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4일
날씨가 흐렸습니다.
대전에서 8시30분 출발
영월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어 있었어요. 먼길이었습니다.
해설을 담당하신 박상일 시인은
늘 그렇듯이 영월에 대한 자세한 사전지식을 주셨습니다.
영월이라는 지명, 단종, 김삿갓에 대하여...
- 단종의 절망을 따라서-
계유정난 후 상왕으로 계시던 단종은
복위운동의 여파로 폐위되어
1457년 윤 6월 22일 창덕궁을 출발
일주일만인 6월28일 청령포에 유배됩니다.
<단종 어소>
승정원 일기에 의거 당시 모습을 재현한 단종 어소
당시에 아무도 들지 못했던 어소에는
1박2일 촬영후 관광객이 몰려
평일에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한참 기다렸어도 건물만 찍을 수 없었지요.
전망대에서 보는 서강
폐위되어 노산군으로 불린 17살 어린 임금이
이곳에 올라 한양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던 곳이라하여 '노산대'라 부릅니다.
그가 서있던 자리엔...
<망향탑>
노산대 가는 길에 세워진 돌탑으로
단종이 한양에 두고 온 왕비 송씨를 그리워하며
주변의 돌로 쌓아 올렸다는 탑
노산대에서 본 서강
<관음송>
청령포에서 가장 큰 소나무로
단종의 슬픈 모습을 보고,
절절한 울음소리를 들었다하여 관음송이라 불리는 나무입니다.
<금표비>
청령포에서 동서로 삼백척
남북으로 사백구십척 안에 일반인은 함부로 드나들지 말것.
<관풍헌>
청령포가 홍수로 물에 잠기자
관풍헌으로 옮겨 그해 10월 24일 사사되기까지 머무신 곳.
지금은 어느 종교의 포교당인듯 '약사전'이란 현판도 붙어있어요.
당초 관풍헌은 영월의 객사였다 합니다.
<자규루, 현판은 매죽루>
血淚春谷落花紅/端宗 子規詩
一自寃禽出帝宮(일자금원출제궁) 弧身隻影碧山中(고신척영벽산중)
假面夜夜眼無假(가면야야면무가) 窮恨年年恨不窮(궁한년년한불궁)
聲斷哮岑殘月白(성단효잠잔월백) 血流春谷洛花紅(혈류춘곡낙화홍)
天聾尙未聞哀訴(천롱성마문애소) 何奈愁人耳獨聽(하내수인이독청)
피 눈물 흘러서 봄꽃은 붉다(혈루춘곡낙화홍)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나온 뒤
외로운 몸 짝없는 그림자가 푸른 산속을 헤멘다.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못 이루고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두견새 소리 그친 새벽 묏무리에 달빛만 희고
피눈물 흘러서 봄 골짜기엔 꽃만 붉구나.
하늘은 귀머거리인가 애끊는 하소연 어이 못듣고
어찌하여 무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들리는고.
단종이 잠드신 '장릉'
이렇게 찍을 수가 없어
안내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장릉에서 내려다 본 정자각>
단종은 영월에서 넉달 정도 사셨지만,
돌아보면서 느끼기엔 몇십 년을 머무신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릉이 도성 백리를 벗어나 영월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슴 저린 사연이 지워지지 않아서 인듯도 합니다.
- 1. 김삿갓의 흔적을 찾아서 -
난고 김병연의 묘를 오르는 길에
시비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허연머리 너 김진사 아니더냐
나도 청춘에는 옥인과 같았더라
주량은 점점 늘어가는데 돈은 떨어지고
세상일 겨우 알만한데 어느새 백발이 되었네.
-샘물을 떠 마시면서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읊은 시-
還甲宴 환갑연
彼坐老人不似人(피좌노인불사인) 疑是天上降眞仙 (의시천상강진선)
其中七子皆爲盜(기중칠자개위도) 偸得碧桃獻壽筵 (투득벽도헌수연)
저기 앉은 저 노인은 사람 같지 않으니
아마도 하늘 위에서 내려온 신선일 테지.
여기 있는 일곱 아들은 모두 도둑놈이니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를 훔쳐다 환갑 잔치에 바쳤네.
* 환갑 잔치집에 들린 김삿갓이
첫 구절을 읊자 자식들이 모두 화를 내다가.
둘째 구절을 읊자 모두들 좋아하였다.
셋째 구절을 읊자 다시 화를 냈는데
넷째 구절을 읊자 또 모두들 좋아하였다 한다.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는 천 년에 한번 열리는 복숭아로 이것을 먹으면 장수한다고 하였다.
秋美哀歌靜晨竝 (추미애가 정신병)
雅霧來到迷親然 (아무래도 미친연)
凱發小發皆雙然 (개발소발 개쌍연)
愛悲哀美竹一然 (애비애미 죽일연)
가을날 곱고 애잔한 노래가 황혼에 고요히 퍼지니
우아한 안개가 홀연히 드리운다.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모두가 자연이라
사랑은 슬프며, 애잔함은 아름다우니 하나로 연연하다
.
생시에 둘째 아들이
전국을 떠도는 아버지 김삿갓을 세번이나 찾아 갔지만,
아들 몰래 매번 도망치다가
천상으로 돌아간 후에야 아들과 함께 왔다는
소박한 방랑시인의 묘
평소에는 삿갓을 쓰신다는 분이신데,
오늘은 벗었네요.
넘치게 호탕한 음성이 기억납니다.
제가 좋아하는 클로버가 피어,
팔찌로 묶은 꽃에서 기막힌 향기가...
묘소에서 내려다본 풍경
김삿갓 문학관도 삿갓을 썼습니다.
<문학관 앞의 시비>
정담
김삿갓: 樓上相縫視見明 다락위에서 만나보니 눈이 아름답도다
有情無齬似無情 정은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것 같구나
여인 : 化無一語多情蜜 꽃은 말이 없어도 꿀을 많이 간직하는 법
月不踰墻問深房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을 찾아들 수 있다오
김삿갓이 서당에서 신세를 지며 달밤에 밖을나오니 누각에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이 그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시한수를 읊어 주자, 여인이 김삿갓의 시구에 답을 하였다.
영월에는 여러번 왔으나 김삿갓의 흔적은 처음 대하는지라
바쁜 중에도 인증 컷 한 장을 찍었습니다.
그럼 혹시 제게도 시심이 전이될까 싶어서요.
ㅎㅎ ~
<점심 식사를 했던 영월 문화예술회관 앞 '만선식당'의 벽화 >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김삿갓을 만나고
자유롭지 못한 우리는 대전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여러분, 좋은 시간 되십시요.
봄비. 권예자.
첫댓글 김삿갓과 나란히 서계신 봄비님, 봄비님의 방랑도 삿갓님 못지 않으십니다. 무작정이 아닌 테마가 있는 방문(?)이 좀 다르지만요.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자유롭게, 김삿갓처럼 방랑하고 싶은 엄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얄지 ... .
운주사와 부석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운주사는 무언가 많은 생각을 할수 있을 것 같은 절이고, 부석사는 가람 배치가 좋고, 전망이 아름다워서요.
저는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도 늘 한시간 정도로 정신없이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인 기동성이 없어서 단체에 끼어서 가다보니... 영월도 그렇습니다. 혼자 가서 천천히 보아야 하는데...
부석사, 부석사 다 가보구싶어요. 그리고 하루 종일 머무르고 싶습니다. 우선 유월초에 남해 금산과 보리암에 갈 생각입니다. 남해바다를 보면서 소식 드릴께요.^^
아~ 보리암에 가시나요? 제가 꼭 다시가서 하룻밤 지내고 동틀 무렵의 '해수관음상'을 보려고 벼르는 곳입니다.
금산은 멋진 바위와 내려보는 경치가 좋은 곳으로 알고있지요. 엄지바우님이 좋아하실 만한 곳 인듯 합니다.
요즘은 입구에 연등이 고울듯도 하군요. 소식 기대.
청령포에 다녀온 듯 구경 잘 했습니다. 저도 4-5년 전에 그곳을 다녀와 '청령포를 찾아서'란 글 한 편을 썼던, 가슴 아픈 곳입니다. 그곳을 다시 보니 서강의 물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습니다. 어쩌면 사진을 그렇게 잘 찍으시는지.
사진은 잘 못 찍습니다. 칭찬 듣기 민망. 다만 기록을 위하여 찍을 뿐이지요.
저는 청령포를 여러번 갔어도 글을 남기지는 못했답니다.
조금은 남과 다른 시선으로 보아야하는데, 창의력이 약해서 시작을 못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