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우화
임보
옛날 어느 마을에 한 부잣집이 있었는데
그 집의 맏아들이 골목대장 불량배였다
긴 칼을 허리에 차고 거들먹거리며
온 동네를 주름잡고 다녔다
어느 집에 가서는 담장이 높다며
안이 다 들여다보이도록 낮추라고 을렀고
또 어느 집에 가서는 수레가 너무 많으니
통행세를 내야 한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아니꼽다고 수근거렸지만
힘이 없으니 맞서지도 못하고 기죽어 지냈다
그런데,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한 깡돌이가
어느 날 화덕을 만들어 풀무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웃사람들이 뭘 하려는가 물으니
자기도 칼을 벼려 칼과 맞서겠노라 했다
골목대장 칼잡이가 깡돌이를 보고 노발대발했다
그만두지 않으며 불을 질러 버리겠다고 겁박했다
너는 칼을 가지면서 왜 나는 못 갖게 하는가?
너도 버리면 나도 안 만들겠다! 깡돌이가 대들었다
깡패 칼잡이가 어찌 들을 리가 있겠는가?
칼을 휘두르며 끓어오르는 화덕을 무너뜨리자
깡돌이가 부젓가락으로
칼잡이의 눈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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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작금의 강대국들 하는 노릇이 그 칼잡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북과 미국이로군요...
무심천이 역시 수준 높은 독자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