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며칠 전 소호산촌유학 센터에서 <자연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제가 했던 강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어찌 키우면 좋을까. 적지 않는 부모님들이 앞날을 불안해하네요.)
빅데이터와 사물 인터넷. 요즘 중요한 키워드다. 빅데이터는 스마트 폰 세상에서 날마다 쌓여가는 어마어마한 자료들이다. 인터넷에 올리는 여러 메시지는 물론 스마트폰 통화량, 신용카드 결제, 도로 교통량 들이 다 해당된다. 개인은 물론 웬만한 기업에서는 어찌할 수조차 없을 만큼 자료 규모가 방대하면서도 그 생성 속도는 빠르다.
그럴수록 이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류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통계학, 컴퓨터 공학, 언어학, 뇌과학...온갖 학문이 통합적으로 결합해야한다. 빅데이터를 잘 활용한 보기를 몇 가지 들자면 오바마 대선, 미국 프로야구, 서울시 심야버스 정책들이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란 우리가 쓰는 사물, 즉 컴퓨터는 물론 시계, 가전제품, 자동차, 옷 들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는 빅데이터와 맞물려 앞으로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오리라 본다. 모든 사물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판단을 해서 사람한테 도움을 주게 된다.
이를 테면 무인자동차. 영화에서나 보던 무인 자동차가 일부 나라에서 조만간 도로에서 운행을 한다고 한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이 점점 발달할수록 인간이 갖는 운전미숙이나 음주운전들이 사라지면서 자동차 사고가 줄어들게 된다. 이게 일상화되면 사람이 공들여 따는 운전연습은 불필요하며, 운전기사도 사라질 테고, 자동차보험들도 아주 다른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직업에서도 크게 변화가 오리라 한다. 공장자동화가 단순 노동자들을 실업으로 내몰았듯이, 빅데이트 시대에는 고급 전문직들을 실업으로 내몰 거라고 본다. 머리가 좋아 또는 공부를 잘해서 가졌던 직업들이 앞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단다.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빅데이트가 집적하고 가공하여 내리는 판단을 개인이 따라갈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까 빅데이터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그 무엇이 되는 존재다. 필요하다면 개인을 완전히 발가벗김은 물론 그의 과거까지 소상하게 다 꿰뚫어 보며, 미래조차 어느 정도 예견이 가능할 수도 있단다.
그래서 빅데이터가 빅 브라더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제대로 작동을 할 것인가.
근데 나는 이쯤에서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나를 잘 들여다 보아야한다고 믿는다. 빅데이터와 사물 인터넷은 결국 사람이 만든 기술환경이다. 다만 이전과 크게 다른 점이라면 개인의 몫은 아주 더 작아진다는 거다.
그렇다고 거대 정보에 짓눌리고, 빠른 처리 속도에 혀를 내두르며 바라만 보아야 하는가? 빈틈이란 없는 걸까?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야하고, 살아갈 것인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기술이 발달을 하는가? 일차적인 동기는 이윤추구라 본다. 사람들은 삶을 더 편리하게, 더 빠르게 해주는 기술과 기기에 돈을 투자하게 된다. 보기를 하나 들어보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하자면 두꺼운 지도책을 꺼내들고, 작은 글자를 낑낑대며 몇 번을 뒤적여보아야 했다. 그리고도 막상 차를 몰고 길을 나서면 헷갈려서 다시 지도책을 확인하고 물어보면서 목적지에 가곤 했다. 지금은 지도를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스마트 폰 상에서 지도를 확대할 수 있고, 목적지까지 거리와 운행시간들을 미리 줄줄이 알 수 있다. 이뿐 아니다. 가까운 맛 집들도 쉽게 알 수 있다. 네비게이션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귀로 다 알려준다. 근데 이마저도 이젠 무인 자동차 시대로 넘어가려한다.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편리해졌나.
그러나 여기서 한발 물러나 보자. 빅데이터와 사물 인터넷을 뛰어넘는 길은 ‘가치’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고, 개인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데서 서로 코드가 맞았다. 하지만 개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편리함만은 아니다. 훨씬 다양하다. 특히나 지금 자라는 아이들은 그 부모들보다 한결 더 개성이 강하여 가치도 훨씬 다양하리라 본다.
이를테면 사랑이나 창조 같은 가치들. 사랑이란 가치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갖는 근원적 가치다. 부모 사랑으로 태어났기에 한평생 사랑이란 가치를 가슴에 안고 산다. 사랑을 드러내고, 키우고, 나누고 싶어 한다. 인간이 만드는 기술이 사랑과 결합하려면 빅데이터와 사물 인터넷을 뛰어넘어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소외란 있을 수 없으며, 정보의 부익부빈익빈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자유의지를 북돋아야 한다.
창조는 사랑에서 시작한다. 사랑은 관심이자, 집중이며, 하나 됨이다. 창조는 대상과 하나 되어, 즉 사랑과 결합하여 새로운 뭔가가 태어나는 것일 테다.

(바느질에 집중하는 아이의 환한 표정. 사랑은 관심이자, 집중이며, 하나 됨이다. 창조는 대상과 하나 되어, 즉 사랑과 결합하여 새로운 뭔가가 태어나는 것.)
빅데이터 시대에는 지식이나 정보는 큰 뜻이 없게 된다. 키워드만 알면 다 알게 되니까. 그러한 키워드 가운데 아직까지 절대 부족한 건 바로 ‘사랑’과 ‘창조’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빅데이터 시대가 깊어질수록 사랑과 창조야말로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창조는 빅데이터를 넘어 ‘무한 데이터’일 테니 말이다. 또한 사랑과 창조는 사물 인터넷을 넘어 ‘사람 넷(net)’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