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추석날 (달 하나)
학교에서 산만한 분위기로 오전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내달렸다.
서울에서 오늘쯤 큰누나가 내려올텐데..
무슨 선물을 사올까?
집안에 도착하니
집안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분주하게들 음식장만을 하시고 계셨다.
집안에 사람들이 복작대니 괜스레 설랬다.
내일이 추석날이니까 오늘은 작은 추석.
엄니께서 읍내 장터에서 내 검정 고무신을 사오셨다.
어찌나 좋은지 코로 냄새를 맡아도 보고
맨발에 신어보기도 했다.
알싸한 이 감촉이 너무나 좋다.
자동차바퀴 그림이 선명히 찍힌 <타이어>표 신발. 얼마나 신고 싶었는지 모른다.
봉당 뜨락에 있는 누런 지링이고무신은
뜀박질을 하면 금방 찢어져서 발가락이 빼꼼 나와서 싫다.
실로 꿰매도 잠시뿐
너덜거리기는 매냥 마찬가지다.
그 헌 지링이신은
저녁판에 바깥마당에서 술래잡기 놀이 할때
마지막으로 신고 나면
굴뚝머리께에 모아놓은 쇠붙이와 엄니의 머리카락 뭉치를 합치면
엿장수 아저씨한테 솔찮게 엿가락과 맞바꿔 먹을 수가 있다.
흐아~~
마당에는 솥단지를 엎어놓고
지름떡(부침개)을 부치는 냄새가 구수하게 진동하고..
웃마루에는 아주머니들과 누나들이
송편을 만들며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가끔씩 까르륵!!~ 웃음소리가 터지곤한다.
안방에는 할머니께서 다식을 만들고 계셨다.
나무판떼기에 참기름이 잔뜩 배인 다식판은 반들반들했다.
옆에 쭈구리고 앉으니
남자가 이런 곳에 얼쩡대면 불알이 떨어진다고 나가서 놀라신다.
형은 또 어디로 나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형은 요새 못치기놀이 재미에 빠져서
손가락이 짓무르게 형 친구들과 열심히 겨뤄서
한개 두개 따서 연장통에다가 보태곤 했다.
그뿐만 아니다.
구슬도 장롱 웃서랍으로 한 가득 차서
열때마다 챠르륵!~ 하는 소리가 듣기에 좋다.
딱지는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형은 학교를 끝마치고 집에만 오면
저녁식사 때까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녀서
맨날 저녁마다 나는 형 저녁을 먹으러 들어 오라고 찾으러 다니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
오늘..
이런 날도 형은 또 없다.
할머니는 빨리 실한 씨암탉을 골라 잡으라고
엄니께 채근하시는데..
닭 잡을 형이 없다.
저너미로 가봤다.
공터마당에서 형은 열심히 못치기를 했다.
형에게 몇 번을 조르고 나서야 슬슬 집으로 향했다.
마당가에 늘어선 답사리 밑과
뒤울안 둥근 사철나무 아래가 닭들의 쉼터다.
실한 놈으로 세 마리를 잡아 헛간 기둥에 끈으로 붙들어 맸다.
창칼도 준비하고 대야에 뜨거운 물을 담아 샘가에 놓고
형의 용감무쌍한 솜씨를 침을 꼴깍,꼴깍, 삼켜가며 기다렸다.
드디어
한마리를 붙잡아 내다가 닭대가리를 물에 처박았다. 난 겁이 나서 멀찌기 마당 화단가에 앉아서 바라봤다.
어찌나 푸드덕대면서 몸부림을 치는지 대야 안의 물이 거의 다 엎질러졌다.
조금 조용해지자 물에 담그고선 털을 잡아 뜯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뽑혔을까?? 갑자기 닭이 후다닥! 일어서는가 했는데??
으..으..
그 벌거숭이 알통닭이 샘가를 몇 발짝 뒤뚱거리며 뛰는게 아닌가?
흑??!!~
난 벌떡 일어났다.
구경하던 친척이며 식구들이 눈들을 똥그랗게 뜨며 웃고들 난리시다.
난 웃음이 나오기는 커녕 겁이 더럭 났다.
너무너무 놀랐다. 으..으.. 흐아!~~
엄마!!!!~ 를 부르며 안방으로 냉큼 들어갔다.
왠 난리냐는 할머니의 꾸지람에
콩닥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문짝 창호지의 작은 쪽유리로 내다보니
샘가 소동이 아직도 계속되는 것 같았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으니 엉덩짝이 고실고실해진다.
가마솥 군불로
훈기 가득한 방안에서
할머니가 다식 만드는 모습을 턱고이고 엎드려 바라봤다.
이제 마음이 진정되면서 고소한 다식냄새와 참기름 냄새가 느껴졌다.
하아아아아..품!
졸음이 슬슬 밀려왔다.
아직 잠들면 안되는데..
오늘은 신나는 작은 추석날인데..
방문을 벌컥 열어 제끼며 마루로 나섰다.
매콤한 저녁연기에 재채기가 나오려고 콧속이 갈근댔다.
에~~에~~엣취야!!!
윤식이네 사랑방에 화투치시러 마실가신
할아버지께나 가야겠다.
작은 추석날 (달 둘)
대문께를 나서며 흘끗 샘가를 보니
형이 씽긋히 웃으며
어여 와서 닭 잡아놓은 거
구경하라고 히쭉거리며 으쓱 거린다.
으.. 으..
무시하고 바깥마당으로 나섰다.
뒷집 정애네 앞마당 삽작꺼리를 지나는데
그노무 무섭기로 소문난 숫탉이 어슬렁 거렸다.
아이들을 보면 쫓아와 쪼아대며 덤벼드는 무서운 숫탉이다.
벼슬도 멋지게 빳빳히 세우고
뒷꽁지는 교과서에서 본 공작새 꼬리같이 생긴 싸남뱅이 숫탉이다.
닭대가리를 곳추세우고 걸음마다 좌우로 흔들면서
눈초리는 또 얼마나 거만한지 모른다.
원체가 동무들이 무서워 피하는 놈이라서
실실 피하듯이 지나가려는데 들켜버렸다.
거름자리에서 먹이를 쪼아대던 놈이
나를 바라보더니 나를 쫓아왔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내가 뛰니까 제놈도 뛰어 쫓아왔다.
으.. 으.. 아까 벌거둥이 알통닭보다 더 무섭다.
닭놈들은 왜 맨날 뛰어댕기면서 무섭게 달겨드는 겨.
당최 오금이 저려서 죽것다.
우.. 씨이~~
걸음아 나 살려라 뛰다보니
윤식이네 사랑방으로 건너는
외나무 다리까지 왔다.
숨을 고르고있는데
사랑채에서 큰소리가 새어 나왔다.
윤식이 할아버지 목소리와
우리 할아버지 목소리가 제일 컸다.
무슨일이기에 그러실까하며
사랑채 봉당에 올라 문풍지에 귀를 댔다.
히힛!~
짜장면에 국물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말씨름을 벌이고들 계셨다.
슬그머니 문을 밀치고 까치걸음으로 들어섰다.
할아버지들의 노인냄새>와 담배냄새..
왕골 돗자리 냄새가 뒤섞여 은근함을 풍겼다.
할아버지 곁에 살그머니 다가 앉으니
할아버지가 무릎을 내 주셨다.
화가 잔뜩 나셨는지 허연 수염이 조금씩 떨렸다.
긴 장죽 담뱃대를 방가운데 놋잿떨이에 땅땅!~ 치시곤
쌈지에서 연초를 꺼내셔서 말고 계셨다.
얼른 집에서 하던 습관대로 담배를 꼭꼭 눌러 드리고
지포라이터 불을 당겨 드렸건만
집에서와 같이 칭찬도 안하셨다.
다른 할아버지들께서도 말씀들이 없이
애꿋은 담배들만 피우고 계셨다.
험험!!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만 사랑방의 침묵을 깼다.
분위기가 영 이상하여 슬금 슬금 뒷걸음으로 물러 나왔다.
글쎄??.. 짜장면이 뭘까??
뭔 음식이기에 국물이 있느냐 없느냐
저리들 심각하신 표정들 이실까나?
터덜대며 내려오려니 마을 초가지붕 마다에
땅거미가 어둑하게 깔리고 있었다.
대문에 막 들어서려는데 형과 마주쳤다.
서울 큰누나가 막차로 내려오는 모양이라고
마중 나가는 참이란다.
쫄래쫄래 따라 나섰다.
서울에서 무슨 신문사엔가 다닌다는
큰누나가 일주일에 한 차례씩 어린이신문을 보내와서
거기 연재되는 <홍길동>만화를 엄청 재미있게 보고있다.
꼭 홍길동이 죽을 위험에 처하면서
앗!!!!~ 이라는 외마디소리로 항상 끝을 내곤
다음주로 넘기곤해서 만화가 신동우 화백 아저씨가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어찌나 감질이 나는지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신문만 기다리며
우체부 아저씨만 보이면
냅다 뛰어가서 기웃거려 보기도 참 많이 했다.
어둑어둑해지는 신작로를 따라
방죽거리 차부로 나갔다.
아!..
막 오동산 꼭대기로
둥그런 달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여느때와는 확연히 다른..
샛노란 달덩이가
둥~둥~ 솟아오르고 있었다.
작은 추석날 (달 셋)
차부 방앗간 마당에는
추석날 저녁부터 상영한다는 영화쟁이가 들어왔다.
흰 광목천을 길다란 장대에 둘러치고 있었다.
영화선전 그림을 보니
<남이 장군>과 <똘똘이의 모험>이 동시 상영한다고 한다.
마이크에선 이미자의 "찔레꽃"이란 유행가가
밤하늘에 청승맞게 울려 퍼져 나아가고..
방앗간 옆 농협창고 앞마당에는
아버지께서 나와 앉아 계셨다.
아마도 큰누나 마중을 나와 앉아 계신것 같은데
또 약주가 과하셔서 얼굴이 벌거셨다.
큰누나는 아버지의 만취하신 모습을 제일 싫어하는데..
조용히 아버지옆에 쭈구리고 앉았다.
형은 신작로 옆 미류나무에 기대서있고
마이크에선 혓바닥에 참기름을 쳤는지
엄청 빨라서 쫓아하지도 못할 빠른 말로
선전쟁이아저씨의 영화선전이 귀청을 따갑게 했다.
안녕핫씸미까 면민여러분안녕핫씸미까 씨내마스코프총천연색영화 이번에못보면 평쌩한이되는영화를 낼즈녁가족들손을잡고 이곳높은 뱅이방앗간마당으로나옷쓰여서 꼭관람해주시면 대단히대단히 감싸 감싸하겠씸미다.
귓속이 얼얼했다.
귀를 꼭 틀어막고 어서 막차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한 숨도 단숨도 나 홀로 씹어 삼키며 단 하나에 사랑만은 목숨을 걸었다 ~♪
어쩌구 하는.. 조금은 따라 할 줄 아는 노래가 나왔다.
형에게 구박 꽤나 받으며
난생 처음 배워 본 유행가 가락이었다.
형은 꼭 사랑이 무슨 뜻인진 몰라도
그 대목에선 눈을 지긋이 감고
[싸랑]이라고
멋드러진 발음을 하곤했다.
[싸랑]이 도대체 무얼까모올러..
차부가 환해지면서 버스가 털털대며 들어왔다.
아버지 손을 꼭잡고 꾸역꾸역 내리는 사람쪽을 목을 길게 빼곤 바라봤다.
저만한 뻐스안에 어떻게 저리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지 끝도없이 내렸다.
거의 끝부분에 날씬한 서울 멋쟁이 아가씨가 내렸다.
순간 차부가 환해지는 것 같았다.
"하아.. 누나다.. 흐~~~"
이쁜누나가 자랑스러웠다.
영화천막치던 아저씨들이 휘파람을 막 불어댔다.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 졌다.
커다란 내 몸통만한 가방과 빽을 달랑들고 나를 향해 두팔을 활짝 벌려주었다.
뛰어가서 안기니 무슨 박하분 냄새같은 얄궂은 냄새가 향긋했다.
내 땟국에 쩔은 얼굴에 뽀뽀를 해주며 많이 이뻐졌다고 속삭였다.
형에겐 머리만 쓰다듬어주곤 손을 잡고 걸었다.
아버지께선 그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둘러 메시곤
앞서서 빠른걸음으로 앞서 가셨다.
헌데 누나의 걸음새가 영판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어라??.. 누나 치마가 무릎팍에도 못내려오는
짧은 옷에다가 삐딱구두(하이힐)를 높이 신고 이상하게 걷고있었다.
와!!.. 서울멋쟁이들은 되게 힘들겠다~
누나의 말씨가 귀에 영 간지러워서 아까부터 자꾸 귀를 후비는 중이다.
깍쟁이 얌채같은 말투를
지난 여름방학에도 잠깐 들었다.
마르택이 사는 같은 국민학생 누나가
방학에 서울을 잠시갔다 오며 차부에서 내려서며
벼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는 말이
"아휴!~~쌀나무가 그새 많이 컸네요?"
그때도 내귀가 어찌나 간지럽고 불편한지
괜히 내 얼굴이 다 창피해지는 느낌였었다.
그후 그 누나 별명은 "쌀나무깽이" 로 굳어져 오래도록 놀림감이 됐었다.
그때같은 그 깍쟁이 말투를 계속하는
누나의 간질대는 목소리를 들으며
바깥마당에 이르니
온 식구들이 다 나와서 맞아 주었다.
마당에는 환한 보름달빛에
식구들 그림자마다에 긴 그림자를 달고 있었다.
햐~~ 달도 참말 밝다.
많이도 먹었었다.
하늘 땅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아가! 어여 들어가서 잠자야겠구나.
하이고!~ 울 손자 잡것네."
흠.. 빨간 마구라(마후라) 한 곡조 뽑아보니라."
"야.. 시작헐께유~ ♬~빨간 마구라는 하늘에 싸나이 하늘에 싸나이."
속눈썹에 까만 칠을 한 큰누이가 꼭 비둘기 같았다.
보드랗고 예쁜입술로 내게 뽀뽀를 쪽!~ 소리가 나도록 해줬다.
히이!~~흐아.. 기분이 엄청 좋다.
여자들은 바깥마루에 죽~ 늘어서 계셨다.
향나무 타는 냄새가 은은한 가운데
대문앞으로 흰두루마기를 입은 어른들이
분주하게들 움직이며 성묘길에 나서는 모습들이 보였다.
저 건너쪽 수실말 큰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웃방으로 올라가
누나들과 할머니 사이에 비집고 앉았다.
할머니께서 비닐봉지에
막과자며
곶감이며
붉구죽죽한 무지개 물을 들인 옥춘을 담아주셨다.
"이따 산에 댕기며 배고프면 꺼내 먹거라. 응?"
바지춤에 쑤셔넣었다.
일년 내내 오늘만 같았으면 참 좋겠다.
작은누이는 한복을 입었다.
그런데
얼굴이 도통 누군지 모르게
큰누이가 재주(화장)를 부려놓은 것이 어째 영판 어색했다.
안방에서 어른들이 일어서서 나가시는 소리가 들렸다.
마루로 나갔더니 조합장 아저씨께서 나를 손짓으로 부르셨다.
"넌 나허구 같이 오토바이 타고 가자꾸나."
오토바이에 올라타니 여간 가슴이 두근대는것이 아니였다.
부릉부릉!~우당탕탕!
오토바이가 고약한 소리를 꽁지에 내쏘며 냅다 달려나갔다.
아저씨 허리를 꽉 움켜잡고 등에다 내 얼굴을 바싹대고
눈을 질끈 감았다.
뱃속까지 푸들대며 속이 꿀렁꿀렁했다. "
"아.. 아.. 아저씨!~ 츤츤히 가유. 미서워유."
"하하!.. 겁이 잔뜩나나 보구나? 하하하. 그려그려!"
속도가 느려지며 마음이 진정됐다.
눈을 떠보니
산이며
나무며
들판이며
지나치는 동네마다의 초가지붕들이 자꾸 뒷쪽으로 빙빙 어지럽게 돌아 나갔다.
황샛말 선산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광주리와 돋자리를 내려서 상석에 음식을 늘어 놓았다.
산소 잔디위에는 메뚜기며 황가치가 폴짝대며 날아 댕겼다.
그놈들을 쫓아서 이쪽 저쪽 뛰어다니다보니
천천히 뒤를 따라오시던 친척 어른들이 저수지 뚝방쪽 산모롱이에서 가물가물하게 흰두루마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산 저산 가득
하얀 두루마기가 많아졌다.
산소에 절을하는데 잔디가 무릎이며 손바닥을 찔렀다.
얼른 잽싸게 하고 일어서니
돋자리위에서 절을 하시는 어른들은
아직도 구부리고 느릿느릿 절하고들 계셨다.
괜스레 어색해서 잽싸게 다시 무릎을 꿇고서는
두번해야 할 절을 네번이나 했다.
흐아!~
산소마다 네번씩 절을 했다.
"히힛!~ 어른들은 내가 네번씩 절한 걸 모르실껄?"
오토바이에 타고 집에 먼저 들어왔다.
주머니에 넣었던 막과자며 옥춘사탕이 다 녹아서
호주머니와 옷이 끈적거렸다.
으.. 으..
점심을 먹고나니
먼 친척아저씨들이 구름같이 꾸역꾸역 많이도 오셨다.
갑자기 집안이 바빠지고..
모든 어른들은 사랑에 잠시들려 할아버지를 뵙고는
마루며
방들마다
또 마당에도 멍석을 내다 깔아놓고
그곳에 빙둘러 앉으셨다.
무슨 큰 잔치집같이 왁짝복짝 소란하고 분주했다. 술주전자를 나르다보니
이쪽 저쪽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저녁 어스름까지 지내고 나면
한 분 두 분 일어서시며 돌아간 집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한차례 벅구니를 친 다음
다시 찾아온 고요한 정적이 집안을 감싸고 돌았다.
이따가 저녁판이면 한판 뻐지게
놀아나는 거북이놀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냐.. 영화구경을 시켜달라고 해볼까?
음.. 영화는 며칠간을 한다니까
신나는 거북이놀이 벅구니를 봐야겠다.
● ^^^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옆집 주열이와 절골로 내달렸다.
그 골짜구니에는 형들이
수숫잎을 따선 새끼줄에 꿰여서
모자며
위에 입을 옷이며
치마를 만들고
발목에도 수숫잎을 꽂아서
꼭 인디언 추장같이 멋지게 꾸몄다.
열댓명의 형들이 치장을 끝내면
날이 어둑어둑 해졌다.
형들은 저녁도 굶은것 같았다.
우리 형이 어디 있는지도
누가 누군지도 분간 할 수도 없이 모두가 똑같았다.
대장이 양은냄비를 숫가락으로 두들기며 대열을 잡아나가면서 장고개쪽으로 돌아서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 초입은 방죽거리에서 들어오는 순기네집에서 부터 시작됐다.
♬~거북아,거북아, 놀아라~ 장태 거북아 놀아라~~♪
♪~금돈줄께 놀아라 은돈줄께 놀아라~~♬
큰형들이
유일하게 우리들의 악동인
저너미 부영이를 거북이 놀이패에 끼워주었는데
역할이 장태거북이였다.
지게에 얹는 소쿠리를 엎어쓰고
잔뜩 웅쿠려 구부리고 엉금엉금 기어가듯하며
큰형들 무리의 중간을 차지하고 놀았다.
다른 형들은 큰 양푼을 들고 집집마다
거북이가 마당에 들어와 집안의 샘가를 몇바퀴 돌면서
신명나게 한바탕 놀아나면
부엌에서 여러가지 음식을 소쿠리며 양푼 가득 얻어냈다.
부침개와 송편이 제일 많았다.
어느집에선
고기첨도 한 접시 얹어주기도하고
어느 집에선 소쿠리를 뒤집어 쓴 거북이에게
소쿠리를 들추고 막걸리를 먹이는 집도 있었다.
놀이 중간쯤에서
마을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소염 만수아부지가
꽹과리며 징을 꺼내와서
대장에게 쥐여줬다.
그때부터 거북놀이패는 더더욱 신명이 나서
길길히 날뛰듯이 겅중대며 잘도 놀아났다.
어른께서도 허허.. 웃으시며
흐믓하게 바라보시며 길을 터주시곤 했다.
우리집 차례가 왔다.
거북이패가 들어서자 할머니는 마당으로 내려서서는
합장을하고 연신 거북에게 허리를 굽히며 무어라고 계속 중얼중얼 염불외듯 하셨다.
대장 거북이가 마루까지 성큼 올라서서
"여!~~ 장태(장터)부터 여기까지 오느라 뱃가죽이 등까머리에 붙었으니
맛있는 것 많이많이 먹고 가자꾸나."
하면서 꽹과리를 연속으로 따다당~ 땅!~ 치니 거북패가 모두 마당에 쭈욱~~ 옆으로 쓸어져 누웠다.
잠시 고요한 정적.
엄니가 부엌에서 커다란 대소쿠리에
음식을 가득 내다 양푼에 덜어주고
큰누이는 작은 소반에다 술상을 차려내와 봉당위에 놓았다.
큰형들만 부시시 일어나
막걸리를 한 잔씩하고 손으로 고기첨을 집어 삼키고 나선
꽹과리를 다시 두드리면
마당가득 죽은듯 누웠던 거북패들이 벌떡벌떡 일어났다.
한차례 더 벅구니를 치고는
샘가를 몇차례를 빙글빙글 돌아서 겅중대며 빠져 나갔다.
웅웅!~대는 귀를 후비며 마루에 앉았다.
마당에 여기저기 흐트러진 수숫잎파리들이 어지러웠다.
거북패의
꽹과리
징소리
점점 저너미쪽으로 멀어지고..
담장 위로
휘엉청 추석 보름달이 밝디밝게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빙그래~~ 웃고 있었다.
● - 글 :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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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때는 그랬지 형제도 많고 손님도 많고 왁짜지껄,산천도 아름답고. 때묻지 않은 명절풍속들 옜날이 그립기도 하군요.감사합니다.
옛날 생각납니다.
옛 추억이 되살아 난듯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유년 시절 그렇게 기디리고 즐겻든 추석명절 모습들이 뜨오릅니다. 감사히 읽고 갑니다.
좋은작품에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어릴때 생각나네요.감사합니다.
정말 옛추억이 새삼 손끝에와 닿는 느낌 아스라히 그리워지는 머릿속의 고향풍경 구름위를 거니는 느낌... ! 감사 감사!
좋은 글 感謝합니다. 늘 建康하고 幸福하세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_^*
새록새록 어렸을적 옛추억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울님 명절 잘쉬셨습니까? 언제나 평안 하시길빕니다~~~
옜날 생각 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렸을적 생각이 나는 글 재미있으면서 웬지 서글퍼지는 대목도 있어 마음 한편 찡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하세요
어렸을적 생각이 나는 글 재미있으면서 웬지 서글퍼지는 대목도 있어 마음 한편 찡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하세요
어릴적 우리들의 한가위의 모습이 담겨진글 잘보았슴니다.감사함니다.
이제는 모든게 다시올수 없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오늘 입니다 감사합니다
한편의 수필집을 보는듯 눈앞에선한 우리의 그엣날 명절이 아련히 떠오르네요, 요즘은 명절 맛도 없거니와 사람들이 명절을 즐기는것이 아니라 무슨 휴가를 받고 해외 여행가기 대회를 하는듯하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한편의 드라마틱한 구수한 '글' 아주 정감있게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명절 잘보냈셧지요? 항상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어릴적 생각이 간절하네요 즐거운 명절 되세요
그 글월을 보니 저희지난 옛날 생각이 납니다.술 찌꺼기 먹고 혼난 그때 생각...감사히 잘 즐강하고 갑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좋은 주말 되십시요.
항상 좋은글을 올려주시고 읽고 갈수있도록 하여주시어 감사합니다.
또한 감미로운 노래을 들으면서 편히 쉬어갈수 있도록 하여주시어 고맙습니다.
어쩜 어릴때우리집을보는것아닐까 착각을했네요,ㅎㅎ
어릴적 생각이 절로 나게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thank you.good old memories.
정감이 철철 넘치는 글 너무감사합니다.
삼대가모여살던추억이떠오름니다-어르신들의엄격함도있었지만조직력또한사랑으로뭉쳐있어섬기며순종하는것도배우고효와예가공존속에있었는데한가족살기도바쁜시대가되어가며고령화시대가되어걱정도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재미있고 실감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세대는 모두 그렇게 살았습니다.요즘 아이들, 젊은이들에게 얘기해 주면 납득이 안 가고 이해가 안 되는가 봅니다.
지금에와서 생각 해보면 아름다운 추억 입니다. 우리는 그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 수 있지만 젊은이들은 이해를 못 하니
행복을 느끼지 못 하고 살아가는 것이 안타갑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실제로 경험한 글인것 같네요 농촌의 추석명절을 영화처럼 잘읽었네요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잇는사람들에겐 고향이 마음의 안식처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