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그 진가(眞價)가 증명된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계의 고전'들이 있다.
명작 중의 명작이라는 평가로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 영화들은 저마다 깊은 울림을 준다. -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지난 50년(1966년~2015년) 동안 총 275개의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됐고, 이 중 50개가 작품상을 받았다. 아래는 2016년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50년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영화로 뽑은 상위 10선이다.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하겠어"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욱 더 가까이"
1972년에 개봉된 영화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사보카(Savoca)가 배경이 됐고, 말런 브랜도와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은 유명한 영화다. 영화는 사람들이 '대부'라 부르는 마피아 보스와 그 가족, 그리고 마피아 세계를 다뤘다. 시칠리아에서부터 미국에 이르기까지 암흑가의 보스로 명성을 떨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는 재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의형제들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영화 속 대사와 인물은 아직도 영화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침대에 놓인 말 머리, 소니의 살해 장면, 햇살 좋은 돈 콜레오네의 안마당에서 열리는 결혼식 파티, 새로운 콜레오네의 세례(사실상 마이클이 대부의 역할을 떠맡는 종교적 의식)가 이루어지는 동안 암살이 진행되는 마지막 장면 등은 '대부'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3편까지 제작된 '대부'는 마피아를 신격화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 영화지만, 당시 신인이었던 코폴라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명연기로 지금까지 추앙받고 있다.
'대부' 시리즈는 영화 사상 1편과 속편이 모두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뒤집은 유일한 명작이다. '대부 2편'은 명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맡아 1974년에 제작됐다. IMDb* 평점은 9.1점이며, 197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총 11개 부문(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3명), 여우조연상, 감독상, 의상상, 각색상, 미술상, 음악상)에 이름을 올렸고, 이 중 작품상을 포함한 총 6개 부문(작품상, 남우조연상, 감독상, 각색상, 미술상, 음악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전편이 마피아 대부인 아버지에게서 대학생이던 막대아들에게로 권력이 이동되는 과정을 주로 그려냈다면, 2편은 아들인 '마이클 콜레오네'가 주위의 적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버지 돈 콜레오네가 고향인 시칠리아에서 어떻게 떠나오게 되었고, 어떻게 미국 마피아의 보스가 되었는지를 교차 형식으로 보여준다.
* IMDb: Internet Movie Database. 컴퓨터 프로그래머 콜 니덤이 1990년에 제작한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로 영화, 배우, 텔레비전 드라마, 비디오 게임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1996년에는 영국에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 Ltd' 회사를 설립해 광고 대행, 라이선싱, 파트너십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1998년에 아마존닷컴의 자회사로 들어갔다.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자는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쉰들러 리스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백만 명의 유태인이 학살된 '홀로코스트'를 다룬 가장 유명한 영화일 것이다. '죠스' 'E.T' 등 공상 과학 영화나 흥행 대작으로 견고한 명성을 쌓아온 유태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작품에서 이전까지의 스타일과 전혀 다르게 사실적인 톤으로 참극의 현장을 생생히 스케치했다.
흑백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9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모두 7개 부문을 석권했다. 영화는 초기에는 유태인의 노동력을 이용한 돈벌이에만 관심 있었던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가 인간애에 눈뜨고, 유태인들을 구해내려 애쓰는 과정을 다뤘다. 리암 니슨이 쉰들러 역을 맡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 제작,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1992년에 제작됐다. 은퇴한 무법자가 현상금을 벌기 위해 다시 무법자로 변모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겪는 내면의 회한을 그리고 있다. 고전적인 서부극에 등장하는 총격 장면과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서부극으로,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극의 총칭)의 대표 배우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이 활약했던 장르에 대한 폭력성을 성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아카데미 4개 부문(감독상, 작품상, 남우조연상, 편집상)을 수상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서부극 장르사의 90년대식 요약이며 반성이다... 수정주의 서부극들은 서부가 실은 그리 살만한 곳이 아니었노라고 고백한다. 영웅 신화의 후광이 스러진 삭막한 황야에서 노쇠한 총잡이는 승리를 선포하는 대신 나지막이 휘파람을 분다. 그 남루한 광경은 기묘하게도 어느 무용담 못지않게 장엄하다." (김혜리 /영화칼럼니스트)
"'사랑'이란 말은 너무 약해. 다른 말 없나?" "하지만 계속 사랑을 할 거예요. 우리에겐 계란이 필요하니까"
영화 '애니 홀'은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감독 우디 앨런의 일곱 번째 영화이자 그 경력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신경증적인 유대인 코미디언 앨비 싱어와 자유분방한 성격의 가수 지망생 애니 홀의 1년간의 연애를 다뤘다.
우디 앨런과 다이안 키튼의 연기 조화, 지적이고 재치있는 각본, 고든 윌리스의 촬영, 카메라를 바라보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등의 스타일 실험으로 주목받았으며 아카데미에서 주요 부문 4개 상(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우디 앨런의 대표작이자 현대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으로 꼽힌다.
"살아남고 싶은 게 아니야, 살고 싶은 거지"
'노예 12년'은 한 단계 진화한 흑인 노예 영화다. 뻔한 '흑인 인권 영화'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흑인들이 노예제도에 참혹하게 희생됐던 과거사를 상기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좀더 보편적인 테마를 녹여냈다. 반 인간적· 반 문명적 제도에 안주하는 인간형과, 세상의 부조리를 끊임없이 반성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현실에 도전하는 인간형들을 극명하게 대조시킨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묻는 영화 속 질문은 오늘에도 유효하기에 울림이 묵직하다.
흑인 감독 스티브 매퀸은 끔찍한 진실을 차분하게 옮겨 관객들로 하여금 참혹한 현장을 응시하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특히 솔로몬이 밧줄에 목이 반쯤 졸린 채 뙤약볕에 서서 가혹행위를 당하는 대목 등 끔찍한 몇 대목은, 커트 없이 장시간 찍는 '익스트림 롱 테이크' 기법을 써서 숨죽여 지켜보게 하며 관객들 마음에 긴 잔상을 남긴다.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밀로시 포르만이 연출한 영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는 진보주의자들의 주제를 다뤘다. 자유를 찾으려는 환자들, 투쟁으로 제도에 맞선 개인, 권력에 대항하는 피지배자, 그리고 기성체제 위선을 공격한다. 흥행과 비평 양면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 작품 속에서, '뻐꾸기 둥지'라는 구속을 벗어나 목숨을 걸고 자유를 향해 날아간 '새'는 자유와 진보의 초상이 되었다.
켄 케세이의 소설과 이를 각색한 희곡이 이 작품의 원전(原典)이다. 이를 손에 넣은 것은 왕년의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였다. 커크는 늙은 자기가 주인공에 적합지 않다고 생각해 판권을 아들 마이클에게 넘겼다. 마이클은 영국 제작자 사울 제인츠를 끌어들이고, 체코 출신 밀로시 포르만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포르만은 '이지 라이더'의 미남 반항아 잭 니콜슨을 캐스팅했다. 이것이 아카데미 '빅5'(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를 석권하는 과정이었다.
"이 배의 탑승권을 따낸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당신을 만났으니까" "약속해줘. 꼭 살아남겠다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당시 영화 흥행사를 새로 써야했을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린 영화 '타이타닉'은 재난 스펙터클이라기보다 가슴 울리는 러브 스토리다. 영화 속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거칠지만 로맨틱했고, 그의 모습에 여성 관객들이 특히 열광했다. 영화 속에서 위선적 상류사회에 질식하던 여자(케이트 윈즐릿)는 청년(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자유를 호흡한다. 약혼자의 눈길을 피해 이어지는 이 둘의 밀회는 곧 닥칠 대재난을 아는 관객에겐 슬프도록 아름답다.
영화는 거대 여객선 주변을 새처럼 선회하는 역동적 카메라, 관객을 능란하게 주무르는 시나리오로부터 셀린 디옹의 노래들까지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적 생환의 기쁨을 그리기 앞서, 죽어가는 1천 2백여 명을 구명정에서 바라만 봐야했던 생존자들의 상처를 부각한다.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상투성을 깼기에 더 설득력 있는 작품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4개 부문을 가져간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절망적 세계관을 고백한 차가운 스릴러다. 희대의 살인마와 그를 쫓는 무력한 늙은 보안관을 통해 마약과 총기가 지배하는 미국의 현실을 동정 없이 그렸다.
폭력적 세계를 블랙 유머로 그려온 코엔 형제는 영화감독이나 마니아에게는 열광의 대상이었지만, 당시 대중적으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들은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뜻밖의 끔찍하고 모순적인 사건으로 치닫는 아이러니를 그려내는 데는 늘 탁월했지만, 일반 관객들은 "어렵다" "어둡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코웬 형제가 주요 부문에서 오스카를 거머쥔 것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처음이었다. 미국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대명사가 할리우드 주류로 당당하게 입성한 것이었다. 이 영화는 코엔 형제의 12번째 연출작으로 그들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염세적 세계관을 지닌 작품으로 꼽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내에서 6,4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벌어들여 자신들의 작품 중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 '플래툰'은 '람보' 시리즈로 대표되는 베트남전 영웅류 영화의 흐름을 일거에 뒤집은 올리버 스톤의 명작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편집상, 음향상을 타며 그에게 최고의 연출자 명성을 안겨줬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인 스톤 감독은 베트남전의 미군들을 통해 전쟁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전쟁에서 젊은 영혼들이 어떻게 상처 받았는지를 고통스러울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플래툰'은 병사들이 속한 소대를 뜻하지만, 영화 속 인물인 반즈와 일라이어스의 보이지 않는 전쟁터를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속 소대에는 수차례나 총에 맞고도 살아남은 전쟁광 반즈 중사(톰 베린저)와 반즈의 잔학한 행위를 상부에 고발하는 일라이어스 분대장(윌렘 데포)이 있다.)
영화는 베트남 공산화를 막는다는 대의명분 아래, 무의미한 희생과 악마적인 보복 놀음을 거듭했던 전쟁 속에서 비인간적으로 변하는 개인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렸다. 이전까지 베트남전에 대해 편파적이었던 미국 영화에서 벗어나 자기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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