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시게 친구 : 서산대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踏雪野中去 /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 불수호난행
눈덮힌 광야를 가는 이여,
아무쪼록 어지럽게 걷지마라.
今日我行蹟 /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 수작후인정
오늘 그대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萬國都城如蟻매 / 만국도성여의매
千家豪傑若醯鷄 / 천가호걸약혜계
만국의 서울은 개미집과 같고
장안의 호걸들은 쉬파리만 같구나
一窓明月淸虛枕 / 일창명월청허침
無限松風韻不齊 / 무한송풍운불제
달 밝은 창가에 맑은바람 베고누우니
끝없이 부는 바람소리 가락이 애닯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