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 朴正根
-개인의 완성에 대한 중국철학적 접근-
2. 副題에 대한 반성
(3) 존재하지 않는 나[無我]
석가釋迦의 가르침 중에서 그 근본으로 삼는 것이 삼법인설三法印說이다.
그리고 삼법인 중의 하나가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이다.
불교철학 전공자가 아닌 나로서는 다만 제법무아인의 사전적 설명만 제시하며,
불교적 관점에서도 역시 '개인의 완성'이란 말이
그 말을 통해 의미하려는 것을 표현하기에는 적절치 못함을 지적하는 정도로 만족하려 한다.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
만유의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긴 것이어서 실로 자아自我인 실체가 없거늘,
사람들은 아我에 집착하는 그릇된 견해를 일으키므로,
이를 없애기 위하여 무아無我라고 말하는 것.
{불교사전}에서 인용한 위의 설명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이룬 것 같다.
이에 대해 우리는 일반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을 말한 사람이 있고,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라고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붙이고자 한다.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우선 다음과 같이 답할 수 있다:
"그 말뜻을 이해한 사람은 더 이상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라고.
왜냐하면, '제법무아諸法無我'란 말이 의미하는 바에 의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왜냐하면,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적어도 '제법무아'란 말은 남게 마련이고,
'제법무아'란 말이 남아 있다면,
그 말을 한 사람은 있어야 하므로.
그러나,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제법무아'란 말은 말이면서 침묵이기 때문이다.
'제법무아'란 말은 그 침묵을 들어야 그 말이 비로소 들리는 말이고,
그와 동시에 침묵만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전설傳說에 의하면 석가釋迦는 태어나자마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天上天下唯我獨尊.]
이 말은 앞에서 인용한 '제법무아'란 말과 서로 부딪치는 것 같이 들린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선, '제법무아'란 말이 말이요, 침묵이라고 했다.
침묵은 어느 무엇과 부딪칠 수가 없다.
더 나아가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란 말이 또한 침묵이다.
왜냐하면, 이 말은 말하는 자가 곧 듣는 자인 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말은 나와 남, 나아가서 나와 나 아닌 것의 경계가 무너진 사람(?)의 말이다.
그러므로, 이 말을 제대로 듣는 사람(?)은 곧 이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듣는 사람도 들음도 사라진다.
물론, 말하는 사람도, 말함도 사라지고, 오직 장엄한 침묵만 있다.
그리고, 그 침묵 안에는 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담겨 있다.
지금까지 '개인個人의 완성完成'이란 말이
적어도 중국철학적 관점에서는
그 말을 통해서 전해야 하는 의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살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에서 어울리지 않는 말을 부제副題로 쓴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그런 말을 무심히 쓰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반성의 기회를 갖자는 의도에서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제 우리들은 '개인의 완성'이란 말을
중국철학의 범위내에서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설령 그 말을 쓴다 하더라도
그 말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넘어서 그 말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완성'이란 말을 통해서 우리가 다다르는 곳은
개인 저 너머에 있는 완성이 없는 '삶의 흐름'이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