 혁명적이라는 걸 우리가
놓치고 잊어버려서 삶이 단조로워지는 것 같아요. 일상의 권태는 굉장히 힘이 세요. 글을 쓰고 살아가지만, 저 역시 언제나 내 삶이 권태와
무기력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항상 있거든요. 그건 엄청난 손해잖아요. 거기에 맞서 끊임없이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내기로 선택했어요. 그런
게 일상의 혁명이고 미적 혁명이죠. 미적 감수성이 깨어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혁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하게 미학적인 맥락에서의
혁명이죠.
내가 행복해지는 일을 만들어내고, 친구들하고 즐기는 일. 이런 일들이 희망버스였고, 구럼비에 내려가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매일 경찰력의 폭력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어떻게 버티겠어요. 매일 자기혁명을 하고 있는 거죠. 그 와중에도 즐거운 일을 찾아내고,
따뜻한 어떤 연대가 주는 행복감, 충만감을 찾아내면서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성숙시키고 키우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작은
성취로도 세상을 다 얻은 양 기뻐하고, 재미있는 일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모여서 우리 삶을 찬란하게 하는 것 같아요. 이런 가치들을 사소하다고
치부해버리면 행복해지기 정말 어렵죠.”
최근에는 어떤 재미있는 일을 했나요?
“틈만 나면 파티를 하죠. 시집도 나왔고, 서로 축하할 일이 많아요.(웃음) 강정마을 뉴스 때문에 매일매일 소화불량이 생기지만, 그걸 나쁜 상황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친구들과 궁리하고 있어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 진짜 이상한 나라야, 살기 싫어, 이렇게 생각해버릴 수도 있지만, 어차피 그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불평만 하다가는 지쳐요. 어떻게 상황을 역전시킬까? 더 독하게 행복해지겠다! 이렇게 지내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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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사건들- 희망버스, 죽음, 달동네, 전쟁 등-은 날카로운 것들인데, 어떻게 이렇게 사랑 충만한 시로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그 동력은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이었군요.
“나 혼자 비분강개하다가 상황이 하나도 변하지 않으면, 정말 지치게 되거든요.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가꿔야 해요.
마흔 되니까 진짜로 알겠어요. 사람에게서 힘이 오는 것 같아. 사실 20대에는 다 필요 없었어요. 나만 있었어요. 끊임없이 깨지고 깨지는 경험을
겪으면서, 진짜 내 편, 창조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내 편을 찾게 되는 거죠. 이미 주어진 관계, 핏줄로 이어진 관계가 정말 예쁘게 진화할
수도 있지만, 그 관계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연배를 아우르고, 생각과 감성코드가 맞아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는 확산, 기쁨! 이런 것들이 인생을 충만하게 만드는 데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친구들과 함께라면, 소소한 일상의 실천이 굉장히 쉬워지고,
뭔가 실천했을 때 얻게 되는 그 행복감이 훨씬 커지죠. 다 연결된 것 같아요. 20대 그렇게 살았던 내가 30대가 되고, 그러다 보니 지금
40대의 내 모습이 놓여있는 것 같아요. 50대의 내 모습은 어떻게 될지 굉장히 기대가 되요.”
내 안에
시심(詩心),
나를 궁극적으로 자극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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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개중 ‘사생어른’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더라고요. 어른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는데, 사랑이 확대되니 주변을 더 보게 된 걸까 싶었어요.
“시집을 두고 여러 가지 얘기를 하는데, ‘사생어른이라는 말이 발명되었다.’고.(웃음) 제가 늙는 것인지, 쓸 때에는
이것이 나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냥 그 순간에 그렇게 쓸 수밖에 없어서 나온 시인데. 세상에 나온 것이 여러 의미를 획득해가는
과정인 거죠. 나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어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할까.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 삶의 방향과 삶의 넓이가
확대되다 보니까 보이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편협한 사랑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편협함이 굉장히 광대해지고 있는 시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사생아이들과 사생어른들이 동시에 같이 보이는 거예요. 그들의 쓸쓸함, 그들의 사랑, 그들의 방황이 같이 보이게 되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와 있어요.”
출가해 수행자가 되면 내게 오는 모든 이를 사랑해야 할 텐데 마흔, 나는 이제 세상에 이해 못할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그 모두를 사랑할 자신은 없어서 편협한 사랑이 용서되는 시인으로 남기로 한다 사라질 수목원의 정문 위에 붉은 공기방울을 찍어 비문을 쓰면서; 여기까지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려왔지만 여기서부터 나는 시속 1센티미터로 사라질 테다 (「마흔」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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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언어를 발명하는 사람일까요?
“저는 시인이라는 자의식으로 발명할 수 있는 언어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지는 좋은데 그런 의지가 빛을 발하는
시기는 청년의 시기인 것 같아요. 10대 말, 20대 초에는 육체의 감각 자체가 세상을 향해 물이 오르고 피어 오르죠. 그때 매우 혁명적인
언어가 나올 수 있는 시기에요. 그 시기에는 정말 시인처럼, 랭보처럼. ‘나 천재야.’라고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르면서, 세상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와도 좋겠다고 살아도 좋다고 생각해요.
‘오로지 나야.’라는 창조적인 오만함이 그대로 아주 아름다울 수 있는 시기가 딱 그때인
것 같아. 모든 방종과 타락과 오만 모든 것이 유일하게 허락이 되는 시기. 아름다운 방식으로 확산할 수 있게 허락되는 시기. 그 아름다운
시기에, 찬란한 시기에 정말로 무기력하게 살면 너무너무 손해 보는 거예요. 그 시기를 지나고 나면 사람이 변해야 되요. 지나고 나서도 내가
시인으로 세상의 중심이다. 이렇게 살면 인생이 곤란해지는 거죠. 시기마다 무게 중심이 최선의 방향으로 움직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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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잘 낳으려면 어떤 몸을 유지해야 하나요?
“자기 속의 시심(詩心)이 뭔지 들여다보는 게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첫 번째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시집을 많이 읽어야죠. 그러다 보면 내 속에 어떤 것들이 자극돼요. 시를 쓰는 법을 배우려는 게 아니라, 나를 발견하기 위해 읽는 거예요.
좋은 입문서, 철학서를 읽는 것도 마찬가지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깨달을 수 있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거예요. 좋은 것들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겨야 내 속의 좋은 것들을 발견하는 힘이 생기거든요. 내가 시로 낼 수 있는 자기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시를 읽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 편식하면 안 돼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내가 의식하는 것보다, 내 의식의 배후에 있는 무의식이 훨씬 더 많이
나를 만들어요. 내가 이 시인을 좋아한다 싫어한다는 규정 자체가 우리의 성숙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세상에 널린 모든 시집이 문청들에게,
문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색깔이 다 다른 보석들이에요. 내 취향이 이거라고 하기엔, 우리 안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안타까운 거죠. 계산이 안 되는 세계에서 무엇이 나를 궁극적으로 자극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내꺼]라는 시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가님이 가진 것 중, ‘내꺼 중에 최고’는 무엇인가요?(웃음)
“사랑과 우정, 그리고 끊임없이 샘솟는 쓰기에 대한 열정. 무척 행복해요. 지금 불교신문에서 <세 개의 달>이라고 원효에 관한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데, 이 연재가 끝나면 바로 쓰고 싶은 게 또 있어요.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갈 수 있게 힘을 주는 것은 사랑과 우정일 것이고, 매 순간 충만하다는 느낌이 글 쓰는 에너지로 전이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매년 쓰다 보면, 60이 될 때까지도 다 못쓰겠다.(웃음) 퍽 좋은 느낌이에요.”
출처 : http://ch.yes24.com/Article/View/19449#?Ccode=000_004_007
첫댓글 내꺼 / 김선우
젊은 여자 개그맨이 TV에서 연애시절 받은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니꺼가]
세 음절의 그 말을 힘주어 읽은 후 어깨를 편다 젊은 남자 가수가
노래를 한다 밥을 먹다가 나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멍해진다
'내꺼 중에 최고'가 노래 제목이다 내꺼 중에 최고…
보채는 당신에게 나는 끝내 이 말을 해주지 않는다
[누구꺼? 당신꺼 내꺼]
이 모든 소유격에 숨어 있는 마음의 그림자 노동,
그게 싫어, 라고 말하려다 관둔다 내가 좀더 현명하다면
[당신꺼]라고 편안히 말해줄 수도 있을 텐데
여인을 업어 강을 건네준 후 여인을 잊어버린 구도자의 자유자재처럼
모두에게 속하고 어디에도 영원히 속할 수 없는
말이야 천만번 못 하겠는가 내 마음이 당신을 이리 사랑하는데
그런데도 나는 [당신꺼]라고 말하지 않는다
햇살을 곰곰이 빗기면서 매일 다시 생각해도
당신이 어떻게 내 것인가 햇살이 공기가 대지가 어떻게,
내 것이 아닌 당신을 나는 오 늘 도 다 만 사 랑 한 다…
-시집<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