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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박 장로가 아침 식사 시간인데도 식당에 내려오지 않았다. 웬일인가 해서 그의 방으로 올라가 보았더니 그는 먹글씨로 두루마리 백지에 장문의 글을 쓰고 있었는데 국한문으로 "일본 제국은 회개하고 폭정을 철회하라"는 경고문이었다. 그리고 이번 일본 제국 제 74회 의회에서 종교를 선정하는 데 앞서 어느 종교가 참된 종교인가를 시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기는 기독교의 예언자이니 자기와 일본 신도와 불교의 제관들을 내세워서 장작더미 위에 앉혀놓고 불을 질러 타지 않는 편이 참 종교라는 것으로 시험해 보고 국교를 창정하라는 것과, 여호와 하나님을 불경하고 사신 숭배를 강요하면 일본 제국은 패망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폭탄적 경고문을 의회에 가지고 가서 던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즉각 반대했다. 일본으로 하여금 회개하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을 질러 놓고 불 속에서 시험을 한다는 것은 일본인이 듣지 않을 것이고, 또 일본 의회에서 경고문을 던져 의회를 소란케 한다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못하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백의 민족으로서 일본 제국을 경성시키는 최후적인 그의 사명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었다.
박장로와 그의 자제는 죽을 각오를 한 표정이 확실했다. 죽을 때가 왔으니 죽자 하는 태세였다. 나도 죽는데는 찬성이다. 죽는 판이라면 그것도 좋다. 그러면 나도 따라 죽는다. 예수를 위해 죽기를 원했고, 또 죽으려고 나선 판에 이제야 죽을 기회가 왔으니 위법이니 죄수니 걱정할 필요가 뭐냐? 죽는 사람들을 따라서 같이 죽으면 되는 것이지 규칙이니 규례를 다시 더 논하지 말고 눈을 꼭 감고 내 뜻에 맞고 안맞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고 죽는 판에 죽어 보자! 내 성격에 맞춰서 나 좋은 대로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이 무슨 희생의 죽음일까? 하나님의 정의와 섭리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판단하려는가! 모든 기도는 우리를 바르게 그의 뜻대로 인도해 왔을것이다. 내게도 결심은 되었다. 나는 급한 마음으로 신변을 정리했다.
.................................. 실격된 순교자의 수기 "죽으면 죽으리라" (상) 안이숙 저 기독교문사 2판 9쇄 2007년 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