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사셔도 됩니다. 이제 믿음을 사세요.’
최근 TV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고 중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 공동으로 제작한 광고가 있다. 지난 5월 초부터 방영을 시작한 이 광고는 SBS 교양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 중인 김병준 변호사가 등장해 네트워크 마케팅의 건전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2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설립된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기업평가와 매출실사 등을 실시해 불법 다단계업체를 근절하고 시장을 정화한다는 공통된 설립목표를 갖고 있다. 활동 3년차를 맞아 업계 정화작업을 활발히 진행해 온 양 조합은 2005년을 네트워크 마케팅업계 홍보 원년으로 보고 있다. 개별 네트워크 마케팅업체들도 최근 TV광고를 시작한 사례가 눈에 띈다.
1945년 영양보급식품 제조업체 미국 뉴트리라이트사에서 처음 시작된 네트워크 마케팅은 자신의 판매액과 자신이 모집한 사람의 매출액에서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 이를 영업의 자극제가 되게 한 마케팅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95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ㆍ시행되면서 법적으로 네트워크 마케팅이 처음 허용됐다. 문제는 네트워크 마케팅이 허용되기 전인 70년대부터 불법 피라미드업체가 성행해 ‘네트워크 마케팅업체 = 피라미드’라는 오해가 소비자들 사이에 굳어져 온 점이다. 네트워크 마케팅업계가 최근 홍보에 온힘을 쏟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양 공제조합 설립 이후 업계 정화가 활발히 이뤄지는 등 변화의 회오리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소비자 인식에는 변화가 없어 업계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공제조합 설립 이후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약 700개였던 업체는 120여개로 대폭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조직인 양 공제조합 중 한곳에 소속되지 않으면 네트워크 마케팅업체로 등록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질서를 갖춘 네트워크 마케팅업계는 이제 그 상위권을 외국계와 토종업체가 사이좋게 양분하며 자체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특히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도입 초기 부침이 심했던 토종업체들은 각각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며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문화마케팅, 스포츠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좋은 제품을 갖고도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
외국계 업체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브랜드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해외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있는 외국계 업체들은 제품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을 계속해 왔다.
더욱이 외국계, 토종 구분할 것 없이 이들 업체들이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지대한 것만은 공통된 사실이다. 이들 업계의 연간 시장규모는 약 3조원이다. 한때 5조원 규모까지 달했던 업계는 자정과정을 거치면서 그 규모가 다소 줄었다. 또 네트워크 마케팅은 고용효과만도 45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무려 10%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의 끊임없는 변신의 공을 마케팅 활동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당연히 그 핵심에는 상품의 품질이 있다. 품질을 일정수준 유지하기 위해 각 업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수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퇴출시킨다. 좋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해 상품기획 전문가를 다른 업태의 기업에서 고액에 스카우트해 오기도 한다. ‘비싸고 실속 없는 제품을 판매한다’는 오명은 말 그대로 과거의 ‘오명’이다. 이제는 생활필수품 위주로 판매한다. 실과 바늘에서부터 라면, 화장품까지 없는 게 없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는 요즘, 2개의 직업을 가진 투잡스족이 늘어가는 시대흐름에도 부응한다. 본래 네트워크 마케팅은 자신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을 살 때 이를 돈이 아닌 자신의 판매수당으로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영업에 임하는 게 적절한 활동 수위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업계 종사자들이 스스로를 소비자와 생산자가 결합된 프로슈머(Prosumer)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새로운 회원을 위한 교육에서도 이런 내용이 오간다.
물론 업계에 장밋빛 미래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을 단순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는 일부 종사자들의 오해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을 여전히 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통의 한 형태로 양지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해 대박을 노리는 일부 회원들의 음성적인 활동을 경계해야 한다. 네트워크 마케팅업계는 법률상으로 ‘다단계’로 규정돼 있다. 실제 해외에서 쓰는 용어도 ‘MLM’(Multi-Level Marketing)이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다단계라는 말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지면서 외국계 업체들이 쓰기 시작한 말이다. 아예 최근에는 직접판매공제조합을 중심으로 ‘직접판매’라는 용어를 쓰려는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용어에 있는 게 아니다. 탁월한 상품의 질을 바탕으로 친족 중심의 마케팅에서 벗어날 때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네트워크 마케팅 본래의 의미에 충실한 업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의 힘찬 행보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