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순나무(Illicium religiosum S. et Z.)
처음 이 나무를 봤을 때는 갈기갈기 갈라져 있는 꽃모습에 놀랐고
두 번째는 그 어떤 표현으로 설명하기 힘든 향에 놀랐답니다.
붓순나무는 새순이 붓처럼 생겼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랍니다.
이 붓순나무에는 그 특별함이 있는 것 같네요.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푸른 나뭇잎에 숨어 있는 백록색의 꽃.
꽃뿐만 아니라 나무 전체에서 뿜어내는 오묘한 향.
제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참 매력적인 나무랍니다.
이른 봄이 되면 괜히 붓순나무 근처에서 서성이게 된답니다.
'언제면 붓순나무의 그 특별한 향을 맡을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붓순나무의 『Illicium』은 '유혹한다.'라는 뜻인데요.
이 특이한 향이 사람을 유혹하기에 지어진 것이 아닐까요?
붓순나무의 열매는 8개의 각으로 나눠지기에
제주 방언으로는 '팔각낭'이라고 한답니다.
녹색의 8개의 날개는 시간이 지나면서서서히 다물었던 입을 여는데요.
그 안에는 주황색의 씨앗을 가지고 있답니다.
붓순나무는 불교와 관련이 있는 나무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사찰 주변에 많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그 이유가 열매의 생김새가 인도의 천축무열지에 있는 청연꽃을 닮았다고 하여
불전에 올리는 신성한 나무라 하여 사찰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하네요.
지금 붓순나무 근처를 지나가보세요.
그 특별한 향을 느낄 수 있답니다.
과이름 : 붓순나무과 (llidacea)
학 명 : llicium rehiosum Siebold et Zuccarini
분포지 : 제주도, 완도, 진도 등의 난대림
특 징 : 상록성 활엽 관목, 2~4월 유백색꽃, 9~10월 열매 성숙
용 도 : 관상용, 약용, 목재세공
멀리 빛나는 별 빛까지 꽃잎 모양으로 담은 듯한 우유빛 꽃,
반질한 윤기가 흐르고 귀엽고 친근감 넘치는잎새,
꽃은 물론 수피와 잎 등 온몸으로 내어 놓는 향기... 바로 붓순나무의 모습이다.
나무치고 이만큼 매력적인 꽃나무도 많지 않을 터이지만
자라는 곳이 남쪽에 제한된 까닭에 이 나무를 아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붓순나무를 볼 때마다
이 좋은 나무를 따뜻한 남쪽에 사는 사람만 즐기지 말고
온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붓순나무는 연평균 기온이 12도 이상인 지역에서만 겨울을 날 수 있으며
더욱이 크게 자라는 덕택에 분에 담아 실내로 들여 올 수도 없는 형편이니
중부지방에선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제주도에서는 이월이면 벌써 붓순나무가 꽃봉오리를 터트리며 사람을 유혹한다.
지름이 손가락 한마디쯤 되는 꽃은 길쭉하고 길이가 일정하지 않은 꽃잎들이
6장에서 12장 정도씩 모여 자유롭게 벌어지는데 그 모습이 개성있으며
일찍 시작한 개화가 봄이 가도록 계속되어 더욱 좋다.
붓순나무는 지방에 따라서 가시목이라고 하고 발갓구, 말갈구라고 하기도 한다.
이 나무의 학명 중 이리시엄(Illicium)은 유혹한다는 뜻의 이리시오 (illicio)에서
유래되었는데 바로 이 나무의 향기가 워낙 특별하여 사람을 끌어 당기므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하고 레질리오섬(religiosum)은 종교적이라는 뜻인데
이 나무가 불교와 관련이 깊어 그런 혁명이 붙게 되었다.
붓순나무는 불교와 관계가 깊은 나무라는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도 사찰에 간혹 심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불전이나 묘지에 바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이웃한 중국이나 일본도 같다.
이 나무와 종교와의 관계는 호박처럼 납작하게 둥글면서도
여러 각이 지는 열매의 모양 때문인데
그 모습이 마치 인도에 있느 천축무열지에 있는 청연꽃을 닮았다 하여
부처님 앞에 바쳐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붓순나무는 무덤가에 심는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물론 종교적인 이유가 크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향기를
짐승들은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토장묘를 쓰는 지방에선 특히
산짐승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그 밖에 붓순나무의 목재는 염주알을 만드는데 부드럽고 촉감이 좋다고 하고
양산대나 주판알 또는 기타세공물을 만들기도 하며,
수피와 잎의 특별한 향기는 칠하는 향료 같은 것을 만들기도 한다고하고
수피의 추출물은 강한 혈액응고작용이 있어 약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독성(특히 열매)이 있는 식물이다.
이유미<산림청 국립 수목원 임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