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마중물’
‘땡전뉴스’를 아십니까?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던 사람이라면 아니, 꼭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조금이라도 세상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오후 9시 시보와 함께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한다고 해서 이름붙은 이른바 ‘땡전뉴스’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땡전뉴스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의미는 ‘세상에 대한 희망’이라기 보다는 ‘우리힘으로 바꿀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비아냥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전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염원과 광주민주화 운동을 짓밟고 들어선 정권이 군림하고 있던 그 시절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철권에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전두환 정권의 철권통치에 대항하기 보다는, 선술집에서 나름대로 회포를 푸는 방법으로 이런 조롱과 비아냥을 선택했다.
‘막걸리 보안법’이 술자리까지 감시하고 ‘국가원수 모독죄’가 정권을 지키고 있던 시절, 정권에 대한 비판조차 언론이 한발 앞서 차단하던 시절이었으니, 언론을 개혁해보자는 노력은 고사하고 그에 대한 비판조차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발전의 중요한 고비마다 언론이 걸었던 ‘딴지’의 영향은 컸다. 그 딴지에 걸려 넘어진 민주화운동 진영은 언론에 대한 울분으로 치를 떨었고 그 때마다 역사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민주화운동이나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언론으로부터 호되게 뒤통수를 맞은 기억은 이제 언론계 내에 진정한 대안을 세우는 것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언론계 내에 대안을 세우지 못하면 언론개혁을 아무리 외친들 그것은 이루지 못할 꿈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의 언론을 비판하는 만큼 새로운 대안 언론을 만드는 열망도 동시에 키워야 한다. 또 다른 조롱이나 비아냥거리는 신조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주인이 되는 경인지역 새방송’이라는 대안을 품고 나아가야 한다.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경인지역 새방송’ 설립 움직임은 제대로된 언론을 세우려는 전 iTV 언론인들의 뼈를 깎는 자성과 전국민의 높아진 민주적 의식을 바탕으로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
iTV 경인방송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청자가 주인이 되는 방송사를 세우려는 ‘경인지역 새방송’의 숭고한 땀은 조만간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은 특정 개인이나 자본에 의해 도구화되어서는 안된다. 방송은 국민 모두의 것이고, 그러기 때문은 방송은 지역민 속에서 같이 호흡해야 한다. 온갖 어려운 산고를 겪고 태어날 옥동자 ‘경인지역 새방송’은 그런 점에서 이미 상당한 면역성을 갖추고 있다.
뜻있는 언론인이라면 아직도 부끄러워할 이 ‘땡전뉴스’의 기억을 이렇게 쉽게 끄집어 내서 추억할 수 있는 것도 ‘경인지역 새방송’이라는 맑은 샘물같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수도가 없는 곳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릴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먼저 윗구멍에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땅 속에 있는 큰 물을 마중 나가는 물이라는 뜻이다.
경인지역 새방송을 만드는 일은 언론개혁을 위한 마중물이며, 곧 세상을 바꾸기 위한 마중물인 것이다. 광야를 불사르는 ‘한 점의 불꽃’이 바로 마중물인 것이다.
‘땡전뉴스’ ‘정권의 나팔수’라는 어두운 기억은 이제 고스란히 지우고 역사에 묻어버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밑거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다시는 아픈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 김국래 민주주의민족통일 인천연합 집행위원장
종이신문정보 : 20050520일자 1판 4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5-05-19 오후 6: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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