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욱
마라도 선착장은 낮에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밤에는 파도 소리가 그곳을 가득 채운다. 여행자에게 밟히어 땅에 엎드려 있던 푸른 잔디는 마지막 떠나는 뱃고동 소리에 일어서 구부러진 허리를 편다. 푸른 잔디밭 빈 의자는 마치 연극이 끝난 객석처럼 쓸쓸함 속에 그렇게 마라도의 밤은 저물어 간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듯이 소란스러움이 사라진 섬에는 왠지 모를 고독함이 가득하다. 마라도를 떠난 도항선이 제주 바다 한가운데서 하얀 연기로 손을 흔들면 나도 모르게 덩달아 손을 흔들게 된다. 마치 떠나고 보내는 연인들처럼 멀리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관객인 여행자는 모두 떠나고, 배우인 주민들만 남아 있는 섬 마라도!
주민들은 바닷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떠나지 않은 몇몇 여행자는 낮에 걸었던 길을 걷고 또 걷는다. 남아 있는 사람 모두가 시선을 잃은 눈동자로 바다만을 바라보며 무념무상 속에 빠져든다.
마라도의 밤은 섬도 그리고 사람도 외롭다. 등대 불빛은 먼 바다로 향하고, 홀로 남아 있는 사람은 바위에 부서지는 애잔한 파도 소리로 마음이 간다. 검은 밤바다 가운데 혼자 떠 있는 마라도가 깊은 적막감에 빠져들면 섬에 남은 자는 외로운 마음으로 떨다가, 그리움만큼이나 독한 술을 털어넣는다.
그리움에 취한 눈은 밤하늘과 밤바다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러다 가물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며 말을 한다. 나도 취하고 바다도 취하여 혼잣말을 한다. 나는 외로움에 잊으려 독백하고 바다는 나를 위로 하듯 말을 건넨다. 어둠과 안개가 내려앉은 마라도에서는 사람도, 등대도 “부~웅” 하고 밤새 울어댄다.
*** 마라도는 1백만 명/년 찾는 우리나라의 최남단 섬이다. 면적이 0.3 ㎢인 타원형의 섬으로 인구는 150여 명 정도이며 주변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모슬포 항구와 송악산에서 마라도까지 운행하는 배는 약 30분 소요된다. 마지막 배가 마라도에서 나오면 마라도는 30여 명의 사람들만 남는 그들만의 작은 섬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