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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환급금은 눈먼 돈…형평성 시비 잇따라 | ||||||||
대학을 졸업하고 올 6월 직장을 잡은 김모(26·여)씨는 지난주 만난 친구의 자랑을 듣고는 분통이 터졌다. 지난해 11월 말 은행에 입사한 그의 친구는 얼마 일하지 않고도 2007년 근로소득자로 인정돼 유가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정부에서 나눠주는 돈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무작위로 지급될 줄 몰랐다"며 "고된 일을 하고도 이런 저런 이유로 환급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연봉이 4천만원이 넘는 직장인에게 세금을 환급해준다는 말에 어이가 없다"고 했다. 정부에서 주는 유가환급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용직이나 계약제 근로자 등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환급을 받지 못하는가 하면, 제도상의 헛점으로 인해 정작 부유한 사람들이 환급을 받는 등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돈을 받고도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에 분통을 터뜨리는 일이 빈번하다. 1t 트럭으로 과일 행상을 하는 강모(63)씨는 '사업자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소득 증명을 할 수가 없어 환급을 받지 못한다'는 국세청 직원의 설명을 듣고 하릴없이 전화 수화기를 내려야 했다. 그는 "올해 오른 경유값 때문에 지출이 2배 이상 늘었는데도 없는 사람은 이런데서도 차별받는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경차를 몰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식당으로 출퇴근하는 이모(42·여)씨도 주인이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씨의 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유가환급금을 받을 수 없다. 기준이 '1인당 소득'인 탓에 상대적으로 형편이 괜찮은 맞벌이 가정은 환급대상이지만, 홑벌이 가정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도 벌어졌다. 연봉 4천만원인 가정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반면, 연봉 3천만원씩 받는 맞벌이 가정은 각각 24만원씩을 받아 48만원의 '공돈'이 생기는 식이다.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일용직 근로자는 별도의 환급 신청 절차없이 이미 제출된 일용근로소급지급명세서만 확인되면 유가환급금을 지급하고 신용불량자의 경우에는 우편환으로 돌려주는 등 보완책 마련에 고심했다"며 "일부 형평성 시비가 있지만 어쩔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유가환급금을 놓고 '생색만 내는 정책' '국민을 푼돈으로 달래려 한다'며 못마땅한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이기정(34)씨는 "국민이 비싼 세금을 내는 것은 국가의 발전과 사회복지의 향상을 기대하는 것이지, 고작 20여만원의 푼돈을 돌려받자는 뜻이 아니었다"고 했다. 최혜성(38)씨는 "기왕에 돌려주기로 했으면 저소득층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야하는데 기한안에 신청하지 않으면 그나마 환급을 못 받는다, 소득증명이 없어서 안된다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꼬집었다. 유가환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대상은 근로소득자의 경우 올해 직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지난해 근로소득이 3600만 원 이하여야 하며, 사업소득자는 올해 사업을 계속하면서 지난해 종합소득 금액이 2400만 원 이하인 자로 최고 24만원까지 돌려받는다. 정부는 유가환급금에 모두 3조4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전체 소득세 납부 대상자(1760만명)의 78.4%인 1380만명을 수혜자로 예상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8년 11월 19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