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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전 독일에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 기고하던 몇군데 멤버십 매거진들이 있는데 그 중 한곳에 기고했던 내용을 무편집본으로 올립니다.
단견이지만 뉘르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길 소망합니다.
클럽아우디 황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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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성지라 불리는 뉘르부르크링을 다녀왔다.
업무 차 독일에 10여 년 동안 다녔으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다녀왔다.
그만큼 쉽게 가기 힘든 곳이기도 하지만 꿈같은 곳이기에 함부로 가면 안 되는 그런 성지였던 것 같다.
독일에서 중부내륙 쪽에 있는 뉘르부르크 지역은 워낙 산간오지(?)라 웬만큼 독한 마음과 하드코어한 일정을 잡지 않으면 다른 일과 함께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강원도 태백쯤에 있는 서킷인데 어느 외국여행자가 서울에 와서 태백 서킷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면 대답해줄 서울 시민이 몇이나 있을까. 때문에 여기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면 사전 예약과 일정을 확실히 체크 후 이틀정도 일정으로 가기를 권한다.
기내에서 읽었던 도가니....참 나쁜넘들 많죠.
뱅기에서 내리기전 아침으로 먹어 속을 달래줬던 낙지비빔국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거리가 약 190km로 가장 가깝다. 아우토반(독일의 고속도로)만 타면 쉽게 갈수 있는데 아우토반을 벗어나서도 국도로 한참을 달려야 한다. 주의할 점은 독일 사람이라해도 뉘르부르크링이라고 하면 거의 십중팔구는 완전 반대방향인 뉘른베르크(뮌헨 북쪽에 있는 도시)로 안내하는 경우가 많으니 네비게이션에 반드시 ring을 확인해야 한다. 아니면 뉘르부르크 호텔을 찾는 것도 한 방법.
링을 간다는 흥분된 마음도 마음이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도로 내구성을 자랑하는 속도 무제한 아우토반을 달린다는 벅찬 마음과 숲과 나무가 우거진 국도변을 달리는 내내 흥분을 감출 수 없기에 가는 길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우토반이라고 해서 전 구간 무제한은 아니지만 1차선은 거의 무제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내가 갔을 때 대부분 1차선을 달리는 차량은 BMW와 아우디 세단들이 많았고, 속도는 크루징 180km정도 가능할 만큼 쾌속 드라이브가 가능했다.
확~트인 아우토반. 링 간판이 보인다
여행객으로서 뉘르부르크링을 체험하는 방법은 4가지가 있다.
첫 번째, 일반차량을 렌트해 직접 몰고 가서 서킷까지 타는 방법,
두 번째, 사전에 링 택시(대부분 BMW M3나 M5)를 타는 방법,
세 번째, 레이스카 코드라이버 체험 (애스턴마틴 밴티지 V8 레이스카 버전을 레이서가 운전하고, 옆에서 동승하는 체험인데 한화 약 50만 원 정도다.),
네 번째, 링 근처에 가면 링 전용 렌트카가 있는데 주로 폭스바겐의 골프와 시로코에 롤케이지까지 장착한 튜닝카를 빌려 타는 방법이 있다. 한화 10여만 원(달랑 1바퀴)으로 체험이 가능한 링택시는 주로 주말만 가능한데 3개월 전에는 예약해야하고, 레이스카 코드라이버는 고작 8~9분 한 바퀴에 큰 비용을 지불해야하니 망설여진다. (자세한 사항은 뉘르부르크링 홈페이지 www.nuerburgring.de를 참조. 영문버전도 제공된다)
나는 첫 번째 방법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량을 렌트해 이동했다.
독일은 프리미엄 자동차의 나라답게 렌트카 모델도 다양한 편이나 막상 타보고 싶은 차들은 대부분 예약이 마감됐거나 가격이 상당히 높다. 전 세계 여행객들이 독일하면 차를 떠올리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테니까.
하지만 미리 서둘러 예약하면 운 좋게 신차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내가 렌트한 차량은 푸조의 RCZ 1,6HDI. 디젤이지만 연비도 좋고, 토크가 좋아 아우토반에서
시속200km를 넘나들며 비교적 스트레스 없이 다녔다.
처음에는 하필 푸조에 디젤일까 했지만 며칠간 타고나서는 엄청난 이동거리(3일간 약3천km)와
아우디 TT를 닮은 멋진 스타일 덕에 현지인들의 시선도 꽤나 받았던 것 같다.
원래는 태국에서 몰아본 뒤 인상 깊었던 폭스바겐 시로코를 신청했는데
현지에 가보니 시코로는 매진됐던 터라 동급차량으로 대체된 모델이 RCZ였던 셈.
링의 경험을 나와 함께한 푸조 RCZ
그렇게 아우토반을 벗어나 국도변을 달리다보면 뉘르부르크링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먼저 알게 된다.
우리가 잡지나 방송, 특히 플레이스테이션의 그란투리스모 게임을 통해 보았던 익숙한 영상이 가는 내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생각해보라, 낯설기보다 가상현실의 공간에서 실제 공간에 놓인 나를 깨닫는 순간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연스레 엑셀에 발의 무게가 더해진다.
링이 가까워지면 거의 1차선이기에 가는 길에 이미 레이스가 시작된다.
오는 동안 보이지 않던 레이스용 바이크(링은 오토바이와 차량이 함께 달린다)의 굉음과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미사일 소리를 내는 온갖 튜닝카들이 일렬로 그룹 드라이빙을 하는 현상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아, 내가 링에 오긴 왔나보구나’ 싶은 마음이 들면서 가슴이 쿵쿵 뛰어댄다.
조금만 틈을 주어도 그냥 추월해나가는 포르쉐 GT3와 GT2들. 지인들이 대부분 포르쉐를 갖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GT3를 한 번에 보는 건 정말 드문 광경이었다. 닛산 GTR과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도 어느새 합류해 추월해나간다. 그렇게 지나치는 차량들을 보면서 링에 도착.
링 인포메이션 센터
그런데 초행길이라 대부분 양보를 하고 추월당하다보니 다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길래 표지판만 보고 링 인포메이션 센터까지 갔다. 은색의 웅장한 건물과 레이싱을 표방한 디자인에 흠뻑 취한 채 넋 놓고 쇼핑까지 하는 여유로움을 느끼는 사이 어느 새 안내데스크에 있던 사람들이 퇴근하고 없어 무척 당황. 알고 보니 내가 달리려고 온 노트르슐라이페(북쪽 링서킷 : 우리가 알고 있는 뉘르부르크링은 노르트슐라이페를 뜻한다.)는 여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전에 퍼블릭 데이 오픈 시간을 확인하고 여유 있게 왔었는데 어느 새 마감시간까지 우왕좌왕하다 간신히 친절한 현지인의 안내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약 2키로 떨어진 노르트슐라이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퍼블릭 데이 : 차량을 렌트해 링 서킷을 체험하려면 사전에 퍼블릭 데이 일정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세계적인 서킷이기에 각종 시합과 행사가 많다. 홈페이지에 일년 스케줄표가 나와 있는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퍼블릭 데이는 며칠 안되므로 사전에 미리 시간표를 확인해야하며 대부분 오후 두 시간 정도만 개방을 하니 미리 서두르는 게 좋다.)
노르트슐라이페 링카드 매표소
이게 바로 링의 입장권 링카드 입니다.
서킷 입구는 차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항상 붐빕니다.
노르트슐라이페 입구에 들어서면 나를 지나쳤던 모든 차들과 어느 새 이렇게 많은 차들이 여기에 모였는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진으로만 보던 올드 스포츠카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소위 달린다는 거의 모든 차들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 날은 포르쉐 GT3 동호회에서 단체로 오는 바람에 GT3와 GT3RS, GT2 등이 많았던 것 같다.
닛산 GTR과 페라리 F430은 주목의 대상도 아니고, 페라리 458정도 되니 사람들이 쳐다보는 수준이었다면
이 날의 분위기가 짐작이 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아우디 TT-RS의 끝장 튜닝카도 볼 수 있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
노르트슐라이페에 들어가려면 입구의 티켓 센터에서 링 카드를 구매해야한다.
22.81km의 서킷을 약 10분정도도 달리는 한 바퀴의 가격이 한화 약 4만원. 물론 시간과 담력만 된다면 할인되는
패키지 티켓을 끊어 지칠 때까지 탈 수도 있다. 물론 나도 타기 전까지의 마음은 마감시간까지 끝짱을 보고 타고가리라
결심했건만 막상 한 바퀴를 타고나니 생각이 좀 바뀐다. 일단 공포감이다.
필자처럼 비록 아마추어 경기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서킷 매니아가 타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험난한 코스와 처음 접하는 현실감,
무엇보다 내 차량보다 강력한 퍼포먼스를 지닌 수 십대의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함께 달리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차량만 구경하러온 관광객들도 많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집중해 타보지만
포르쉐 군단과 BMW M3와 M5등이 쌩~지나쳐가고, 달릴만하면 닛산 GTR과 페라리 등이 바로 뒤에 와서 엉덩이를 밀어댄다.
더군다나 렌트카는 서킷에서 보험도 안 되고, 타이어도 사계절용 타이어니 그립이 약해 아무리 집중을 해도
미끄러질 수밖에 없어 극도의 긴장 속에 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처음부터 패키지 티켓 사지 말고, 반드시 한 바퀴를 타보고 생각해보길 권한다.
노르트슐라이페 링 주차장은 모터쇼를 방불케 합니다~ 정말 희귀차 많아요^^
며칠 묵으면서 레이스 아카데미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포감만 이겨내면 그 다음부터는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서킷의 천국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빨리 달리기보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최소한의 브레이크로 링의 도로를 익히다보면 곧 시야가 밝아진다.
무엇보다 그란투리스모 시뮬레이션 게임을 많이 해봤다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도로 구조와 주변 풍광에 감탄을 하게 된다.
연속된 코너나 추월하는 차량이야 평소에도 많이 경험해봤던 터라 곧 익숙해졌지만 노르트슐라이페의 가장 큰 공포감은 무려 300m나 되는 고저차였다.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언덕 블라인드 코너와 심한 연속 코너가 모두 고속이다보니 차량의 한계에 금방 부딪히고, 접지력이 떨어지는 타이어로는 안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브레이크를 자주 밟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운 고난과 역경 속에서 어느새 한 바퀴는 금방 끝난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GT3를 무심코 구경하다가 마음씨 좋은 차주를 만나 두 번째는 GT3에 동승할 수 있었는데
국내에서 경험해본 어떠한 택시 드라이빙보다 짜릿한 쾌감과 카타르시르를 경험할 수 있었다.
관심 차종이었던 TTRS, 몇대 있었는데 포스가 남다르더라는...
두말하면 잔소리. 포르쉐 GT3RS
링서킷은 그란투리스모5와 완전히 싱크로율 100%입니다. 게임이 위대한건지...서킷이 위대한 건지...
희한하게도 옆자리에 타서 느긋해지니 눈에 풍경이 들어오고, 서킷이 들어온다.
뉘르부르크링은 도로를 특별히 다듬어서 만들었다기보다 자연스레 산에 도로를 내고 울타리를 쳐서
하나의 자동차 전용 목장을 지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환경이 빼어나고, 보는 것만으로도 전투력이 급상승하도록 만드는 기운이 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자동차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친해지고 통할 수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다.
차를 좋아하고 서킷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시간 내서 들려보길 권하는 이유이며 절대 실망하지 않을 여행지이기도 하다.
진정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세계 최고의 차와 서킷을 만들게 했다.
*링 :
뉘르부르크링은 남쪽 5,148km의 GP슈트레케와 북쪽 22,81km의 노르트슐라이페로 나뉘는데
우리가 흔힐 말하는 링은 북쪽 코스 노르트슐라이페를 일컫는다.
세계에서 가장 거칠고 위험한 코스 때문에 그린헬(Green Hell)이라고 불린다.
심한 고저차(300m)와 73개의 거친 코너, 그리고 연속된 S자 코스와 많은 범프는 실제 달리다보면 공포감 이상이다.
이곳에서 랩타임 신기록을 세우면 드라이버는 물론 자동차 메이커에도 명예가 되며 세계적인 기사거리가 된다.
열심히 살다가 웃으며 뵙겠습니다.
클럽아우디
황문규
첫댓글 저도 함 가보고 싶네요.
오~ 멋지네요 언제 기회되면 함가보구 싶네요^^
즐거우셨겠네요 성지순례를 가시다니 ^^ 부럽습니다.~
잘봤습니다 마른모 까남님과는 또다른 맛의 기행문입니다 음악 평론같은 느낌이네요 감사
좋은글감사합니다 플스를벗어나고싶네욬ㅋ
애가 좀 크면 함께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현지인과 구별이 잘 안됩니다^^ ㅎ ㅎ
현지인과 구별이 잘 안됩니다^^ 2
잘보구 갑니다요~~
후기 잘봤습니다~^^
멋집니다~^^ 글도 사람도 링도. ㅎ
즐거운 경험하셨군요. 덕분에 제가 링에 있는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잘 봤습니다.
눈도즐겁구 마음도 행복하네요 감사합니다 ^^
읽으면서 눈과 마음이 즐겁네요~^^ 고맙습니다~ ㅎㅎㅎ
진짜 너무 멋있습니다! 나도 가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