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도사리(2012-146호)≫
♨ 밥퍼즐 ♨
- 유안진의 시 -
태어나는 곳에 따라
눈썹이고, 수염이고, 머리카락이고, 터럭이듯이
태어나는 장소에 따라
임금님께는 수라이고
어르신께는 진지이고
하인에게는 입시
귀신에게의 메가 되고
군식구에게는 눈칫밥이 되는
밥! 밥! 밥은
국물 없이 먹으면 깡다짐이고
반찬 없이 먹으면 맨밥이고
손바닥에 눌리면 깡개나 누렁지. 솥훓기나 가마치이고
먹다 남긴 밥은 대궁밥이고
김매기나 밭일에 집에서 가져오면 기승밥이지만
끼니 사이에 먹으면 새참이 되고
밤에 놀다가 입이 궁금해서 먹으면 밤참이다가
제사상에 오르면 메가 되었다가도
기제사(忌祭祀) 뒤에 나눠 먹으면 제삿밥이 되지만
제사도 없이 젯밥처럼 비벼먹으면 헛제밥이 된다
밥 없이는 어떤 반찬도 제 맛을 못 낸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잘 차렸어도 밥이 있어야 진수성찬이다
맵고 짜고 시고 써도 밥맛으로 중화된다
먹는다고 하면 밥 먹는다는 뜻이니
식사란 시작도 마무리도 밥이 있게 마련이다
밥은 어머니이고 아내이기 때문에
밥은 집에서 먹어야 밥맛이 난다
외식이 좋다해도 자칫하면 목구멍은 포도청도 되니까
- 이상 유안진의 시 -
밥 없으면 반찬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반찬이 없이 먹으면 맨밥 먹는다고 하지만, 맨반찬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예로부터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밥은 바로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줄 놓으면 죽는 것이다.
그러니 밥은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