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의 꿈/유유
꽃을 피웠다
보랏빛 나는 흰색 꽃을 피웠다
별을 닮기도 하고 불가사리처럼 생기기도 한
솜털 송송 솟아오른 그러한 꽃들 많이도 피웠다
머지않아 열매를 만들 것이다
그 꼬투리 속엔 명주실 저장할 것이다
그리곤 솜사탕처럼 부풀려 밖으로 내 보내
새로운 땅을 찾아 아주 먼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혼자 힘으론
꼿꼿이 서지도 못해
옆에 서 있는 존재 괴롭히며
악착같이 살아온 보람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덩굴의 숙명
영원히 멍에를 벗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신천지에서는 새로운 생을 시작하려
열심히 수많은 자손 만들어 내며 꿈을 머금고 살아간다.
첫댓글 ㅎㅎㅎ 작아서 그냥 스칠꽃이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있으니 귓볼을 간지르는듯 속삭임이 보입니다 ㅎㅎ
멋진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