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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대만의 기업조직: 제도의 관점에서 동아시아 자본주의 경제조직 The Economic Organization of East Asian Capitalism Marco Orr , Nicole Woolsey Biggart, Gary G. Hamilton Thousands Oaks, CA: Sage, 1997. 김인영 일본에 뒤이은 동아시아 네마리 용의 경제성장은 학계에 수많은 연구과제를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경제적 성취를 연구한 서양의 대다수의 학자들이 단순히 오리엔탈리즘에 근거하여 다양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하나의 연구대상으로 파악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설명하면서 국가중심 이론, 사회중심 이론, 제도중심 이론, 문화론적 이론, 기업의 특수성 이론 등 많은 이론과 접근법들을 양산해 내었다. 이 모든 연구가 동아시아 자본주의East Asian capitalism에 관한 연구라고 범주화될 수 있다. 오루Orru, 비가트Biggart, 헤밀턴Hamilton이 자신들이 발표했던 기존의 논문들을 모은 The Economic Organization of East Asian Capitalism은 두 가지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새롭다. 첫째는 이제까지는 주의 깊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동아시아 기업조직, 특히 기업연결망corporate network을 분석하면서, 동아시아 경제성장 요인의 추적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경제제도의 차이를 문화적으로 이해하려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어 취급하는 조야한 오리엔탈리즘과는 달리 일본, 대만, 한국 기업제도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어, 이 차이들이 어떻게 각국의 경제현상에 나타나는가를 주된 연구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이론적인 조망을, 제2부에서는 일본, 한국, 대만의 기업제도의 차이를, 제3부에서는 일본과 독일, 대만과 이탈리아, 한국과 프랑스의 기업연결망에 관해 비교분석 하면서 각국의 경제행위를 비교분석하고 있다. 비가트는 아시아의 경제조직 설명하면서 베버의 제도적 관점institutional perspective을 원용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패턴{{ 경제패턴이란 경제조직, 산업조직, 산업관행을 의미한다. }}을 설명하는데는 4가지 접근법이 있는데 정치경제적 접근법, 시장 접근법, 문화적 접근법, 제도적 접근법이 그것이다. 정치경제적 접근법(political economy approach)은 경제발전에서 국가의 역할강조하며, 시장 접근법(market approach)은 경제적 요인 설명에 치중하고, 문화적 접근법(cultural approach)은 경제체제란 사회 질서의 산물(the economic system as a product of the social order)이라는 기본 가정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면 일본적인 조직관행, 즉 개인의 그룹에의 복종, 연공서열, 합의제적 정책결정 등은 일본인의 wa(조화)에 대한 신념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의 사업관행이나 기업구조는 유교에 근거하는데 노동자들의 자기규율, 상사에의 충성, 사업 파트너로서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관행은 유교적 신념체계의 산물이라는 설명을 한다. 마지막으로 비가트가 취하고 있는 제도적 접근법(institutional approach)은 제도화된 사회적 권위 관계의 중요성에 기초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베버의 사회학에 유래하는데 "경제적 행위란 사회적 행위의 부분이다"라든가 "경제행위는 제도에 배태되어 있다"는 명제에 근거하여(the embeddedness of economic activity in institutions) 경제 행위란 개별화된 개인의 자율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후로 개인은 이 제도화된 행위패턴을 무시하고 경제행위를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즉 경제행위가 사회관계 내에 배태(embedded)되어 이루어지고 있다는 최근의 경제사회학에 기반을 두고있다. 예를 들면 1983년 도시바그룹의 한 자회사가 소련에 공작기계 판매를 금지하는 미일간의 협정을 무시하고 판매하였고 이것이 1987년에 드러났을 때 도시바 그룹 가운데 제일 큰 회사의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개인의 경제적 행위가 사회적 행위의 일부분임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이 회사는 협정을 무시한 자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지 않았어도, 자신의 회사가 도시바 그룹의 공동체(community)를 대표하고 있었으므로 그 회사 사장의 사임은 일본의 기업행위의 도덕 기준(the moral standards of firm behavior in Japan)으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기업의 조직논리 (the organizational logics)의 경우에도 위의 명제는 적용된다. 예를 들어 미국경제는 자율적인 회사들과 독립적인 행위자를 간의 제도적 논리에 기초한다. 미국내의 회계 법규, 채용 관행, 반독점법 등 이 모든 것이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자율성autonomy이 옳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반면에 일본인 회사들은 공동체적 논리communitarian logic, 한국회사들은 가산적 논리patrimonial logic, 대만의 회사들은 가족연결망적 부계 논리patrilineal logic가 제도적 특징을 이룬다는 비가트의 주장이다. 이러한 논리들은 기업간의 관계(기업제도)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사회제도)도 설명하는데, 예를 들면 한국기업 그룹의 가산적 논리는 가족 내에서도 국가와 기업간의 관계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가부장주의는 한국 역사 깊이 뿌리 박혀 있으며, 여러 종류의 사회관계를 조직하는 이해의 바탕이 된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제도적 분석은 다층적인 분석방법이다. 즉 제도적 접근은 거시적 수준, 미시적 수준에서 모두 분석하나, 주로 중간수준의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비가트와 헤밀튼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성공에 관하여 서구의 비평가들이 불공정한 무역관계, 국내경제의 불완전성과 왜곡을 주로 언급하지만, 이는 서구인들이 동아시아 기업들을 카르텔처럼 인식하고 아시아 자본주의의 특징인 기업간의 네트워크 유대network ties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신고전 학파에 기초한 서구의 학자들은 아시아의 네트워크 자본주의Asia's network capitalism가 불완전한 시장조건에 근거해 있으며, 이 지역의 활발한 경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데 반하여, 비가트와 헤밀튼은 아시아 자본주의의 성공적인 네트워크 구조로 볼 때, 신고전주의 모델은 자본주의의 일반 모델이 아니며, 서구의 경험에 기초한 서구에만 적용되는 서구중심적ethnocentric 모델이라고 비판한다. 즉 신고전학파가 상정하는 자유시장 조건들이 아시아에서는 성공적인 자본주의 경제를 가지기 위한 결정적인 조건이 아니며 아시아의 경제는 서구 경제의 제도적 논리와 다른 관계들relations에 기초한 제도적 논리를 보여준다고 하면서 그 차별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자면 한국의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공석이 있을 경우 친구나 친척을 추천하도록 권장하는데 이는 한국인이 유대ties에 기초한 자본주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경제는 기업집단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데 더 이상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고, 은행이나 종합무역회사로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일본의 시장내 네트워크 자본주의를 걸라크Michael Gerlach는 동맹자본주의alliance capitalism라고 부르고 있다. 비가트와 헤밀튼은 아시아 기업의 성공을 설명하는 기존의 3가지 이론들, 즉 문화론, 경영론, 국가론 모두 충분하지 않고 조직과 관행에 근거한 제4의 이론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즉 문화론의 경우 유교문화가 성공의 관건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중국, 일본, 한국의 유교전통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어느 유교를 택해야 발전을 이룩할 것인가라는 논리모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경영에 초점을 맞춘 이론의 경우 기업조직이 잘못되었던가 경제가 잘못 운용되었다고 하면서 일본적 합의 경영의 효율성 강조하던가 또는 적시재고 시스템the just-in-time inventory system의 효율성을 강조하는데 한국과 대만의 경제는 일본과 다르게 조직되어 있고, 한국과 대만 기업이 합의 경영을 받아 드리지 않고서도 또는 적시재고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성공적인 이유는 무엇인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론의 경우 결정적인 요인은 국가와 기업간의 관계인데 이 국가-기업의 관계에서 정부는 국내경제를 조정하고, 은행과 같은 중요 경제기관을 통제하며, 성장산업을 장려했다. 아시아에서 배울 교훈이란 국가가 재치 있게 산업을 계획하고 경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 한국, 대만에서 국가와 기업간의 관계가 모두 다르며 국가의 역할도 모두 다르다. 일본의 경우 기업이익의 조정자negotiator of business interests, 한국의 경우 경제운용자, 대만의 경우 한국처럼 정부가 권위주의적이기는 했으나 정부는 사실 운송이나 에너지와 같은 산업기간시설만 책임졌다. 그래서 Milton Friedman은 Amsden과는 달리 대만을 시장경제의 성공모델로 보았다. 비가트와 헤밀튼이 제시하는 "제4의 이론"이란 아시아에 비교우위를 가져다주는 것은 조직 제도와 경영관행organizational arrangements and management practices으로 일본, 한국, 대만은 다음과 같은 제도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동체적'인 기업조직의 특징을 가진 일본 기업들은 자이바츠가 전전에 행한 것처럼 기업이 노동자를 가족으로 대우함으로써, 노동자가 제품생산을 비롯한 회사의 성공을 위해 충성을 다하게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높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어 내는 요인이 되었다. 법적으로 독립해 있는 회사들간의 협조관계로 재정조달과 경영에서 시너지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기업과 정부사이의 협조관계로 목표산업을 정하여 매진하고, 또 전망 있는 프로젝트에 연구개발비를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가산적'인 기업조직의 특징을 가진다. 재벌은 이 가산적인 기업연결망에 기초하고 있고 이러한 재벌구조 때문에 대규모 투자에 대한 자금동원이 가능하게 했고 경영에서 위계질서를 강조함으로서 노동자의 규율이 유지되었다. 위와 같은 점이 한국이 자본집약 산업에서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이유인데,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의사결정을 중앙화 시킴으로써 기술혁신을 이루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를 창출해 낸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재벌의 경우 서방과 일본의 기술을 적절히 모방함으로써 그리고 그 구조 내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발견함으로서 이러한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마지막으로 대만의 경우 대기업은 드물지만, 중소기업이 함께 수요상품을 만들어 내는 협조적 네트워크가 갖추어져있다. 이러한 군생적이고 '가족연결망적'{{ `공동체적', '가산적', '가족 연결망적'이라는 용어번역은 유석춘의 논문을 참고하였다. 유석춘, "동아시아 `유교자본주의' 재해석: 제도주의적 시각," {전통과 현대} 1997 겨울: 124-145. }}인 중소기업 위주의 기업제도라는 특징을 가진 대만의 경제시스템은 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고 빨리 반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대만의 유연한 경제제도를 위성조립체제satellite assembly system 또는 게릴라 자본주의guerrilla capitalism라 부른다. 이러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조직형태를 비교 분석하면서 헤밀튼과 비가트는 일본, 대만, 한국이 3가지 다른 기업연결망의 패턴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일본의 기업들은 대기업간의 수평적 연계,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수직적 연계로 두 가지 연계에 기초한다. 한국은 재벌이라는 중앙집중적 기업연결망 구조가 정착되어 있다. 그리고 대만은 가족기업(jiazuqiye)과 기업그룹(jituanqiye)에 근거한 기업연결망을 가지고 있어서 수직적, 수평적 통합도 적고, 조직에의 집중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이러한 각국의 기업 연결망구조는 시장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수직적, 수평적 통합을 가져왔고, 거래transaction를 내부화 하고, 효율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 structure를 창출한 것이다. 즉 기업집단이 조직화될 때 기업외부의 환경이 요구하는 제도적 동형화isomorphism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오루Orru, 비가트Biggart, 헤밀튼Hamilton은 일본의 기업그룹을 기업공동체에 근거한 조직으로, 한국의 기업그룹은 기업가산주의corporate patrimonialism에 기초하며, 대만의 기업그룹은 가족네트워크에 근거한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위에서 보았다. 일본에서 기업집단은 기본 경제조직 단위로서 집단 내에서 공동체에 기반을 두면서 회사들간에는 수직적·수평적 관계로 구조화 되어있다. 한국에서는 국가-기업의 가산적 관계가 재벌 내에서도 나타나는데 비서실이나 기획실을 통한 총수 1인 통제가 바로 그것이다. 즉 한국 재벌의 회장 또는 총수는 공식적인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기업을 경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경영자가 몇 개의 공식직함을 함께 가지고서 경영권을 행사한다. 마지막으로 오루는 동서의 자본주의를 기업제도의 측면에서 비교한다. 오루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제도적으로 동맹자본주의alliance capitalism, 통제경제 자본주의dirigiste capitalism, 가족자본주의familial capitalism가 있는데 동맹자본주의alliance capitalism란 정치, 경제, 사회조직에서 조직간에 수평적인 제도적 협력이 그 특징이다. 그 밑의 실행 그룹간에는 수직적으로 조직되어 있다. 즉 사회의 높은 수준간의 조직간에는 협조가, 중간과 낮은 수준의 수준에서는 위계질서가 그 특징을 이룬다. 통제경제 자본주의란 사적 기업조직이 국민국가의 리더쉽 밑에 위치하고 모든 조직이 층으로 위계질서화 되어있는 특징을 가진다. 이때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위계화 되어 있어 수평적 관계는 거의 없다. 경영에서도 리더쉽이 주를 이룬다. 또한 가족자본주의란 경제정치의 구조가 따로 떨어져 발전한 수평적으로 분화된 사회를 대변하는 자본주의이다. 정치경제의 네트워크는 가족이나 혈족관계를 통해 서로 관계가 있는 개인들 사이의 유대로 구성이 된다. 이렇게 분류할 때 오루는 제도적 협력관계가 일본과 독일의 자본주의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짝 짓는다. 즉 일본과 독일의 경제에서는 제도 내에서, 제도 사이에서 제도적 협력institutional cooperation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적 협력이 두나라 경제를 특징짓는 조직논리organizational logic이다. 또한 이탈리아와 대만에서는 소기업 경제의 제도적 논리가 공통으로 존재하는데, 그 이유는 두국가 모두 소기업이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나라에서는 개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중앙화된 경제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와 한국에는 통제경제 자본주의가 그 특징을 이룬다. 중앙정부가 광범위한 산업정책, 소수의 대기업들이나 기업군을 대규모 지원, 고속 성장을 위하여 목표 산업을 설정 집중 육성, 중앙정부의 금융통제, 정부와 기업간에 가부장적 관계, 경영진과 노동자간에 가부장적 위계관계가 그 특징이다. 두 국가 공히 경제팽창의 전반적인 역동성이 비슷하다. 왜냐하면 정부가 강한 정책을 계획하고, 주도하고, 채택하는 국가의 기능에서 유사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명의 서양 사회학자의 눈으로 본 일본, 한국, 대만의 기업제도 비교분석이다. 몇 가지 중요한 한계들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아시아의 일본, 한국, 대만의 차이를 강조하다 보니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는 특징들이 외면되었다. 일본이 공동체적인, 한국이 가산적인, 대만이 가족연결망적인 기업조직이라는 각기 다른 제도적·문화적 특징을 가지지만 각국은 공통적으로 사회 내에 "관계"가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동아시아 자본주의가 가지는 사회관계에 배태된 네트워크로부터 나온 관계자본주의quanxi capitalism라는 특징이 기저에 흐르고 있음이 간과되었다. 그리고 위에 지적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본, 한국, 대만을 예로한 동아시아 3국의 기업조직은 "모두 유교적인 사회질서 즉 가족이나 공동체 혹은 혈연관계 등을 일정하게 수용하고 있다"{{ 유석춘, 1997, p. 131. }}는 유교라는 공통점이 강조되지 않았다. 일본, 한국, 대만 기업조직의 대조contrast에 초점을 맞추어 차이점을 강조하여 서술했기 때문에 분석에서 대조를 위한 과도한 단순화, 일반화가 눈에 띈다. 둘째는 일본경제성장의 역동성이 기업집단(구재벌계열)이나 게이레츠(신계열)에서 나오고, 한국의 재벌이 경제성장의 견인적 역할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러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각기 정치집단-관료집단-기업집단의 "삼두마차" 유착 또는 정치인-재벌-은행의 "정경"유착을 창출하여 동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역기능적 측면은 철저히 간과되었다. 암묵적으로 동아시아의 경제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인 분석을 하지 못했다. 셋째, 각국의 기업구조가 내부적으로 동형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재벌이 일본의 자이바츠를 모방하였으며 한국의 종합상사가 일본의 종합상사를 벤치마킹한 역사나 사례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음에도 고려되지 않았다. 또 한국과 대만이 공히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경험을 가지면서도 한국의 재벌이 일본의 자이바츠를 모방한 반면에 대만은 식민지의 유산을 극복하고 전혀 다른 기업제도를 창출할 수 있었던 문화적·역사적 요인은 무엇인가가 다루어지지 않았다. 더욱 심각하게는 일본, 한국, 대만의 기업조직이 왜 다르게 조직화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설명과 분석이 빠져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일본, 한국, 대만의 정부가 각기 다른 산업화전략을 택했기 때문에 다른 기업조직이 탄생할 수도 있었다는 가정을 고려하지 못한 채 문화적 차이가 제도적 차이를 가져온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일본, 한국, 대만의 기업조직의 차이가 이들 국가에 영향을 미쳐 각기 다른 경제적 성과를 가져왔는가라는 중요한 의문에 답하고 있지 못하다.{{ Mick Moore, "Book Review: The Economic Organization of East Asian Capitalism/ Power in Motion." The Journal of Development Studies. February 1998. }} 넷째, 오루가 시도한 동서양 자본주의 짝짓기, 즉 일본과 독일, 한국과 프랑스, 대만과 이탈리아가 동일한 자본주의 양식을 보인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짝지워진 국가들의 경제제도의 비슷한 경험적 패턴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고 분석적이지 못하다. 또한 이 책에서 저자들이 암암리에 강조하는 동양의 자본주의와 기업제도는 서양과 다르다라는 전제에도 모순되고 억지 춘향식의 동질성 찾기의 위험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일본은행과 독일은행이 행하고 있는 기업통제 양식은 현저히 다르고, 한국의 재벌기업 총수에 해당하는 정치적 기업가가 프랑스에 존재하는지는 의심스럽다. 마지막으로 책의 편집이 기존에 발표된 글들을 모은 것이라 비슷한 설명이 책의 전체를 통하여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다. 덧붙여 수록된 논문들이 동아시아 기업조직에 관해 이미 연구되어진 2차 자료에 근거하여 서술된 것들이라 기초자료에 근거한 새로운 발견과 분석을 이 책에서 찾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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