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찾기 203호]
20여 년간 아비라 기도를 꾸준히 해온 윤우석 불자
계절이 옷을 더하고 벗는 부산을 떨 즈음마다 해인사 백련암은 수백여 명의 불자들이 한 소리로 모아 외는 기도소리의 장엄함에 둘러싸인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해인사 백련암에서 행해지는 ‘아비라 기도’는 당나라 때 총림의 수행법으로 전해져오던 것을 1952년에 해인사 성철 큰스님이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권하셨다. 일 년에 네 번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수행과도 진배없는 이 기도는 성철 스님이 열반하신 지 15여 년이 되는 오늘날까지도 400~500여 명의 불자들이 모여 수행 정진하는 기도이다. 기자는 20여 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아비라 기도에 동참했다는 불자를 만나보았다.
18년간 아비라 기도를 해 왔다는 윤우석(영암) 불자. 전해 들은 나이보다 상당히 젊어 보여 대뜸 그의 나이를 물으니 그는 웃으며 답한다. “마음만으로는 이미 출가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뭐 중요한가요?”
불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원체 주역이나 풍수지리 등 동양사상학이나 불교 교리에 관심이 많아 오랜 기간 스스로 공부해 온 불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십 년 전쯤까지도 사찰을 잘 찾지 않았다.
그러다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10년 가까이 방황을 하다 찾은 곳이 사는 곳 가까이에 있던 해인사의 백련암이다. 그는 그곳에서 생전 처음으로 부처님 전에 삼천 배를 올렸고, 성철 스님으로부터 수계를 받았다. 그리고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아비라 기도’다.
이 기도는 매년 음력 1월 4일~7일과 음력 4월 12일~15일, 음력 7월 12일~15일과 음력 10월 12일~15일에 진행하는데,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행하는 만큼 스스로를 점검하고 다스려 몸에서 수행을 떠나보내지 않는 데에 그 의의를 둔다.
이 기도는 작은 암자에 수백여 명의 신자들이 모여서 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 속에 이뤄진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이나 출가자의 그것과 같이 고되고 엄숙하며 열정적으로 진행된다.
기도는 예불대참회인 108배를 시작으로 30분의 「비로자나 법신진언」, 「대불정능엄신주」 독송 순으로 이어지며 수행 기간 동안 총 24회를 올리는데, 이것만 보아도 아비라 기도가 참선과 염불, 주력과 간경이 모두 함께 있는 복합적인 기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아비라’가 나오는 「법신 진언」을 외울 때는 무릎을 바닥에 붙여 세우고 허리를 반듯하게 편 상태에서 합장한 자세로 해야 하기에 기도를 행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도를 도중에 포기하는 이들은 보기 드물다고. 불자들이 한소리로 외우는 기도이니만큼 홀로 하는 기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70이 넘은 옹들도 몇 분 있습니다. 그분들이 힘들어할 때면 옆에 있던 도반들이 자신의 팔을 내밀어 기도를 도와드리지요.”
이런 아비라 기도는 윤우석 불자에게 있어 자신에게 주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고 한다.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써의 선물. 그것이 그의 아비라 기도고, 그는 실제로도 이 기도를 통해 세상을 겉돌던 자신의 자리를 부처님 곁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아비라 기도를 할 때마다 내면에서 불 같은 것이 일어남을 느낀다. 기도를 하면서 그간 쌓은 공부와 덕, 성취가 자신에게 녹아 들어가는 것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면에서 이는 이 핵폭발과 같은 근기가 그의 업장을 소멸시키고 인생을 바꾸는 원동력이자 생의 활력이다. 그래서 그의 마음자리가 있는 곳은 늘 풍요롭다. 아비라 기도는 발원을 통해 무언가를 조르지도, 얻은 것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일체 무엇을 원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저절로 이뤄지고, 저절로 하게 하는 것이 그가 해 온 아비라 기도다.
“저는 아비라 기도로 이 세상에 있게 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저의 마음은 항상 백련암 그곳에 있습니다.”
삶의 무거운 짐과 세월이 주는 고통도 이제 그만은 비켜간 듯싶다. 이것이 다 그가 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삶과 수행을 함께하며 물 흐르듯 살아가는 진정한 불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비라 기도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아비라 카페(http://cafe.daum.net/abira)를 참조하면 된다.
월간 불교와문화 2007.12 취재·정리|최윤희
첫댓글 2014.1.19
나모 땃서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붇닷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