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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x Populi, Vox Dei
2013년 다해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복음: 마태오 11,20-24
8 일 방송된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는 지난달 일 방송에 처음 등장한 개명을 강요하는 일명 ‘개명 강요남’의 사연이 연승을 차지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방송 당시 개명 강요남은 자신은 물론 아내, 자녀와 그 밖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예비 며느리까지 개명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여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개명을 하지 않은 가족은 그 집에 살 수 없는 형편입니다. 개명 강요남은 이 사연을 소개한 자신의 아들에게, “개명을 하면 가족들의 운명이 좋아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예비 며느리가 개명하지 않는다면 결혼을 승낙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이후 개명 강요남의 사연은 주간 고민 판정단의 지지를 얻어 연승을 차지, 상금으로 천만 원을 획득하게 됐습니다. 개명 강요남의 아들 이규찬 씨는 “5연승은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아버지가 이제는 결혼을 허락해 주셨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에 개명 강요남은 “개명을 하기 전엔 결혼을 승낙할 수 없다는 내 입장을 번복할 수는 없다”는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여 모든 방청객을 놀래게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의 고민이 더 큰가를 겨뤄 그런 고집을 부리는 사람에게 다른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 내용입니다. 5승을 하였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정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는 확증 중의 확증입니다. 그럼에도 그 개명 강요남은 고집을 부리며 예비 며느리까지 기필코 이름을 바꾸려 합니다. 그에게는 이름에 따라서 화복이 결정된다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상하게 본다면 자신도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고집을 부릴 때는 부려야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그 고집 때문에 순교한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고집이 아집이 아닌지 뒤돌아 볼 필요는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나무를 베는데 톱이 무뎌져서 더 이상 노력에 비해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그 때 사람들이 와서 잠깐 쉬며 톱을 갈라고 할 때, 열심히 일을 하면 반드시 그만한 성과가 있다며 고집만 피운다면 그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시선을 받게 됩니다. 링컨은 자신에게 나무를 자를 시간이 여덟 시간 주어진다면 그 중 여섯 시간은 톱을 갈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행위만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올바른’ 행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여기는데도 계속 자신의 행위를 반추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은 고집이 아니라 ‘아집’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아집을 부리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 존재의 존엄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음의 근저에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열등감과 소외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아들을 바라는 집에 딸로 태어났을 때 임신한 순간부터 아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 아이는 태어나고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오는 그런 아쉬움을 자신도 모르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러면 그녀는 여자이기보다는 남성이기를 원하고 남성처럼 무언가를 성취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여장부가 될 수는 있지만 자신 안에서는 커다란 혼란이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여성성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인관계 속에서도 이도 저도 아닌 성적인 혼란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관계 안에서도 커다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여성’으로서 이미 존귀한 존재임을 자신에게 먼저 이해시켜야 정체성을 찾게 되고 대인관계도 원만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아집을 부리지 않기 위해 내 자신을 어떤 때 돌아보아야 할까요?
예수님은 오늘 당신께서 보인 수많은 ‘기적’에도 불구하고 회개하지 않는 도시들을 꾸짖습니다. ‘기적’이란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즉 기적을 보아서도 믿지 않는 것은 비정상이란 뜻입니다. 라자로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는데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아집이 강한 유대 지도자들뿐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세상 보통 사람들이 인정하는 데도 혼자만 아집을 부리는 사람들은 결국 멸망하리란 가르침인 것입니다.
‘백성의 목소리는 하느님의 목소리’(Vox Populi, Vox Dei)란 라틴어 속담이 있습니다. 신학에서는 이를 ‘하느님 백성의 무류권’이라 합니다. 하느님 백성이 한 목소리를 내면 그것엔 오류가 없다는 뜻입니다. 하느님만이 오류가 없으신 분이시니 성령을 통해 진리가 백성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신다는 믿음에서 온 교리입니다. 혼자 모든 사람의 ‘보편적’ 생각을 거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세상에 혼자된 느낌이 들거나, 나만 혼자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는 자신을 돌아보아야합니다. 결국 이단이나 종교분열도 지금까지의 모든 사람들보다 자신 혼자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근간에는 다른 사람들을 다 합쳐도 내 생각만 못하다는 아집에서 비롯된 ‘교만’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무엇입니까? 수백 년 동안 ‘성경’이 그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사상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은 무엇일까요? 천주교에서도, 정교회에서도, 개신교에서도, 심지어 이슬람에서도 예수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또 가톨릭교회는 수백 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믿어온 종교입니다. 우리 종교가 그래서 ‘가톨릭(보편적인)’인 것처럼 우리 자신들도 보편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전삼용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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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이끄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