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21동 집으로 들어가는데 어디선가 날 부르는 냐오옹~ ...
소리나는곳을 찾아보니 음식쓰레기통 뒤를 지나가며 아는척을 하는 세컨드(남아 중성화 했음).
내가 아는척 하자 얼른 21동 화단 속에 늘 사료 주는곳으로 빠른걸음으로 달려 가서 기다리네요. 그런 모습 한두번이 아니건만 마음이 어찌나 바빠지는지...
서둘러 집으러 들어가서 울 아이들 밥 주고 집안 배설물 치우고...
한시간 지나 사료 & 물 들고 나갔더니 사료그릇옆에서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언성을 높이며 냐오옹~"
"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 미안, 많이 배고팠쪄어?"
그런데!!! 오른발 무릎위부터 어깨까지 살점이 떨어져 나갔더라구요....게다가 얼굴은 상처투성이가 되어...ㅠㅠ
지는 해가 되어가는 누렁이 왕초를 결국은 이기고 왕좌 자리 얻자 마자 중성화 수술했는데도 굳건하게 왕좌자리 지키는 거구 세컨드, 수의사도 길고양이가 6.78kg은 처음 본다고 놀라워 하셨는데.....온 몸의 상처투성이 훈장이 세컨드에겐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이겠지요....ㅠㅠㅠ
거구답게 가득 담은 사료그릇을 다 먹어 치우는 세컨드.
뚱땡이 느낌의 왕초와 달리 기본 강골로만 무장된 호리호리한 세컨드. 고양이치곤 아주 잘 생긴 길냥이 남아랍니다.
" 많이 많이 먹고 제발 안 다치면 안될까? 네 몸과 얼굴 꼬라지가 내마음 아프게 한다는것을 알아 줬음 좋겠어, 알았니? "
오로지 먹는것에 치중하는 세컨드를 뒤로 하고 2번째 장소로 이동하는데... ...우째 ...어쩌다가 ....
삼색이카레(중성화했음)가 사료주러 가는 내모습을 발견하고는 다리를 다쳤는지, 뒷오른발을 땅에 대지 못하고 먼저 사료장소로 걸어가 사료주는 장소의 사료그릇 옆에서 기다리네요....에효.....
물그릇 사료그릇을 깨끗이 소독하고 물로 행구고 물기 닦고 물과 사료 가득 주고 일어나 비켜서니 허겁지겁 사료를 먹더라구요, ....
조금 비켜서 먹는 모습 바라보자니 콧등이 시큰해져오는것을 참으며
3번째 장소로 이동, .....
지난 가을 초, 순화가 안되어 중성화하고 남산동물 병원장님과 같이 방사한 숫냥이 사돌이가 반갑다고 냐오호옹~ 그림자처럼 기다리던 단코(숫냥이 중성화 안했음)가 이제는 사돌이와 서로 친구가 되어 기다리네요. 사료와 물을 담아주고 떨어져서 바라보니 두녀석이 한그릇에 나란히 얼굴 붙여서 들이대고 먹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배째(삼색 중성화했음)가 목 빠지게 기다리는 네번째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아가 둘 데리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에 나와 배째라는듯 포기하듯 한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사료를 얼른 몇알 주고 유인하여 사료 한줌 주니 먼저 먹고는 옆으로 물러나 식빵굽는자세로 아가들 먹는 모습 지켜보는 배째, 잦은 임신으로 자궁이 헐어 조금만 손대도 자궁이 찢어져 난소 찾기 힘들었다던 원장님 말씀에 눈물삼키게 만들었던 배째...그리고 울 장군이의 엄마같다는 내생각과 원장님의 생각이 일치하여 한참이나 바라보게 했던 배째,.. 또 이곳은 2009년 10월말에 거시기가 염증으로 넘 심각했던 , 중성화 해서 건강을 찾은 늙은 수컷 흰꼬비가 순한 모습으로 와서 밥 먹는 곳이기도 합니다.
5번째 장소엔 요즘, 1년 안 된 흰색 진돗개 유기견이 길냥씨들의 사료를 즐겨 먹네요.
배고픈자 먹으라고 놔 주는것이라 요즘 3배의 량을 놔 주는데...역시 유기견이 먹고 간 티를 팍팍 내네요. 3개의 그릇(큰 항아리 뚜껑임) 바닥이 반들반들, 물 그릇 조차도 반들 반들...ㅎ ㅎ 맛나게 싹싹 핥아가면서 먹나 봅니다. ㅎㅎㅎ
백설기(남아 중성화 했음) 삼돌이(남아 중성화했음) 기림(삼색,중성화했음)이 세녀석들이 그릇 닦고 하는데...각자 한마디씩 합창을 하네요
" 흰강쥐 또 와서 우리 밥 먹고 갔어요 냐우 웅~"
" 알고 있어, 너희들 먹고도 네 친구들도 먹고 흰색강쥐도 먹도록 넉넉히 놨으니 많이 많이 먹어라"
까칠이(삼색 중성화 못했음)와 바둑이(까칠이 아들, 중성화 했음)와 기다리는 6번째 장소로 이동
아이고~ 장소가 성동구와 중구의 경계선이다 보니 까칠이와 바둑이는 물론 모르는 아이들이 4마리가 떨어져서 기다리네요. 그곳은 늘 15마리정도가 먹을수 있도록 사료를 놔 주거든요. 다른장소는 사기그릇을 놔 주는데...이곳은 가끔 그릇 한두개가 없어져 여분의 프라스틱을 늘 들고 가는데....고맙게도 그릇들이 그대로!
그러나 까칠이가 임신 4주가 넘은 배불뚝이라 무겁게 마음을 누르네요....ㅠㅠㅠ
7번째 장소에 남산타운의 최고의 미묘가 기다립니다. 넘넘 이쁜 젖소무늬의 미묘. 새끼를 몇번 그것도 혹독한 겨울에 낳고 잃고...마음고생하며 세파에 시달려선지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그렇게 아름답고 예쁜 예전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 보기 어렵지요...에효 ...
임신말기에 포획되어 풀어주고, 수유중이라 풀어주고...통덫에 들어 올 생각을 안 하더군요. 안타까운 마음으로 늘 바라보게 만드는 미묘!
엄동설한에 눈도 안 뜬 새끼를 한마리 혹은 두마리를 사료장소 근처의 회양목숲에 감춰놓고 사료를 허겁지겁 먹고, 먹는 와중에 아가들이 울어 댑니다....저는 멀찍히 누가 새끼들 건드릴까봐 지켜보고, 사료를 부지런히 먹고 다시 회양목나무속에 감춰 둔 새끼 물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고 다시와서 또 한마리 물고 내려가는것을 확인 후 집으로 들어 오곤 했었지요. 미묘는 2010년 가을에 처음으로 5마리 아이를 성장토록 잘 키워냈습니다. 타고난 미모라 찌든모습에도 그래도, 역시 미묘는 미묘더군요.
첫댓글 정말 고개가 숙여질 정도로 대단하시고 감사합니다..그리고 절대 중단하심 아니되옵니다..^^
중단 하지 않을께요. ^^
길냥이 밥 준다고 쉽게 나올 수 없는 이야기.... 오래도록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나 하나에 정겨운 이름을 주고 그들의 변화를 기록한다는 건 정말이지 깊은 사랑없이는 불가능해요. 수년을 지켜본 길냥이 스토리...이렇게 함께 볼 수 있기만 해도 행복하지요. 마리아님...그리고 함께 하시는 캣맘, 캣대디님들께 감사드려요.^^
멜로 보내 주셔셔 이렇게 올릴 수 있어 거듭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아이들입니다... 이름도 다 기억해주시고..
우리집 백구도 이름이 백설기 랍니다. 새끼때 백설기처럼 하얘서 지었는데 지금은 어슴프레 누런색을 띤 백구가 되었네요.
재밌고 감동스런 이야기 계속 들려주세요.
마치 오래전 사랑방에 둘러앉아 옛날얘기를 듣고있는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감동입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동네 냥이들이 복받았네요
울 동네 냥이들은 전반적으로 순한것 같아요.
암냥이들의 이야기는 늘 마음이 아파요. 임신하고 출산하고...
가족이 많으시니 마리아님 특히 건강하셔야 합니다. 아이들 밥값도 열심히 버셔야하고^^;;
다음 이야기 목 빼고 기다립니다^^
암냥이들은 정말......짠 하죠....
열심히 돈 벌려고 애 쓰고 있답니당 ^^
카페에 오면 하루에 한번씩은 꼭 울고 나가는 것 같아요..;;;
날도 추운데, 거리에서 생활하는 저 녀석들, 더구나 아가냥이까지 돌보는 엄마냥의 삶이 참 녹록지 않을 것 같단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마리아님 같은 분이 계셔서 아이들 마음이 춥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마리아님 보살핌을 받는 저 녀석들, 찡이 마당에 드나드는 아이들은...그래도 복 받은 녀석들인 것 같아요.
다들 올 겨울 무사히 견디고, 건강하게 따뜻한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네요..^^
아가냥이들이 올 겨울 잘 견뎌내어 모두 살아서 따뜻한 봄을 맞이 했으면 ....기도합니다
길냥이들 보면 왜이리 마음이 짠한지.....
서로 마음이 통하니 보살펴 주고 또 이렇게 찾아와주고 감동적이예요.
치열하게 살아가는 길냥이들의 삶을 보면 우리 인간들도 배워야 할 메시지가 있답니다. 뭉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