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기리이잉
휴대폰 문자오는 소리입니다.
때로는 스팸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회원님이 농산물을 주문하는 문자가 오기도 합니다.
겨울은 할 일없이 빈둥거리기도 하지만 여름과 가을내내 거두어 들인 나락들을 판매하는 것이 좋은 소일거리이기도 합니다. 바쁘지 않게 매일 두 세건 씩은 주문이 들어오네요. 서리태, 팥, 쥐눈이콩, 깨, 튀박 등 조금씩 주문하여 금액은 얼마되지 않아도 봉지에 가지런히 담아 포장하여 보내는 일은 또 하나의 소일거리입니다. 처음에 투박하게 포장하여 보내어 내용물이 쏟아졌다는 전화를 받은 이후에 포장에 신경을 써서 포장기술도 많이 좋아진 듯 합니다.
물건을 팔다보니 서리태가 드시고 싶다고 참송이버섯과 교환하자는 제의도 받았지요.
농사 지어서 많이 남겨먹자고 시작한 일도 아니니 순순이 그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참송이”를 검색했습니다. 600그램에 58,000원! 상당한 고가의 물건이더군요.
얼마나 맛이 좋은지는 모르나 콩 5키로라야 삼만오천원에 불과한데 300그램이나 되겠는가 싶어 은근히 걱정을 했었습니다. 나중에 택배를 받아보니 1키로는 되는가 봅니다. 상당한 양에 놀랐습니다. 좋은 물건 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약에 쓰려는데 옥수수 대궁 좀 구해 주실 수 있는지요? 많이 필요없고 연필만한거 아홉 개면 됩니다. 끝대궁으로요.”
그러면서 돈을 입금해 주시겠다고 합니다. 농사짓는 밭에 나가면 미처 베어넘기지 못한 옥수수대가 지천인데 그거 좀 따다 드린다고 얼마를 받기도 뭐하더군요.
“돈은 필요없습니다. 착불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양에 네배를 꺾어보아도 한 웅큼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먹고 난 과자봉지에 포장하여 택배용지를 붙였습니다. 그것도 택배료가 사천원이라니 씁쓸하더군요. 그렇게 보내고 문자를 넣었더니 이내 전화가 왔습니다. 연세드신 분입니다.
“귀한 약을 구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야 하는건지, 아닌지 잘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밭에 있으면 그냥 폐기물인 것을 거금 사천원이나 상대가 부담하도록 해도 되는지...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니 잘한 일인 것 같기도 하네요.
이 글을 쓰면서 귤 한쪽을 입에 넣었습니다.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며칠전 직장에서 시무식 때 사온 귤 하나를 억지로 먹다가 너무 시어서 반을 못먹고 버렸지요. 해다마 제주에서 직접 구입하여 먹는데 정말 달고 맛있습니다. 밭에 가꾸는 서리태도 이분처럼 맛있는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콩을 심었는데 맛은 단데 씹히는 맛이 떨어지네요.”
일전에 횡성 안흥에서 전화주신 분의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몇 년 전에 퇴직을 하셨는데도 항상 연구하시는 모습이 젊은이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