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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그대로냐고요? 아니오, 더 튼튼해졌죠” 새생명나눔회 경남본부 |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문화는 외국에 비하면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는 전체 인구의 10~30%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1% 수준을 겨우 넘어서고 있다. 올 2월 현재 도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는 3만3324명으로 도내 인구의 약 1% 수준으로, 전국 평균 1.4%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본지는 장기기증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고 모두가 더불어 살기 위한 나눔 문화에 대해 살펴봤다.
새생명나눔회 경남본부 회원들./성민건기자/
“콩팥 하나로 맺어진 가족보다 끈끈한 관계죠. 장기기증 문화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비영리 목적의 수많은 사회 단체들이 있지만 이보다 더 나눔 정신을 잘 실천하는 모임이 있을까. ‘새생명나눔회’. 이름 그대로 생명을 나누는 이들의 모임이다. 지난 18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의 사무실에서 새생명나눔회 경남본부 회원들을 만나 생명나눔을 실천하게 된 사연을 들어봤다. 새생명나눔회는 장기를 기증한 자와 기증받은 자들의 모임으로, 경남본부는 지난 1998년 발족 후 지난 2006년 재창설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51명으로 대부분 신장 이식으로 맺어진 사람들이다. 이날 김영길(69·마산합포구 산호동) 경남본부 회장 등 5명의 회원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목사인 김 회장은 지난 1997년 설교 중 쓰러져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1년간 복막투석을 했다. 그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운이 좋아 신장을 기증받고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고 했다. 김 회장은 “기증 받은 회원들 모두 평생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받은 만큼 환우들을 위해 평생 봉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994년 신장을 이식 받은 노기택(44·마산합포구 상남동)씨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노씨는 “내가 고통을 느낀 만큼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을 위해 꾸준히 봉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새생명나눔회 경남본부 회장을 맡다 전국 회장을 맡고 있는 강태선(54·고성군 구만면) 목사는 기증 문화도 전파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2003년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을 접한 후 신장 이식을 결심했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강 목사는 “정상인의 신장 이식은 의학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없지만 사람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특히 아내의 반대가 심했지만 가족들을 설득해 신장 이식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반대했던 그의 아내도 지난 2008년 신장 기증에 동참했다. 그는 “나의 건강을 줄곧 지켜보던 아내도 신장을 기증하게 됐다”며 “기증 후 더 충실해지고 사명감이 생겼다. 생활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최재열(60·함안군 칠원면) 목사도 기증 후 삶의 변화에 대해 한마디 거들었다. 지난 1997년에 신장을 기증한 그는 “동료 목사의 장기기증 소식에 영향을 받아 기증하게 됐다”며 “장기를 기증한 후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고 긍정적으로 변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신장을 기증한 정수영(53·마산회원구 내서읍)씨는 이식 대기자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만성신부전증 환자였던 아내를 5년간 병수발했던 그는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해주려 했으나 조직검사 결과 맞지 않았다”라며 “기증자가 나오지 않아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아내는 마침내 신장을 이식받게 됐고 정씨도 ‘교환이식’을 통해 누군가에게 신장을 이식해줬다. 교환이식은 가족이나 친지 등 기증자가 있더라도 조직 불일치 등의 이유로 수술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기증을 공유하는 방법이다. 회원들은 장기 기증 후 지인들이 ‘건강이 나빠지지 않았냐’고 묻곤 하는데 ‘그것은 정말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강 목사는 “기증자들 중에 마라톤 코스를 수십 회 완주한 회원들도 있을 정도로 다들 건강하다”며 “장기기증을 하고 나면 건강에 큰 손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회원들은 매월 친목모임을 갖고 성금 모금 등 만성신부전증 환자를 위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김용훈기자
장기이식 결연사업과 장기기증의 필요성 등 홍보를 펼치고 있는 이광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부산경남지부 사무국장은 ‘장기기증에 대한 선입견’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는 “장기기증 등록을 권유하면 대부분 무섭고 두렵다고 한다”며 “당장 살아 있을 때 무엇인가를 줘야 한다는 막연한 오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신장 등 생존 시 기증도 있지만 대부분의 장기기증은 사후 기증이다”며 “삶을 다하고 떠날 때 더 이상 필요 없는 각막만 기증해도 2명의 시각장애인이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기증 등록자라 하더라도 실제 장기기증으로 이어지기 힘든 점도 지적했다. 본인이 장기기증에 동의했어도 사망 시 유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기증 등록자가 사망해 장기기증이 실천돼야 할 순간에 가족들이 거부하는 경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라며 “고인의 소중한 나눔 실천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 뒷받침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 사무국장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은 생전에 장기기증을 거부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장기기증자가 되는 옵트아웃제를 법률적으로 정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오는 6월부터 장기기증자에 대한 가족 동의를 2인에서 1인으로 축소시키는 등 장기이식 관련법이 개정돼 과거보다 원활한 장기기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