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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2차 동굴 생성물이 발달한 붉은 지하궁전
천연기념물 제226호인 ‘초당굴’은 강원 삼척시 근덕면 금계리 산 380번지에 있다. 7번 국도 하맹방에서 서쪽으로 약 4㎞에 자리잡고 있는 이 동굴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역 주민들도 동굴 인근 하천의 하류에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민물김이 자생하고 있다는 점만 겨우 알고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수중동굴과 연결되어 있는 자연동굴로 학술적 가치가 높아 아직까지 미개방 동굴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소한굴과 초당굴이 연결되는 지점.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동굴의 입구는 해발고도 150m의 백두대간 자락에 있다. 석회암 동굴로 다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수직과 수평의 기복이 반복되는 다층적 수직동굴로 내부엔 종유석과 석순, 석주 등 다양한 동굴 2차 생성물이 발달돼 있다. 또 동굴수의 흐름에 따라 크고 작은 연못들이 연이어 있다. 이 연못들은 주변의 동굴 생성물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초당굴엔 붉은빛의 동굴 2차 생성물들이 많다. 이로 인해 붉은 지하궁전이란 별칭도 얻게 됐다. 특히 2000년 (사)한국동굴연구소가 인근의 소한굴샘에 대한 수중탐사를 실시, 초당굴과 이 동굴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동굴 입구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철책보호장치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초당굴의 역사와 유래
1662년 삼척부사를 지낸 허목 선생이 저술한 ‘척주지’에 초당굴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초당굴과 소한굴이 연결돼 있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으나 삼척 지역주민들은 조선시대부터 이들 굴을 1개의 동굴로 여겨왔다고 말한다. 척주지엔 소한굴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돼 있다. 허목 선생은 척주지를 통해 ‘소한연(蘇瀚淵)에는 옛날에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유석 표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휴석.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척주지엔 ‘삼태산(三台山)에서 발원한 냇물이 20여 리를 북쪽으로 흐르다가 노곡(蘆谷)을 지나면서 15리를 땅 속으로 스며 흐르는데, 맹방(孟方) 석두(石竇)에 이르러 냇물이 다시 땅 위로 올라와 흐르기 시작하면서 바로 깊은 소를 이룬다’고 적혀있다. 이 소가 바로 ‘소한연’이라는 것이다. 이후 ‘이 물이 넘쳐흘러 큰 하천이 되어 아래로 흐르다 덕산(德山)에 이르러 바다에 들어가는데 석두를 따라 큰 횃불을 들고 깊숙이 들어가면 유석(流石)의 괴상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여기서 종유석이 생산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기록을 볼 때 소한굴의 최초 발견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미 주민 여러 명이 동굴 내부를 살펴봤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한굴 인근에 위치한 초당굴도 당시 주민들에게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당굴은 근덕면 금계리 초당골에 위치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1966년 6월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초당굴은 이후 동굴탐험가와 일부 학자들의 조사를 거쳐 1970년 9월 17일 천연기념물 제226호로 지정됐다.
초당굴 내부에 발달한 유석과 종유석.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
초당굴 내부에 발달한 종유석과 커튼.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
웅장한 동굴의 형태, 규모 및 특성
초당굴은 강원도내에 주로 분포하는 하부 고생대 조선누층군 풍촌석회암층 내에 발달돼 있다. 초당굴에서 북동쪽 125m 떨어진 해발 90m 지점엔 서로 연결돼 있는 소한굴 입구가 자리잡고 있다. 소한굴은 다량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는 수중동굴이다. 초당굴은 상구인 상단굴, 소한굴은 하구인 하단굴에 해당하는 셈이다.
초당굴 내부의 훼손된 커튼형 종유석.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초당굴은 수직굴과 경사굴, 수평굴로 구성된 다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또 최하부의 지하 수로는 매우 많은 양의 지하수를 배출하는 소한굴과 연결되어 있다. 높이 1m, 너비 약 2m의 초당굴 입구에 들어서면 6m 가량 수직으로 하강하는 통로를 만나게 된다. 이후 약 20~45도의 경사진 바닥을 내려가면 비교적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2개의 광장이 동서로 연결된 곳에서는 테라스와 물이 흐르는 계곡과 함께 낙반이 쌓여 있다. 초당굴의 총 연장은 605.5m다. 주굴의 길이가 379.5m, 지굴이 226m다. 초당굴이 길이 135m의 소한굴과 연결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총 연장은 740.5m에 달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초당굴엔 지하수가 매우 활발히 흐르고 있는 ‘활굴’에 해당되는 수로굴이 있다. 수로굴로부터 소한굴로 연결되는 구간엔 동굴수가 동굴을 채우고 흐르며, 중층부에선 천장으로부터 물이 떨어지면서 각종 동굴생성물이 생성되고 있다.
반면 동굴이 수직으로 발달하면서 지하수면이 하강함에 따라 상층부는 점차 ‘사굴’로 변화되고 있다.
결국 동굴의 초기 성장단계로부터 노화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학계에서 초당동굴을 매우 흥미로운 동굴로 여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초당굴 내부에 발달한 커튼.<(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
휴석 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동굴팝콘.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
태고의 신비 간직한 다양한 동굴생성물 발달
초당굴 내부에는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휴석, 동굴산호, 커튼 등 다양한 종류의 동굴생성물이 발달하고 있다. 초당굴의 최상부층인 주굴은 전체적으로 동굴수의 유입이 매우 적어 현재 동굴생성물이 생성되고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 상태다. 우기 때 공급되는 동굴수에 의해 동굴생성물이 부분적으로 성장할 뿐이다. 전체적으론 동굴생성물이 노화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곳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석, 종유석, 석순 및 석주 위에는 동굴산호가 성장하거나, 간헐적으로 유입되는 토사로 인해 점토층이 쌓여가고 있다.
휴석 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석주.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반면 중층부는 많은 동굴수가 공급되면서 종유석, 석순, 커튼, 유석 및 휴석 등의 동굴 생성물이 매우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하층 수로굴 상류 구간은 동굴생성물 발달이 극히 미약해 대부분 모암으로 되어 있다. 초당굴 입구에서 들어가 처음 만나게 되는 제 1광장 중앙에는 대형 유석이 성장해 있다. 광장 우측 끝 부분에는 대형 석순과 종유석, 유석이 발달해 있고, 좌측엔 종유관과 베이컨시스트가 성장해 있다. 이곳에서 20도 가량의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석순군락이 5m의 수직벽면을 따라 성장하고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지점의 천장 부분에는 종유석과 3개의 용식공이 관찰된다. 또 용식공에서 흘러나온 동굴수에 의해 성장한 유석과 베이컨시트, 동굴산호와 곡석 등이 조화를 이뤄 비경을 연출한다.
초당굴 내부에 발달한 대형 휴석.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동굴 내부 곳곳에 천장으로부터 떨어진 물에 의해 형성된 높이 10m 가량의 대형석주가 발달돼 있어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이밖에 동굴 바닥이나 약한 경사면을 따라 흐르는 동굴수가 만들어 놓은 갈색의 휴석과 휴석소 등이 발달돼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동굴 내부 환경 및 희귀한 동굴 생물
초당굴의 내부온도는 섭씨 11~14도 정도로 일정하다. 탐사대원들은 여름철에도 싸늘한 냉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구간이 90~100% 가량의 높은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동굴수의 수온은 동굴 내부의 온도와 거의 비슷하다. 섭씨 10.2~13.4 정도를 유지하며, pH는 약 7.14~8.03 정도로 중성 또는 알카리성을 나타내고 있다.
초당굴 내부에 발달한 석순.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
초당굴 내부에 발달한 석순.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
초당굴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동굴생물은 진동굴성 9종, 호동굴성 14종, 외래성 29종 등 모두 52종에 달한다. 이중 수서성 미소패류인 물나사고둥 1종과 석패류 1종을 비롯, 화석곤충으로 일컬어지는 갈르와벌레 1종, 유백색의 눈이 퇴화된 곤충인 긴꼬리좀붙이 등은 보존이 필요한 중요 생물들이다.
초당굴 인근에서 생산돼 임금에게 진상되던 ‘민물김’
삼척시 근덕면 초당굴 하류 2㎞에 서식하는 민물김의 100g당 칼슘 함유량은 바다김(86㎎)의 14배인 1200㎎에 달한다. 철분도 바다김보다 1.4배 많고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조선시대 왕에게 진상했던 고급 식품이다. 민물김은 보습작용이 뛰어날 뿐 아니라 아토피성 피부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사크란’이란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의약품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초당굴 내부에 발달한 석순 군락.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차고 맑은 물에서만 돋아나는 민물김은 6~7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주민들이 미역 대신 산후조리에 썼던 친근한 먹을거리였다. 하지만 자생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1980년대 연간 15만장(1500톳)에 달했던 생산량은 2009년부터 1000여장(10여톳)으로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 규슈지방에 서식하고 있는 민물김을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양식하는데 성공, 연간 1t가량을 생산해 1장(15g)에 3만원이 넘는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강원도와 삼척시는 초당굴 인근에서 자생하는 민물김 서식지를 복원해 지역 특화상품으로 육성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