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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나이, 살아온 환경 등에 따라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늘 의견 충돌이 잦고, 어설픈 대처로 주변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연애에 기술이 필요하듯,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공문선 씨를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는 소통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1 남녀 차이를 알아야 대화가 풀린다
남자와 여자는 얼마나 다를까? 대화를 하다 서로 오해가 쌓이면 마찰음을 내기 쉽다. 오해를 풀고 원만하게 대화를 이끌려면 먼저 성차(性差)를 인정하고 볼 일이다. 그래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흔히 남녀관계는 개와 고양이의 관계에 비유해요. 개는 반갑다는 뜻으로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오지만, 고양이는 상대를 공격할 때 꼬리를 흔드는 습성이 있죠. 그래서 개가 꼬리를 치면 고양이는 이를 공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긴장해요. 같은 행동을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자극에 대해서도 남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남자가 시각적인 자극에 민감한 반면, 여자는 청각적인 자극을 선호한다. 남자들은 길을 가다가도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를 보면 본능적으로 흘긋거리고, 여자들은 이런 남자친구를 ‘늑대’라고 쏘아붙이며 혀를 끌끌 찬다. 하지만 시각적 자극에 민감한 남자와 달리 여자들은 전화를 하면서 친구와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또 남자는 목적의식이 강해서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대화 시 주제가 집중돼 있고,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는 걸 싫어한다. 남자가 터널 안을 달리는 승용차처럼 한 줄기 빛을 향해 곧장 나아간다면, 여자의 욕망은 한 곳에서 솟아올라 사방으로 흩어지는 분수를 닮았다. 쇼핑, 드라마, 연애, 음식, 육아…. 잠깐 사이에 화제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남자들은 이런 대화를 시간 낭비로 여기며 지루해한다.
“한 번에 하나씩 얘기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네. 대체 뭐 땜에 그래?” 간밤에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 일을 두고 남편이 추궁을 받는다. 아내는 범인을 취조하는 형사가 되어 낱낱이 밝히려 든다. “어디서 누구랑 마셨어? 2차를 간 게 몇 시야? 정말 그 친구랑 있었어?” 이런 질문들은 뻔한 의심을 담고 있다. 그러면 남편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핑계를 대거나, 자존심을 꺾기 싫어 강하게 부정하면서 달려든다. “지금 날 의심해?”
이런 유의 싸움은 남녀의 성차를 알고 대처하면 쉽게 피할 수 있다. 되도록이면 질문을 덜 할 것! 꼬치꼬치 과정을 따지지 말 것! 귀가가 늦은 남편에게는 전화보다 문자가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명심할 것.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쪽지에 적어 주머니에 넣거나 편지를 쓰자. 또 부탁을 할 때는 명령보다는 권유하듯 말하자. 상하 관계에 익숙한 남자들은 집에서도 서열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TV 그만 보고 청소기로 거실 좀 밀어!”와 “여보, 청소기로 거실 좀 밀어주면 안 돼요?”는 어감에서 하늘과 땅 차이고 효과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냥한 부탁에 이어 ‘고맙다’는 표현을 미리 하는 것이 좋다. 틀림없이 남편은 칭찬에 대한 보상을 하려고 들 것이다. 내 의견에 대한 ‘동조’를 구하지 말고, 상대로 하여금 ‘의견’을 말하게 할 것! 남녀의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면 집안이 평온해진다.
2 진심을 드러내기 & 진심인 척하기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말이 아니다. 표정이나 몸짓 같은 보디랭귀지가 55%, 그 다음은 목소리가 38%, 마지막으로 말하는 내용이 7%로 조사됐다. 말의 내용보다는 인상이나 몸짓, 목소리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상식을 깨는 조사 결과는 이외에도 많다. 우리가 살면서 진심을 말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하루 평균 7%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적 수치로 나와 있다. 그저 귀에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 사는 경우가 93%나 되는 것이다. 이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누구나 안정된 인간관계를 갈망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진심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길 때가 많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어요. 실직이나 이혼, 사별처럼 힘든 일을 겪은 친구를 보면 위로를 하려고 해요. 사실 어설픈 위로나 충고만큼 나쁜 게 없죠. 당사자가 아니면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렵잖아요. 진심을 담아서 한 말이 꼭 그대로 전해지리란 법도 없고요. 잘못을 지적하거나 충고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절대로 금해야 해요. 그보다는 예전에 잘 했던 점이나 좋았던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그때를 생각해봐. 너, 정말 잘 이겨냈잖아.’ 이런 말들이 힘이 됩니다.”
정말 힘든 일을 겪을 땐 누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Be there!’ 옆에 가서 머물러라! 가장 강력한 말은 행동에서 나오고,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 진심이 전해진다. 하지만, 늘 경청하고 침묵하는 게 옳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같이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이 또한 소통의 중요한 일면이다.
노래방에 가면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 같이 어울리기보다는 자기가 부를 노래를 찾아 번호를 입력하기 바쁜 사람이 있는 반면, 탬버린을 흔들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 있다. 호응은 긍정적인 반응을 뜻한다. 누군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정말?”, “그래?”, “바로 그거야!” 하는 식으로 호응하면 공감대가 생긴다. 때로는 노홍철이 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면 더 바랄 나위가 없고, 그런 척하는 것이라 해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3 어려운 부탁 지혜롭게 거절하기
살다보면 이런저런 부탁을 받게 된다. 이럴 때 잘못 대처하면 오랫동안 쌓아온 관계가 한순간에 틀어지기도 한다. 상대를 배려하면서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은 없을까? 여기에는 감정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먼저 감정적인 대응은 3F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좋다. 3F는 Feel, Felt, Found를 말한다. 이는 보험컨설팅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먼저 Feel은 말 그대로 공감을 뜻한다. 화재 현장을 취재하러 간 기자가 소방관을 보고 처음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불이 났냐?”가 아니라 “정말 수고가 많습니다”라는 격려여야 한다. 이는 토크쇼 진행자로 유명한 래리 킹이 한 말이다. 두 번째 Felt는 감정의 동조를 뜻한다. “오죽하면 날 찾아왔겠니?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이는 상대의 처지를 십분 이해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Found는 ‘내 감정도 이해해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보통 부탁을 받으면 Found, 즉 내 처지나 결론부터 먼저 말하는 경향이 있다. 3F의 순서를 명심해야 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심정적인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기술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여기서 핵심은 시간 벌기에 있다. “지금은 곤란해. 월급날이면 또 모를까.” 섣불리 이렇게 말했다가 저쪽에서 월급날을 묻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또 체면상 바로 부탁을 들어주면 상대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가 있다. 내가 힘들게 내린 결정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응하는 편이 낫다.
부탁을 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결론 내리지는 말자. “지금 바빠서 그런데, 내가 좀 있다 다시 전화할게.” 이렇게 사정을 말하고 전화를 끊은 뒤 여유를 갖고 대처하자. 그 사이에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서 일을 해결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친한 친구라서 딱히 거절하기 힘들면 최대한 성의를 보이는 것이 좋다. “미안해.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안 돼.” 이런 정중한 대응이 꼭 필요하다.
첫댓글 칭찬과 거절하는 방법..참 어려운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