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마을 곳곳에서 꽃을 가꾸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미스 럼피우스>란 동화를 좋아하는 윤정선 씨는 그녀의 정원을 '럼피우스 가든'이라고이름 붙였다. 이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주택살이가 동화보다 아름답다.

위 꽃 종류만 100여 가지가 넘는 코티지 정원. 정원의 길은 자갈을 깔아 언제든지 꽃밭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아래 거실과 주방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 그림이 걸린 가벽 뒤로는 조리 공간이 숨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1층에 있는 정원으로 향해요.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짬짬이 정원에 나가 이곳저곳을 살피죠. 싹이 새로 나지는 않았는지, 꽃을 피우지는 않았는지 밤새 일어났을 변화를 찾아보기도 하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기도 해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정원을 즐기다 각자 일터로 나가죠. 퇴근 후에도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식물 관찰하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해 정원에 있노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화단을 새로 꾸미고, 파종을 하고, 발아한 싹을 옮겨 심는 등 비교적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주로 주말에 해요. 정원이 더 다듬어지면 하우스 콘서트를 열 생각도 하고 있어요. 주택으로 이사 온 후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됐죠." 마당에 정원을 꾸미고 사는 윤정선 씨의 요즘 라이프스타일이다.
어릴 적부터 꽃과 식물을 좋아했고, 결혼 후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꽃을 키우며 주택살이를 꿈꿨다. 남편과 함께 막연하게 '언젠가 마당이 있는 집을 짓고 살자'고 이야기해오다 2011년경 실행에 옮겼고, 그토록 꿈꾸던 마당 있는 주택에서의 삶을 만끽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분명 아파트보다 손이 가는 주택살이지만 마음에 여유를 주는 일들이 더 많다. 서로의 정원을 구경 가고 식물을 나눠 가지며,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친근한 이웃이 생겼고, 동네 산책을 즐기는 것도 수월해졌다. 무엇보다 밤늦은 시간에도 이웃 눈치 보지 않고 피아노를 칠 수 있어서 좋다.

1 높은 천장고와 모던한 침구로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침구는 메종 드 줄리 제품.
2 발코니 공간을 넓게 마련하면서 상대적으로 아담하게 만든 미니 서재로 쪽방의 느낌이 나 재미있다.
3 꽃 좋아하는 아내와 사는 남편은 꽃과 관련해서는 전문가가 다 됐다.
4 열효율이 좋다는 말에 설치한 벽난로. 겨울에는 가끔씩 고구마도 구워 먹는데 불 지피는 걸 좋아하는 남편이 거의 도맡는다.
윤정선 씨 부부는 평소 건축에 관심이 많아 건축과 관련된 책을 두루 섭렵했고,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갔을 때는 가우디의 건축을, 미국 여행에서는 루이스 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을 찾아 다니며 동선을 짤 정도였다. 그만큼 집과 건축에 애정이 남달랐던 그들은 디아건축의 정현아 소장을 만나게 됐다. 전에 살던 동네에 남다른 감각으로 지어진 집이 있어 평소 눈여겨보았는데 바로 정현아 소장의 솜씨였던 것. 건축주 부부는 그들이 꿈꾸는 집의 모습을 여과 없이 전했고, 건축가는 그 이야기를 토대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 결과 세월이 갈수록 깊은 멋을 풍기는 집, 집과 정원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집이 완성됐다.
내장재로 주로 쓰이는 시멘트 벽돌로 마감한 ㄱ자 2층 주택은 멋 부리지 않은 듯 담백한 모습이다. 무채색의 시멘트 벽돌 덕에 꽃과 식물의 컬러가 더욱 생생해 보인다. 물론 집의 중심에 정원이 있으며 제1의 정원부터 제3의 정원까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집은 어느 공간에 있든 정원과 앞산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창문도 크게 내고, 시야를 가리는 커튼, 블라인드도 설치하지 않았다. 1층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주방과 거실이 있고, 게스트룸, 욕실이 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앞으로 펼쳐진 정원과 그 뒤로 이어지는 앞산 풍경이 마치 파노라마 스크린을 보는 듯 웅장하게 다가온다. 2층은 양 갈래로 길게 뻗은 복도를 중심으로 부부 침실과 욕실, 서재와 두 딸아이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아이들 방에는 경사 지붕의 라인을 살려 다락방을 만들었다. 방 앞에 발코니가 있었으면 하는 아이들의 바람으로 아이들의 방과 서재를 잇는 긴 발코니를 만들어 정원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미니 서재 앞의 발코니는 공간에 여유가 있어 여름에는 그곳에 그늘막 텐트를 치고 잠을 잘 생각이라고.

다락방이 있는 아이 방. 높은 천장고를 활용해 만든 오픈 다락방을 침실로 사용하고 있다. 방 앞에는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발코니를 마련했다.
"언젠가 공원과 도서관, 미술관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집을 짓고 나서 벽에 좋아하는 그림을 걸고, 책장을 들여놓은 거실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있으니 바로 그 풍경이더라고요. 꿈을 이룬 셈이죠. 정원은 저의 놀이터이자 학습장, 꿈의 공간이에요. 동화 <미스 럼피우스>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정원 디자인 전문가 과정도 수료했어요. 앞으로 정원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 멋진 정원을 하나씩 늘려가고 싶어요"
럼피우스 가든은 사계절 꽃을 피운다. 튤립, 클레마티스, 펜스테몬, 달리아, 아스터 등의 꽃들이 차례대로 꽃을 피워 그 향기가 더 짙어질수록 이곳의 행복지수도 함께 올라가지 않을까.
나란히 붙어 있는 두 딸아이의 방은 다락방으로 통한다. 아이들의 아지트와도 같은 곳. 두 다락방 사이에 생기는 작은 틈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에디터 이하나 | 포토그래퍼 김덕창 | 디자인 및 시공 디아건축 (www.diaseoul.com)
첫댓글 멋있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함니다.^^^ 너무 좋아요..
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