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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40대 직장인 남성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무릎 연골이 손상돼 염증이 생긴 퇴행성 관절염이었다. 환자는 특별한 외상 경험도 없었고 퇴행성 관절염을 겪기엔 나이도 비교적 젊어서, 자신이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것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는 젊은 시절부터 무지외반증이 심해 발바닥 바깥쪽에만 힘을 줘 걷는 습관이 있었고, 발을 바깥으로 벌려 걷는 팔자걸음을 걸었다. 이게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이었다.
걸음걸이는 관절 건강에 큰 영향을 안 끼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걸음걸이가 이상하면 체중이 발바닥 한쪽에만 실리고, 이 탓에 발목·무릎·허리에도 무리가 간다. 팔자걸음은 발 앞쪽이 바깥쪽을 향하기 때문에 무릎 바깥쪽에 부담을 많이 준다. 이는 책상에 무릎을 살짝 부딪쳤을 때 받는 충격과 비슷하다. 이런 충격이 평생 걸을 때마다 가해진다고 생각해보면 걸음걸이가 관절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발끝을 안쪽으로 모아 걷는 안짱걸음도 마찬가지다. 특히 몸의 중심축이 안쪽으로 옮겨지고, 상체가 기울고, 하체는 뒤로 돌출돼 몸의 피로까지 유발한다.
걸음걸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다. 대표적인 게 무지외반증, 요족(발바닥이 움푹 패인 것), 무릎 내·외반 변형이다. 신발도 신경 써야 한다. 높은 구두를 자주 신거나 키높이 깔창을 자주 사용하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허리에 힘이 가해진다. 이는 척추관이 좁아지고 신경이 눌리는 척추관협착증 위험을 높인다. 굽이 낮은 신발을 신더라도 신발을 끌면서 걷는 습관이 있으면 족저근막염의 위험이 크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1년에 100만 명 정도이며, 매년 4%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에는 걸음걸이만 교정해도 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환자가 많다.
100세 시대 관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걸음걸이를 고쳐야 한다. 발을 십 일(11)자로 두며 걷고, 뒤꿈치→발바닥→발가락 순으로 발을 디뎌야 한다. 시선은 정면에서 10~15도 정도 위를 바라보고 허리를 곧게 펴면 올바른 걸음걸이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발 굽 높이는 2~3㎝ 정도가 적당하고, 발볼 너비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만약 평발·요족·무지외반증 같이 발 형태에 문제가 있다면 의학용 깔창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