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의 계절이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재충전 하지만 눈은 ‘중노동’을 한다. 자연스러운 눈의 움직임 같은데, 왜 중노동인가. 눈에 가장 가혹한 상황은 짧은 거리에 초점을 맞춘 채 부릅뜨는 것인데, 바로 독서할 때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눈을 학대하지말자. 눈을 고생스럽게 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의 양식을 마음껏 즐기는 방법이 있다.
[제1강 눈 피로 푸는 법]
◇ 먼 산 찾지 말고 거실 건너편 ‘멍하니 보기’
사람의 눈은 어디를 특별히 쳐다보려고 주목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초점이 40cm 정도 앞에 잡힌다. 안구 내의 볼록렌즈인 수정체는 모양체근이라는 근육이 아래위에서 붙잡고 두께를 조절해서 초점을 맞추는데, 모양체근이 그냥 힘을 빼고 있으면 주시거리가 이 정도로 유지된다. 그런데 눈앞의 책을 들여다보면 모양체근이 수정체를 ‘비정상적으로’ 두껍게 만드느라 힘을 써야한다. 책을 오래 읽으면 눈이 아픈 것은 모양체근이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저녁 독서
스탠드·천장 조명 다 켜고
사람은 책에 집중하면 눈 깜박이는 횟수가 정상보다 30% 이하로 줄어든다. 1분에 15~20회 눈을 깜빡여야 하는데, 책에 빠지면 대여섯 번도 제대로 깜빡이지 않는다. 그러면 안구가 건조해져서 눈이 뻑뻑해지고 이물감이 생긴다. 이런 점을 이해하면, 독서하는 동안 눈의 노동강도를 낮출 수 있다. 우선,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이면 눈이 덜 뻑뻑해진다. 책 읽기 전에 인공누액을한두 방울 넣는 것도 좋다. 주변이 어두울 때는 실내등과 스탠드를 모두 켜 놓고 독서하면 눈이 덜 피로해진다.
눈에 초점 없이 멍하니 보기
좋은 휴식법
무조건 책읽기를 중단한다고 눈이 쉬는 건 아니다. 상투적인 휴식 요령인 ‘책 50분간 읽으면 10분간 녹색 먼 산을 보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실내에서 책을 읽다가 쳐다볼 만한 먼 산을 찾기는 어렵고, 시골에 살지 않는 이상 주변에 녹색도 별로 없다. 이런 요령은 일반인에게 눈 휴식법을 쉽게 이해시키려고 ‘1시간’이라는 단위를 쪼개서 예로 든 교과서적인 설명이다. 실내에서 독서를 하다가 눈을 쉬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눈을 감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눈이 뻑뻑해지면 잠깐 눈을감고 쉬자. 꼭 50분 읽고 10분 감을 필요는 없다. 틈틈이 눈의 노동을 중단시키면 충분하다. 눈을 감지 않는 휴식법은, 실내든 창밖이든 먼 곳을 멍하니 쳐다보는 것이다. 6m 이상 떨어진 곳이 가장 좋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건너편 주방벽 정도를 쳐다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멍하니’ 쳐다봐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한 지점을 주목하면 안구가 초점을 맞춰 집중하면서 모양체근의 노동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모니터 속 녹색 풍경
눈 건강에 역효과
쳐다보는 곳이 녹색이면 더 좋다. 다만 ‘넓게 퍼져 있고’, ‘칙칙한 녹색’이어야한다. 이유는 이렇다. 녹색은 시야각을 가장 좁게 차지한다. 즉, 초점에서 벗어나서 시야 주변부에 넓게 퍼져 있는 녹색은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눈이 덜 피로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컴퓨터 모니터에 녹색 풍경 사진을 띄워 놓고 쳐다보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모니터라는 작고 제한된 공간 속의 녹색은 눈의 초점을 집중시킬 뿐, 주변 실내의 온갖 잡색은 눈을 계속 자극한다. 또 채도가 낮은 녹색이어야 눈의 피로를 풀수 있다. 원색의 녹색은 오히려 눈을 어지럽히고 자극한다.
“어떻게 해도 독서가 가져오는 안구 피로는 쌓인다.
그렇다고 책 읽기를 중단하는 것이 눈에 휴식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건너편 주방벽 정도를 멍하니 쳐다보는 것이 눈을 가장 편안하게 하는 방법이다.“
[제2강 안구건조증 해소법]
◇ 하루 두 번 눈 온찜질 효과적, 안구운동은 글쎄?
공기가 건조해지는 가을이 되면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면서 눈을 괴롭힌다. 눈이 뻑뻑하면서 따갑거나 시린 것이 안구건조증 증상인데, 이런 증상이 심하면 안과에 가서 세극등현미경검사나 눈물량검사를 받아서 안구건조증 여부를 진단받아 볼 필요가 있다. 세극등현미경검사는 밝고 가는 광선을 눈동자에 비추면서 현미경으로 눈을 들여다보아 눈물이 충분한지 살펴보는 것이다. 눈물량검사는 전문용어로 ‘쉬르머테스트’라고 하는데, 긴 종이를 눈에 살짝 걸친 뒤 5분간 눈을 감고 있는 동안눈물이 종이를 얼마나 적시는지 살펴보는 검사다.
방치하면 뻑뻑해져서
염증 생길 수도
안구건조증으로 진단받으면 인공눈물을 넣어서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억제해야 한다. 안구건조증을 방치하면 각막이 혼탁해지거나 상처가 나서 시력에까지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안구건조증 증상은 하루 중 잠을 자고 일어난 뒤에 가장 심하다. 잠자는 동안에는 눈물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공눈물은 자고 일어나서 바로 넣고, 이후에도 적당한 간격으로 넣으면 된다. 인공눈물은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과 약국에서 그냥사면 되는 일반의약품이 있고, 성분도 다양하다. 일반의약품을 써도 무방하지만, 안구건조증이 오래 지속되면 대부분 각막·결막 등 안구 표면에 염증을 일으키므로 되도록 안과에서 염증여부를 확인해 치료하고 전문의약품을 처방받아 쓰는 편이 낫다.
안구건조 증상
이렇게 완화시킬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사실상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의 치료가 대부분이다. 수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떤 방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인공눈물은 점안액 형태의 제품을 많이 사용하지만, 증상 억제 측면에서는 젤이나 연고 형태의 제품이 더 효과가 좋다.
특히, 잠자기 전에 사용하려면 점안액 형태보다 젤이나 연고 형태의 인공눈물을 써야 한다. 점안액은 눈에 넣은 뒤 30분~1시간 지나면 증발하기 때문에 취침 직전에 넣으면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 안구건조증이 덜 생기도록 하지 못한다. 반면, 젤이나 연고 제품은 다음날 아침 증상 억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어떤 인공눈물이라도 눈이 불편한 증상을 일시적으로 줄여 주거나 눈물량을 약간 증가시켜 줄 뿐 안구건조증의 근본 치료는 하지 못한다.
눈 주변 온찜질로도 눈물 증발을 막을 수 있다. 안구건조증 환자의 상당수는 지방을 분비해서 눈물 증발을 억제하는 마이봄샘의 기능이 저하돼 있다. 눈 주변을 하루 두 번 10분간 뜨거운 물수건 등으로 찜질해 주면 마이봄샘의 지방 분비 기능이 개선돼 눈물 증발을 다소 억제할 수 있다.
누공폐쇄술은 안구건조증이 아주 심할 때 눈물이 눈에서 코로 빠져나가는 경로를 막아서 부족한 눈물이라도 눈에 조금 더 머물도록 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이런 수술이 필요할 만큼 안구건조증이 심한 사람은 많지 않다.
한약으로 안구건조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한방은 진액 및 영양 공급, 간과 신장의 원활한 순환에 도움이 되는 약재를 쓴 한약 복용을 중심으로 침치료와 뜸, 교정치료 등으로 안구건조증을 치료한다. 이런 치료를 받으면 체내 수분대사와 혈액순환이 원활해져서 눈물생성이 정상화되고 안구 피로감이 낮아진다.
침을 맞는 방법도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팀이 안구건조증 환자 15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쪽은 1주일에 세 번씩 찬죽·양백·승읍·사죽공 등 눈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았고, 다른 쪽은 침치료 없이 인공눈물을 쓰게 했다. 4주 후 두 그룹을 눈물막파괴시간검사(눈물이 안구 표면에 머무르는 시간 측정)로 비교해 보니, 침치료를 받은 그룹은 증상이 10% 호전됐다. 침치료의 효과는 8주간 지속됐고, 안구표면질환지수도 32% 개선됐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안구건조증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방치할 경우 눈에 지속적인 마찰과 자극을 주기 때문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눈이 뻑뻑해진 것 같으면 바로 안과를 찾아가자. 간단한 검사로 안구건조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제3강 복잡한 눈 구조 바로 알기]
◇ ‘눈의 주인공’은 망막, ‘눈 중의 눈’은 황반
다른 신체 부위는 손상돼도 불편한 대로 적응하며 살거나 보조장비로 기능을 보완할 수 있지만, 시력은 잃으면 대책이 없다. 그런 만큼 사람들은 눈 건강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눈과 관련한 설명을 듣거나 언론 기사를 읽다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된다. 설명에 등장하는 눈의 구조와 기능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크랩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도록 눈의 주요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① 공막 안구의 바깥 층.
② 유리체 눈 뒤쪽을 채워 눈 모양을 만드는 두꺼운 젤리.
③ 황반 망막 가운데의 가장 예민한 부분, 색을 감지하는 원뿔 세포가 있다.
④ 시신경 빛 수용기가 보낸 신경전달 신호를 뇌로 전달한다.
⑤ 시신경유두 망막과 시각신경이 합쳐져 빛을 감지할 수 없는 부분.
⑥ 섬모체소대 수정체를 모양체에 접착해 제자리에 고정시킨다.
⑦ 결막 눈꺼풀 안쪽과 공막을 덮고 있는 젖은 상채의 얇은 막.
⑧ 동공 빛이 눈으로 들어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빛의 양에 따라 열리는 정도가 달라진다.
⑨ 홍채 동공 크기를 조절하는 근육을 가진 고리.
⑩ 각막 투명한 막으로 눈 앞쪽의 곡면을 이루고 있다. 초점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⑪ 수정체 말랑말랑하고 투명한 원반. 망막에 세밀히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⑫ 섬모체 수축하거나 이완함으로써 수정체가 얇아지거나 두꺼워지게 만든다.
⑬ 망막 빛 수용기로 가득찬 막.
⑭ 맥락막 망막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막.
※안과에서 듣는 현장표현별 눈의 구조와 기능
탁구공만 한 눈은 10여 개의 정교하고 복잡한 ‘부속품’으로 구성된 사진기다. 전체 부속품은 크게 외부 이물질로부터 안구를 지키는 ‘다단계 보호막’, 외부에서 들어온 빛을 초점을 맞추며 필름까지 쏘아 주는 ‘렌즈’, 상이 맺히는 ‘필름’, 사진기가 작동하도록 하는 ‘전원부’의 네 부분으로 나뉜다. 일부는 기능이 겹친다.
‘각막을 깎는다’
‘결막이 충혈됐다’
각막 검은자위(동공과 홍채)를 덮고 있으며, 빛을 있는 그대로 투과시켜야 하므로 잡티 하나 없이 투명하다. 두께는0.55mm전후로, 독자가 지금 읽고 있는 월간헬스조선 5~6페이지 정도를 겹쳐 잡은 두께와 비슷하다. 각막은 모두 다섯 겹으로 구성돼 있는데, 크게는 가장 바깥쪽에 상피(각막 두께의 10% 차지)와 그 아래쪽의 각막실질(각막 두께의 90% 차지)의 둘로 나눠 보면 된다. 각막은 검은자위의 보호막인 동시에 빛의 초점을 조절하는 볼록렌즈 기능도 한다. 볼록렌즈인 각막을 라식. 라섹으로 깎으면 안경 도수를 조절하는 효과가나서 시력이 교정된다.
결막 흰자위 윗부분을 덮는 촉촉하고 얇은 막이다. 안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이 많다. 피곤할 때 눈에 핏발이 서는 것은 결막 모세혈관이 터져서 충혈되기 때문이다. 결막은 세균.바이러스.미세먼지 등 외부 유해물의 공격에서 눈을 보호한다.
공막 결막 아래에서 안구 대부분을 직접 감싸서 보호하는 섬유질의 질긴 막이다. 검은자위 부분은 투명한 각막이 덮고 있고, 나머지 흰자위 부분은 공막이 감싸는데, 흰자위가 흰색인 이유는 다름 아닌 공막이 흰색이기 때문이다.
‘동공 움직임을 확인하자’
‘홍채 신원인식 시스템’
동공ㆍ홍채 동공은 안구 한가운데에 있는 구멍으로, 빛이 들어가는 통로이다. 눈동자에서 가장 검은 부분이다. 원래 검은색인 구조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굴 안쪽이 캄캄하듯 눈 안쪽으로 깊게 뚫린 구멍이라서 바깥에서 보면 검 은 것이다. 정상 직경은 3~4mm이며, 어두운 곳에서는 5~6mm까지 커지고 밝은 곳에서는 2mm로 축소된다. 동공크기를 조절하는 조직이 홍채다. 홍채는 동공을 둘러싼 부분으로, 외부 빛의 양에 따라 수축.이완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근육을 갖고 있다. 사람 눈동자의 색깔은 동공(동공은 누구나 까맣다)이 아니라 홍채의 색깔이다. 홍채의 세세한 색깔과 무늬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스파이 영화의 비밀시설 출입구에서 눈동자로 출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홍채를 확인하는 것이다. 동공의 지름 크기나 움직임이 비정상적인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안과적인 문제 외에도 전신 신경계통이나 정
신 장애를 진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백내장이 있으니
인공수정체로 갈아 끼우자’
수정체 각막을 거쳐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을 굴절시켜 망막으로 보낸다. 사진기 렌즈는 앞뒤로 움직이면서 필름에 상을 보내는 굴절 각도를 조절하지만, 수정체는 눈 속에서 앞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대신 불룩해졌다가 홀쭉해졌다 하면서 각도를 조절한다. 수정체 자체는 투명한 섬유질이며, 주머니에 싸여 있다. 나이가 들면 수정체에 노폐물이 쌓여 투명하던 색깔이 희뿌옇게 되는데, 이것이 백내장이다. 백내장 수술이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갈아 끼우는 것이다. 노안이 함께 있는 경우 백내장 수술을 할 때 가까운 곳을 잘 보도록 각도를 맞춰 놓은 특수한 인공수정체로 갈아 끼우면 노안까지 함께 해결된다. 다만, 백내장은 없고 노안만 온 경우는 수정체를 교체하는 수술을 권장하지 않고, 레이저 노안수술을 한다. 레이저 노안수술은 양쪽 눈의 각막을 다르게 깎아서 한 눈은 가까운 곳을 잘 보이고 다른 눈은 먼곳을 잘 보이도록 일부러 ‘짝눈’을 만드는 것이다.
‘모양체가 약해지고 있어
곧 노안이 될 것 같다’
모양체 수정체의 아래위에서 각각 앞에서 뒤로 잡아당기는 형태의 직삼각형 조직이다. 근육과 혈관 등으로 구성돼있는데, 이 중 근육(모양체근)이 눈이 먼 곳과 가까운 곳을 자유자재로 볼 수 있도록 한다. 수정체는 모양체근이 잡아당기면 홀쭉해지면서 가까운 물체에 초점이 잡히고, 잡아당겼던 것을 풀어놓으면 볼록해지면서 원래대로 먼 곳에 초점이 잡힌다. 사람이 나이 들면 다른 근육처럼 모양체근도 탄력을 잃으면서 약해진다. 그러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눈 앞의 글씨가 제대로 안 보이는 노안이 온다.
‘유리체절제술’
‘유리체가 혼탁하다’
유리체 안구의 가운데 빈 공간에는 투명하고 끈끈한 달걀 흰자위 같은 물질이 가득 차 있는데, 이것이 유리체이다.
당뇨병 합병증 등으로 망막혈관이 터져서 유리체 안에 혈액이 흘러들거나, 망막 일부가 안구 벽에서 떨어져서(망막박리) 유리체 안을 떠돌거나, 유리체 자체가 혼탁해지면 이런 불순물이 있는 부분은 빛이 통과하지 못하므로 눈 앞에 작고 검은 날벌레가 날아다니는 듯한 비문증이 생기고, 심하면 시력이 손상된다. 상태가 심하면 유리체를 모두 빼내고 식염수를 대신 채우는 유리체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당뇨병성망막증이 있다’
‘망막이 찢어졌다’
망막 각막부터 유리체까지 온갖 투명체를 통과해 들어온 빛은 드디어 망막에서 상이 맺힌다. 망막은 벽지처럼 눈의 가장 안쪽에 얇게 발라진 막이다. 사진기 필름, 영화관 스크린에 해당한다. 안구 내부 총면적 중 3분의 2에 망막이 붙어 있다. 기능으로 따지면 망막이 ‘눈의 주인공’이다. 안구의 다른 모든 부위는 망막을 지탱해 주거나 망막까지 빛이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셈이다. 두께는 0.25mm 정도에 불과하지만, 신경세포・색소세포・혈관 등 10개 세포층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인 것은 망막이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서 시신경에 전달해야 하는데, 전기 신호 변환과정이 아주 복잡하기 때문이다. 황반변성, 당뇨병성망막증, 망막박리 등 시력을 앗아가는 주요 질환의 상당수가 망막 이상 때문에 나타난다. 하지만 인공각막이나 인공수정체가 안심하고 쓸 수 있을 만큼 발전한 데 비해, 인공망막은 개발되지 않았다.
‘황반변성’
‘시신경이 손상됐다’
황반 요즘 부쩍 늘고 있는 안과 질환인 황반변성이 생기는 부위이다. 망막 한가운데에 있으며, 지름 3mm 정도이다. 망막의 시각세포가 밀집해 있는 부위로, 외부에서 들어온 빛의 초점이 맺히는 핵심 부위다. 그래서 황반을 ‘눈중의 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반(黃斑)이란 이름은 이 부위가 노란색이기 때문에 붙었는데, 루테인이라는 녹황색 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으면 시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데, 녹황색 채소에 루테인이 많은 덕분이다. 황반변성은 노화와 고지방식 등으로 망막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생겼다가 피딱지가 맺히면서 황반 앞을 막는 질병으로, 동맥경화.뇌출혈 등과 일맥상통하는 혈관 질환이다.
시신경 녹내장과 직접 관련돼 있다. 외부의 빛이 망막에 상을 맺으면, 망막은 이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서 시신경에 전달하고, 시신경은 전기 신호를 뇌의 시각중추로 보낸다. 시각중추가 전기 신호를 풀어서 원래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재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신경은 TV 케이블에 비유할 수 있다. 100만가닥의 신경세포다발이 모여서 한 줄의 시신경을 이룬다. 안압이 올라가서 시신경이 눌리면 두뇌에 시각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데, 이것이 녹내장이다. 녹내장은 시력을 잃은 눈동자가 녹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방수가 정체돼 있다’
‘섬유주에 이상이 있다’
방수ㆍ섬유주 녹내장 설명에 자주 등장하는 부위이다. 방수란, 눈 속의 섬모체라는 부분에서 분비돼 눈 속을 지나가면서 각막과 수정체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액체다. 신체 다른 부위에서는 혈액이 수행하는 기능이다. 방수는 눈 속을 흐르는 과정에서 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도 한다. 방수는 수정체 앞쪽을 돌며, 다 돌면 눈 바깥쪽 혈관으로 빠져나간다. 방수를 혈관으로 내보내는 배수구가 섬유주이다. 섬유주에 이상이 생기면 방수가 눈 바깥으로 흘러나가지 못하면서 풍선에 공기가 차면 팽팽해지듯 안압이 높아져서 녹내장이 된다. 녹내장은 여러 원인이 있는데, 방수가 섬유주까지는 잘 도달했다가 그 이후에 제대로 흘러나가지 못해서 생기는 녹내장을 ‘개방각녹내장’이라고 한다. 개방각녹내장이 우리나라 녹내장 중 가장 흔한 녹내장이다.
/ 이동혁·김련옥 기자 kyo@chosun.com
도움말: 김기석(새빛안과병원 진료부장), 박영순(박영순아이러브안과 원장), 송준호(미아체한의원 원장), 임석범(성모맑은눈안과 원장)
월간헬스조선 10월호(164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