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2015.10) 서울 서대문구 아현감리교회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
교회 새 변화를 위한 500인 대화마당’행사장. 마이크 앞에 선 벽안의 선교사가 또렷한
한국어로 발표를 이어갔다.
- 한국 교회내 교파주의, 배타주의 팽배
이 토론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내가 꿈꾸는 교회’를 주제로 마련한 행사. 세속화, 배타주의,
권력추구 등에 자성을 촉구하는 발표가 이어졌지만, 신학교육과 목회의 근본 한계를 겨눈 그의 질문
에 좌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 묵직한 질문을 던진 주인공은 독일 출신의 말테 리노 루터대 신학박사 출신 교수(목사)이다.
독일에 유학 중이던 아내(한정애 협성대 신학과 교수)의 모국을 이해하기 위해 5년 계획으로 찾
은 한국에서 23년째 지내고 있다.
기독교 한국 루터회 선교사로서 대학에서 예배학, 실천신학 등을 가르쳤고 목회도 하며 한국 교회
의 우여곡절을 지켜봤다.
대낯에 한국 개신교 민낮을 보다
말테 리노 루터대 교수는 긴시긴 동안 관찰 했던 한국교회에 대하여 결론적으로 언급했다.
"한국 교회가 교파주의, 배타주의를 버리지 못하면
종교개혁 500주년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 한국생활 23년.. 말테 리노 루터대 교수 -
독일 출신 마르틴 루터(1483∼1546)의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을 앞두고 한국 교회가 분주해진
만큼 그를 찾는 이도 부쩍 많아졌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국루터회 총회에서 만난 그는 “미국식 개신
교의 영향을 크게 받은 한국 교회는 무속신앙, 유교 등과 만나 지나친 토착화를 겪은 점이 안타깝다”
며 “종교개혁 500주년이 한국교회가 신앙 본질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국 개신교의 이미지는 지금 최악상태
“한국 개신교의 이미지는 지금 최악이다. 늘 안타까웠다. 제가 겪은 대부분의 목사들은 늘
최선을 다하고 성서를 중시하는 훌륭한 분들이다. 문제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돈과 역
량을 지나치게 휘두르고, 정치와 권력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분들만 주로 언론에
나오니까,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그간 봐온 한국교회는 너무 미국식
“지나치게 미국식 개신교가 들어온 점이 문제다. 찬송가만 해도 성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느린 호흡의 유럽식 찬송은 적다. 미국식 열광주의적 찬송, 감동주의적 찬송이 주를 이룬다.
성서 내용 자체보다는 주님에 대한 사랑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건 아니지만 치우
는 것은 좋지 않다.”
-한국 교회는 돈을 신으로 여김 ( 이기적 자본주의화)
“교회가 자본주의와 가까운 점도 미국식이다. 크리스천은 이기주의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주의도 의심해야 하고, 돈을 위험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돈을 거의 신으로 본다. 내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축복이 필요
하다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고급 신은 돈이고, 하나님이 하급 신이 된다. 지혜로운 개인주의나
똑똑한 이기주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교회에 와서 돈, 성공을 바란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죄인으로 사형당하셨는데 왜 교회에서 성공을 찾나.”
-한국교회는 한국식 무속신앙과 또다른 결합형식
“목사를 철학적 계몽주의자가 아닌 강한 영적 지도자로 이해하는 모습은 미국적 개신교가
한국의 무속신앙 등과 만난 결과다. 성서 내용이나 설교 그 자체가 신의 말씀이라고 믿는다.
무당이 말하는 것을 그 자체로 신의 말씀으로 듣는 것과 유사하다.
예배 때 ‘오늘 설교하실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 전하도록 도와주시옵소서’하는데
듣는 하나님에게 목사님을 높이는 식이다. 이상하지 않나. 유교 문화 때문에 크리스천으로
서의 정체성도 많이 상실됐다.”
-한국교회는 무조건 신도수가 많은 것만이 제일(신도수가 기준척도)
“우리는 형제 자매라는 것이 기독교 정신인데도 위에 있는 자에게 진리가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기복사상 영향으로 교인을 많이 모으는 목사를 높이보기도 한다. 한 회의에서 젊은
목사가 좋은 의견을 냈는데, 한 대형 교회 목사가 이를 저지하며 ‘당신 교회 교인이 몇이냐’
고 반말로 묻더라. ‘한 80명 된다’고 답하니 ‘나는 5,000명’이라며 논쟁을 끝냈다.
이런 양적인 진리 개념이 통하고 이게 교회를 어렵게 한다. 성서는 이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예수님도 어려운 진리를 말씀하셔서 마지막엔 제자들이 배신도 하고 많이 떠나지 않았나.”
-앞으로의 어떻게 개선방향.
“성서의 본질과 신학의 핵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후년 종교개혁 500주년은
한국 교회에도 아주 좋은 기회다. 지금 축제를 준비할 때가 아니라 교파 교단을 초월한 대화를
해야 한다. 종교개혁의 의미와 교회의 현 주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파주의, 배타주의를
버리지 못하면 500주년은 의미가 없다.”
한국일보|201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