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신앙
베이스, 최상균
위대한 음악가들의 음악 속에는 그들의 정신과 신앙이 담겨 있다. 특히 교회음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음악가들의 음악 속에는 더더욱 신앙적인 색채가 짙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3대 오라토리오라고 하는 '메시아', '천지창조', '엘리야'의 경우, 메시야의 작곡자 헨델이나, 천지창조를 쓴 하이든, 엘리야의 멘델스죤 등은 그들이 작곡한 수많은 교회 음악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앙을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에 예를 든 세 명의 작곡가 중에서도 교회에서 비교적 많이 불려지는 '메시야'나 '천지창조'를 쓴 헨델과 하이든의 신앙은 매우 깊을 것이라는 가정에 쉽게 동의하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접하기 쉽지 않은 '엘리야'를 작곡한 멘델스죤의 경우 앞의 두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신앙적인 깊이가 덜할 것이란 가정에 쉽게 동의하게 된다. 이는 낭만주의 작곡가인 멘델스죤의 작품 중 <한여름 밤의 꿈 Ein Sommernachtstraum〉(1826), 〈이탈리아 교향곡 Italian Symphony〉(1833), 바이올린 협주곡(1844), 2개의 피아노 협주곡(1831, 1837) 등과 같은 실내음악이 교회음악보다 더 유명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멘델스죤이 남긴 기록 중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정결한 마음을 창조해 주시고 우리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해 달라고 기도하라."는 글이 있는 것을 보면 교회음악의 크기와 작품 수만 가지고는 신앙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의 경우도 위의 멘델스죤과 크게 상이하지 않다고 본다. 슈베르트는 31세의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600여 편의 가곡, 8편의 교향곡(미완성 교향곡 포함), 소나타, 오페라 등을 작곡했으며, 가곡의 왕이라고 불린다. 그렇게 때문에 슈베르트의 음악 중 교회음악보다는 가곡이나 교향곡과 같은 당시 유행했던 음악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작품 활동을 했기 때문에 신앙인 슈베르트보다는 음악인 슈베르트의 모습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게 된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영적생활과 관련하여 기록하고 있는 자료들을 보면 슈베르트 또한 하나님의 존재를 알고 구원의 확신을 갖고 있었던 신앙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을 존경하여 그의 장례식 행렬에 횃불을 들고 따라다녔을 정도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 만난 적은 없었으나 베토벤이 슈베르트의 작품을 보고 "참으로 슈베르트 안에 신적인 광채가 있다."라고 외쳤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어떤 일에서든지 당신을 향하게 하여 좋은 작품들로 열매 맺게 하소서'하는 기도를 즐겨 하던 베토벤의 신앙적 태도가 슈베르트 작품에 작용하고 있는 하나님의 실재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슈베르트의 절친한 친구인 안젤름 후텐브레너는 "슈베르트는 경건한 천성을 갖고 있었으며, 하나님의 존재와 영혼의 불멸을 확실하게 믿었다. 그의 종교적 감각은 많은 노래에도 명백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의 신앙적 배경에는 그의 아버지가 평소에 보여준 신앙적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슈베르트의 아버지는 종종 그의 자녀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글을 썼다고 한다.
"하나님 안에서 위로를 찾도록 해라. 그리고 하나님의 지혜로운 섭리를 따라 우리가 환란을 만났을 때 그 분의 거룩하신 뜻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마음으로 견뎌내야 한다.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라. 하나님이 힘을 주셔서 너로 하여금 넘어지지 않게 할 것이며, 은혜로 기쁜 미래를 너에게 주실 것이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신앙을 많은 편지글에 남겼으며, 재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였다. 1825년에 그는 그의 작품이 연주된 후의 분위기를 편지에 담아 집으로 보내게 되는데, 거기에는 "모든 영혼을 사로잡았으며 그들로 하여금 헌신하게 하였습니다. 청중들은 나의 신앙심에 크게 놀랐습니다."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1816년에 슈베르트가 쓴 일기에는 그의 신앙을 느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사람은 믿음을 가지고 세상에 들어간다. 믿음은 지식과 이해력보다는 훨씬 더 우월한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것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은 우선 그것의 존재를 믿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나는 전혀 이 세상에 속한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신앙을 가장 명백하게 드러내 주는 것은 그의 음악자체이다. 그의 전기 작가 페기 우드포드는 "슈베르트의 생애와 신앙에 관한 세부 기록들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든 음악이 '철저한 영적 삶'을 전제하고 있다." 고 하면서 슈베르트가 깊이 있는 신앙의 사람이었음을 자신 있게 말한다. 또한 유명한 바리톤 가수 피셔 디스카우도 슈베르트의 노래를 연구한 후, "슈베르트의 노래에는 그의 신앙 경험들이 명백히 드러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슈베르트는 상당한 양의 성가곡을 썼는데 그 주제의 다양성 또한 놀랄만한 일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믿음, 소망, 자비'(Faith, Hope, and Charity)에 대한 찬송, 성스러운 칸타타 '미리암의 승리의 노래'(Miriam's Song of Victory), '성령께 드리는 찬송'(Hymn to the Holy Spirit), '미완성 부활절 칸타타'(예수님이 죽은 나사로를 죽은 자 가운데서 일으키시는 성경에 기초한 곡) 등이 있다.
가톨릭 신자로 양육되었으나 말년에는 교회를 위한 작곡을 한 슈베르트는 그의 작품에 '나는 거룩한 가톨릭 교회와 사도적 교회를 믿습니다.'라는 말을 한 동안 쓰다가 나중에는 생략하기도 하였다. 슈베르트는 여러 해 동안 지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카펠 마이스터(관현악단이나 합창단의 지휘자)자리를 갖길 원했으나 결국 실현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특정한 교회에 얽매이지 않은 그의 삶이 오히려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음악적 달란트를 깨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로 인해 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보여 진다.
슈베르트가 자신이 살다 간 시대는 물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보석 같은 수많은 걸작들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은 그의 본성 속에 내재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그가 갖고 태어난 음악적 달란트와 조화로운 결합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도 생각된다. 짧은 글을 정리하면서 그 동안 신앙인보다는 음악인으로 더 크게 느껴왔던 슈베르트가 신앙인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참고 문헌>
패트릭 카바노프(1995). 위대한 음악가들의 영적 생활. 서울: 생명의 말씀사.
http://enc.daum.net/dic100/search.do?cpcode=10&query=%EA%B0%80%EA%B3%A1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b07m3004b
http://krdic.daum.net/dickr/contents.do?offset=A038779600&query1=A038779600#A038779600
첫댓글 최상균 리포트 패스! '참고한 위대한 음악가들의 영적 생활'이란 책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지요. 언제 우리 단원 모두에게 리포트 쓰라고 할 책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