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의정부지법(형사11부 임동규 판사)에서는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기무사 신아무개 대위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광운대 안중현 학생에 대한 두 번째 심리가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검찰 측 증인으로 신아무개 기무사 대위와 신 대위와 함께 평택역에서 근무했던 기무사 배아무개 중사가 나왔고, 피고인측 증인으로는 서울여대 전진희 학생이 참석했다.
신아무개 대위는 이날 재판장에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가 있는 휴가중인 장병 8명이 8월 5일 쌍용차 집회에 참가하는 게 거의 확실시 돼, 팀장인 윤아무개 소령으로부터 A4 용지에 사진과 이름이 적혀있는 자료를 건네받고 다른 팀에서 비디오카메라를 빌려 8월 5일 오후 3시 평택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중에 평택역에서 합류한 배아무개 중사에게 국가보안법 위반혐의가 있는 군인들의 사진을 건네고, 배아무개가 군인으로 의심되는 2, 3인을 지목해 비디오카메라의 줌인 기능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찍었을 뿐"이라며 "민간인 사찰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8월 5일 이전에 찍힌 영상은 비디오카메라를 다른 팀에서 빌렸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20분간 구타 당했다는 신 대위... 상반되는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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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에서 마지막으로 촬영된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구자현 지회장 |
ⓒ 기무사 동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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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무개 대위는 집회 참석자들에게 적발됐을 때 "기무사 신아무개 대위다, 공무를 수행중이다라고 신분을 밝혔음에도 집회군중에게 강제로 끌려가 20여 분간 협박과 구타를 당했다"고 증언했으나, 이는 피고인측 증인으로 나온 전진희 학생의 말과는 상반된다.
전진희 학생은 이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여러 명이 수상한 사람을 잡아왔다, 당시 신대위 주변에는 많은 시민들이 있어 폭행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누구냐, 기무사냐 왜 촬영했냐고 물어 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도망갈 궁리만 했다"고 말했다.
신아무개 대위를 폭행한 혐의(강도상해)로 구속돼 있는 안중현 학생관련 증언도 상반된다. 신 대위는 피고인이 자신의 왼쪽 팔을 꺾어질 직전까지 20여 분간 계속 꺾고 있어서 똑똑히 기억한다며, 안중현 학생을 지난해 8월 19일 고소했다고 했다.
반면, 전진희 학생은 당시 신 대위 주변에서 그를 잡고 있던 사람 중 한 사람은 아는 사람이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위가 잡혀온 지 20여 분이 지난 뒤에도 상황에 변화가 없어서 자신은 뒤편으로 나왔고, 그때 구속된 안중현 학생이 자신의 왼쪽에 있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안중현 학생은 당시 신 대위를 잡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전진희 학생의 증언이다.
"나는 신 대위 정면에서 2~3m 앞에 있었는데 20분 지났는데도 상황이 변화가 없었다. 신 대위의 가방을 사람들이 낚아채 신분을 확인했다. 항공대 김아무개 학생이 문자메시지를 보고 신 대위가 군인인줄 알았다고 했다. 문자에는 '신분을 노출해서 안 된다'는 당부의 문구 등이 있었다."
임동규 재판장은 당시 문자메시지를 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을 하고, 판사 직권으로 다음 심리 때 항공대 김아무개 학생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신혼집 마련 위해 찾은 부동산까지 쫓아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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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무사 신 대위는 황인호 사무국장을 집요하게 쫓았다. 그리고 자신의 수첩에 꼼꼼하게 옮겨 적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수첩 자료를 관련기관에서 건네받은 것을 옮겨 적은 것이라고 했다. |
ⓒ 기무사 사찰동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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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2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지 얼마 안 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취임했다.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민간인 사찰에 대한 아무런 조사 없이, '기무사 민간인 사찰 아니다', '수첩 등의 내용은 관계기관에게서 건네받은 자료' 등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의 해명과 신 대위의 증언은 사실일까? 변호인이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한 기무사 민간인 사찰 동영상을 보면, '아니다'이다.
신 대위와 배 중사는 재판정에서 "비디오카메라를 다른 팀에서 빌려 왔기 때문에, 8월 5일 평택역 집회 이전에 촬영된 동영상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변호인이 증거물로 제출한 기무사 민간인 사찰 동영상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나온다. 먼저 신 대위가 집회군중에게 잡혀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촬영한 인물을 확인해 보자. 이 마지막 인물에 대해 신 대위는 "배 중사가 지목한 2~3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줌인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했다.
테이프에 마지막으로 찍힌 사람은 40대의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회 지회장이다. 구자현 지회장은 과연 평택역에서 우연히 촬영된 것일까? 아니다. 8월 5일 이전에 찍힌 내용들을 꼼꼼이 살펴보면 '구자현 지부장의 집 앞', '구자현 지부장이 근무하고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 앞', '구자현 지부장이 담당하고 있는 전자회사 본사(인천남동공단 소재)'와 '서비스센터(서울 봉천동 소재)' 등의 모습이 나온다. 다른 팀에서 빌려온 카메라에 어떻게 신 대위가 마지막으로 찍은 인물과 연관된 장소들이 담겨 있었을까.
황인호 민주노동당 금천구위원회 사무국장의 경우도 비슷하다. 기무사는 그가 사는 집, 근무하는 사무실, 심지어는 그가 신혼집 마련을 위해 찾은 부동산까지, 일주일이나 쫓아다녔다.
법원으로 넘어간 기무사 민간인 사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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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차량증 뒷면의 메모들 기무사 신대위는 작전 차량증 뒷면에 황인호의 행적을 빼곡히 적은 다음에 수첩으로 옮겨 적었다. |
ⓒ 진보정치 정택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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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한 적 없다'고 말하는 신 대위와 김태영 장관의 주장을 믿을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신 대위 수첩에는 기무사령관이 발행한 작전차량증이 4장이나 있었다. 그런데 이 작전차량증은 부대에 들어갈 때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거리에서 사찰자의 행적을 잠깐씩 메모할 때도 유용하게 쓰였다. 김태영 장관의 말처럼 관계기관에서 제공한 정보라고 하면, 그 내용을 왜 굳이 작전차량증 뒷면에 적었다가 다시 수첩에다 옮겨 적었을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기무사민간인피해자대책위는 2008년 9월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조사 기간을 훨씬 넘기고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무사의 자료제출 거부로 조사 진행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무사민간인피해자대책위는 기무사를 고발하지 못했다. 신 대위가 군인 신분이어서 재판을 할 경우 군사법원에 진행되는데, 이렇게 되면 승소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대위가 안중현 학생을 폭행죄로 고소하면서 기무사 민간인 사찰에 대한 판단은 대한민국 법원으로 넘어갔다.
최근 법원과 검찰개혁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세가 끊이질 않고, 판사 집 앞에서는 보수인사들이 집회를 열기도 한다. 결국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대한민국 법원의 현주소를 판단하는 또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한 이후 재판은 법원의 인사 때문에 3월에나 시작된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