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찬불가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아니 솔직히 가까이 접해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쩌면 막상 떠올려 보라는 말에 이름조차 생소한 국악기나 찬불가요 혹은 간간이 들어 본 찬불동요가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 록 음악으로 붓다를 외치는 한 젊은 의사가 있어 화제다.
서울의 합정동에서 이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내과의 이진호 씨. 하얀 가운이 잘 어울리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의사지만, 이미
두 장의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해 온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 씨가 밴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흥미로운 점은 초발심을 얻게 된 때도 그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본성을 찾는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그린 십우도를 본 것이 계기가 되어 보이지 않는 깨달음에 궁금증이 일었다는 그는, 인간이 수행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깨달음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면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해부학도로서 항상 직접 보고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던 그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진리를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리하여 독하게 마음을 먹고 방과 후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 두 시간씩 꼬박 명상을 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의 부모가 보고는 기겁을 했지만, 누구도 이 씨의 결심을 막지 못했다. 그렇게 몇 달간을 계속하다 보니 단전에서부터 기가 올라와 머리끝이 열리면서 시공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육체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인도에 가서 명상 수행을 했고, 화계사에 다니며 불법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2005년, ‘야소다라’라는 이름으로 그는 세상에 또 다른 명함을 내밀었다.
이미 대학 시절 동명의 ‘야소다라’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지만, 찬불가를 담은 것은 다시 돌아온 ‘야소다라’를 통해서다. 작년 겨울 <붓다를 외치다(Screaming Buddha)>라는 미니 앨범을 시작으로 올 3월에는 1집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선석사 산사음악회를 비롯하여, 부산 범어사, 속초 신흥사, 화계사 산사음악회에 섰고, 지난 5월에는 <붓다콘서트> 무대와 심곡암 산사음악회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는데, 감상을 물으니 그의 얼굴에는 금세 즐거운 미소가 번진다.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그 음악을 듣고 감동하며 자신을 찾아오기도 하는 관객이 있어 감사하다고. 직접 부산에서 야소다라의 음악을 듣고 자신을 보러 온 스님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음악을 들어 보면 평소 음악을 즐겨 만드는 그의 섬세한 감각과 함께 포근하게 세상을 어우르는 불심이 노래마다 정성껏 묻어 있어, 금세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전작인 미니 앨범에는 우주와 하나 된다는 참선을 비롯하여 구도심, 화두에 관한 메시지 등이 잔잔한 발라드 속에 세련되게 녹아 있으며, 보사노바 재즈풍의 「보왕삼매론」은 결혼식 축가로 불리거나 음악 치료를 위한 명상 음악으로 들려주기도 한단다. 이런 전작과 달리 1집 앨범은 비교적 불교 색채가 덜 드러나기는 하나, 「평화의 노래」를 통해 들려주는 종교 간 화합에 관한 이야기로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왜 찬불가를 만들어 부르냐는 말에 그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저 듣기에만 좋은 연주 음악을 떠나서 그 안에 우리 생을 이끌 만한 좋은 내용을 담고 싶을 뿐이라는 것. 명상이 사람을 정화시키듯, 좋은 메시지가 담긴 음악 또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음악만을 들려주는 것을 떠나 진실한 메시지를 통해 나를 먼저 돌아보고 또 서로 돌아보게 만들어 서로 행복한 삶에 대해 즐거운 고민을 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한 실천으로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이요, 다른 이들 또한 그의 음악 안에서 행복하게 해 주니, 어쩌면 그가 짓는 음악 하나하나가 모두에게 복을 짓는 일이 아닐까.
살면서 후회할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진호 씨. 자기 생각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다스리겠다고 다짐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야소다라로 노래하는 일이 너무나 즐겁다는 그는 그래서 행복한 불자이다. <취재·정리|최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