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청 시래기 반찬을 좋아 한다. 그래서 시래기 반찬이 나오면 행복하다. 몇 년 전에 아내와 소록도 봉사를 마치고 새벽녘에 집에 들어오면서 오는 길에 감자탕 집에 들려 요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시래기가 얼마나 맛있던지 아내에게 내가 하는 말, “이 시래기가 정말 맛있네. 그지?” 했더니 아내가 말을 받는다. “아냐 이건 시래기가 아니고 스라기야.” 이게 뭔 소리? 장인 장모님은 이북이 고향이고 아내는 서울 용산이 고향이다. 나는 전남 완도 청산이 고향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시래기를 스라기라고 하니까 내가 정중하게 가르쳐 준다며 “아냐~ 이건 시래기야~” 그렇게 자기 주장이 맞는다고 우기다가 서빙 하는 아주머니를 불렀다. 무슨 이물질이라도 발견되었느냐는 표정으로 오시는 아주머니께, “아주머니 이게 시래기요 아니면 스라기요?” 했더니 그 아주머니 말씀 “그건 우거지예요.” 우리부부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배꼽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아내는 부식이 쌀 때 넉넉히 사다가 냉장고에 보관을 한다. 반찬으로도 사용하지만 봉사 갈 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청 시래기를 잘 말려놨다가 반찬을 만들어 주곤 한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과 식탁 공동체를 한다. 아내의 요리솜씨를 드러낼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다. 반찬이 눈에 들어온다. 무청 시래기에 통 멸치 냉동 시켜 놨던 것을 넣어서 졸여낸 반찬이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좋았던지 다음날 밥상에도 올라왔다.
주일 저녁부터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며 가렵다. 모기가 물린 것처럼 증상이 비슷하다. 그런데 무기력증까지 온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가 보다 했다. 화상 후유증으로 땀구멍이 별로 없는 나는 여름이면 고생을 한다. 그래서 더위 탓이려니 했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모기에 물린 것이라 생각하고 이약 저 약 많이 발라봤다. 약을 발라도 효과가 없다. 긁다가 약 바르고 다시 긁고…. 이렇게 3일을 보냈다. 그때야 식중독을 의심한 우리 부부. 그런데 다른 사람은 괜찮고 나만 그러니 식중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원인을 알아보니 통멸치가 싱싱하기에 냉동실에 얼려놨다가 요리를 했는데 그것이 원인이었는가 보다. 원래 멸치는 성질이 급해서 잡히면 금방 죽는다. 살도 연해서 쉽게 상한다. 그래서 바로 삶아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서 젓갈로 만드는 것이다. 섬 출신이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의심하지 않고 계속 먹었으니 가려움과 붉은 반점, 무기력증은 계속 될 수밖에…. 이제야 증상이 가라앉고 있다. 바보 같은 삶을 며칠 동안 보냈다. 우리나라에는 2천만 명의 의사가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나 같은 사람 말이다.
아내와 처음 연애할 때 아내는 교회 집사인 나에게 정다운 스님이 쓴 ‘연애학개론’이라는 책을 사다가 읽어 보라고 했다. “장가도 안 가본 분이 쓴 연애학개론인데 뭘 이런 걸 읽어 보라느냐?”고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읽었다. 제목이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문득 그때 읽었던 내용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사랑하는 여인이 주는 것은 독약이라도 감사하게 먹을 줄 알아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 뜻은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의심하지 않고 살아야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철에는 식중독에 쉽게 노출이 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음식에 조심해야 함은 그로 인해 건강을 크게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너무 맹신하면 잘못하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게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체험했던 며칠 동안이다. 노캉스(집에서 쉬는 것)를 즐기고 있는 나에게 혼잣말을 해 본다. “바보~~”
2008. 8. 6.
-양미동(나눔)―
첫댓글 나도~ 바보^^ 장염으로 4박5일 입원 했걸랑요. 냉장고 맹신으로....ㅋㅋㅋ
하하하 그러셨군요. 맞아요 냉장고 너무 믿으면 안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