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합격! 장학생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어요
동형이는 영훈고 3학년 14반 우리 반 아이다.
인문반도 아니고, 이공반도 아니고 예체능반도 아닌 ‘생활교양반’ 아이다.
동형이는 본래 직업학교에 다녔던 직업위탁생이었다. 그런데 직업학교 생활 한 달 남짓 지나던 어느 날, 동형이가 다니는 직업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선생님, 동형이는 우리 학교에서 더 배울 게 없습니다.”
나는 직업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이 말을 듣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형이가 무엇을 잘못했나? 그래서 복교시키겠다는 것인가?’
직업학교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선생님, 동형이가 아무래도 컴퓨터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혼자 놔 두어도 자기 진로를 잘 찾아갈 아이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동형이가 워낙 뛰어나서, 직업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심심해 한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동형이는 컴퓨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아이라는 것이었다.
대학이 손해일거야
결국 동형이는 4월 3일에 영훈고로 복교했다.
그리고 ‘생활교양반’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자리를 잡았다’고 표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동형이의 자리는 항상 일정했기 때문이다. 창가 쪽 가장 앞 자리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곤 했다.
동형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말이 매우 많은 아이였다. 선생님들과도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며 지내기도 하고, 항상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아이였다. 자기의 앞길에 대해 염려와 걱정이 따라 다녔지만, 그럼에도 컴퓨터에 집중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곤 하였다.
“동형아, 너는 진로를 어떻게 하고 싶니?”
동형이는 활달한 얼굴로 말했다.
“대학 가야죠. 컴퓨터 쪽으로요, 그런데 성적 때문에요. 선생님, 제가 입학사정관으로 꼭 가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직업학교에서도 가르칠 게 없다고 하산하라고 할 정도인데, 대학에서 너 안 뽑으면 그건 대학 손해겠지?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보자.”
나는 동형이를 한껏 격려했다. 그리고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도했다.
원서를 접수하고
동형이는 자기의 진로를 위하여 여러 활동을 하고 있었다.
자료도 잘 찾아내고 있었고, 기업에서 개최하는 박람회나 다양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지각이나 조퇴를 할 때는 명확하게 사유를 밝히는, 요즘 보기 드문 아이였다.
동형이는 2학년 때 우리 영훈고의 앱을 개발해 내기도 하였다. 아주 훌륭한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놀라워했다.
‘동형이가 그 정도 실력이었어?’하며 말이다.
동형이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등 8곳을 지원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여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기 소개서를 검토해 달라고 왔는데, 나는 살펴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동형아, 선생님이 봐 줄 것이 없는데, 이 전문 용어로 된 것들, 이것 영어 말야. 컴퓨터 전문 용어니?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데~.”
결국 과학과의 김선생님과 국어과의 이선생님 등의 도움과 격려 속에 동형이는 입학사정관으로 대학에 원서를 내었다.
원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동형이는 불안해했다. 그때마다 나는 동형이를 붙잡고 기도했다.
“동형아, 너도 하나님 믿는다고 했잖아. 믿으려면 확 믿어야지. 조금도 의심하지 말고, 그리고 어느 것이든 하나님 인도하는 대로 순종하는 것이 믿음이야. 불안해 하지 말렴. 잘 될거야.”
엽서도 써 주었다.
“사랑하는 제자 동형아, 주님께서 동형이를 축복하시고 인도하실거야. 항상 주님의 사랑 담고 베푸는 인생이 되렴. 대학과 미래의 삶이 모두 잘 될거야. 힘내렴. 울보선생 최관하.”
이렇게 매순간 격려하며 하나님이 인도하심을 구하고 기도했다.
국민대학교에 합격하고
그러던 어느 날, 합격자 발표가 나기 시작하던 그 무렵.
동형이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연이은 문자.
서일대학교, 동서울대학교, 안성폴리텍 대학교 합격이었다. 동형이와 나는 무척 기뻐했다. 그리고 며칠 후, 하나님께서는 동형이를 국민대학교에 입학사정관으로 1차 합격을 허락하셨다.
학교 성적은 중하위권이었지만, 아마도 동형이의 자기소개서를 본 심사관들이 동형이를 눈여겨 보신 것 같았다. 그리고 2차 테스트, 면접을 다녀온 동형이.
“동형아, 면접 잘 했니?”
“네, 선생님. 그냥 자소서에 있는 것 확인하셔서요. 다 제가 한 일이니까요. 다 대답했어요. 나중에는 제 말 막던데요. 그만 해도 된다고요.”
나는 하나님께서 동형이를 대학에 인도하시는 것으로 축복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1단계를 통과했을 때 드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동형이는 결국 국민대 프론티어 전형, 컴퓨터공학부에 최종 합격되었다.
합격 통지를 캡쳐해서 보낸 동형이 본인도 이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듯 했다.
“선생님, 이게 어떻게 된거죠? 제가 정말 합격인가요?”
“당연하지. 동형아. 참 잘했다. 아~! 주님 참 감사합니다.”
동형이의 입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요. 선생님. 그 아래 보세요.”
저 장학생예요
나는 동형이가 말하는 캡쳐된 사진의 아랫부분을 읽어보았다. 그것은 장학생으로 선정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등록금 반액 장학생.
“우와~ 동형아. 너 장학생이야.”
“네, 선생님. 합격도 희한한데 장학생이라니요. 이거 잘못된 건 아니겠지요?”
나는 동형이를 안으며 말했다.
“하하, 동형아. 대박이다. 하나님께서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인도하시고 너를 축복하고 계셔. 이제 국민대에서 열심히 해서 아름답고 멋진 주인공이 되렴.”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이 놀라운 소식을 듣고 이구동성으로 생각을 전해 왔다.
“그 아이는 그럴만 해. 받을 자격 있어.”
“한 길만 팠잖아. 컴퓨터에 미친 놈이잖아~.”
다음 날 교장선생님께서는 동형이의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하하, 최선생님. 생활교양반에서 4년제 대학이 그것도 인서울이 나오다니, 그 녀석 참. 이거 현수막 하나 멋지게 해서 걸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기도 가운데 동형이를 인도하시고, 어떤 환경에서도 비전을 꿈꾸게 하시고,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