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72008
Indianapolis, IN
수많은 인파가 몰린 인디애나폴리스 홈 구장인 Conseco Fieldhouse에 들어서는 제 눈에는 눈물이 맺혔습니다.
마지막으로 MSG에서 경기를 관전한지 정확히 11년..
그 11년동안 제 인생에서는 산천초목이 뒤집히고 강산이 일곱 번 바뀌었고 천지가 개벽했습니다.
보금자리를 잃고 망명한 이후 그때부터 낯선 땅에서 시작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생활고를 겪으며, 전 다시는 살아서 이 땅에서 nba 경기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전 현실을 딛고 일어났고,
이렇게 11년이 지난 오늘 다시 이 곳에서 꿈에서나 그리던 제 favorite team의 농구 경기를 관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개무량이 이런 기분이었는지는 몰랐습니다.
꿈을 현실로 이루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 뜻깊은 오늘 밤의 경기를 뜨거운 명승부로 만들어준 셀틱스와 페이서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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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보신 분들이 많으실테니 경기 후기는 간략하게 하겠습니다 ^^)
3쿼터까지는 양팀의 전력을 파악해볼 수 있는 막상막하의 승부가 연출되었습니다.
셀틱스는 누구에게 뚜렷하게 의존하는 법 없이 계속 볼을 돌리면서 좋은 찬스를 만들었고, 페이서스도 포드와 그레인저, 대니얼스의 돌파력을 이용하여 찬스를 만들면서 맞대응했습니다.
셀틱스의 볼 흐름은 작년에는 약간 미숙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지금은 역시 챔피언쉽을 차지한 후로 더더욱 정제되어 기가 막힌 패스웍이 계속해서 터져나왔습니다. 돌파-킥아웃-이단패스, 기브앤 고, 백도어 스크린, triple threat등 실로 모든 선수들을 이용한 무수히 많은 전법들이 물 흐르듯 구사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팀을 통틀어 레이 앨런이었습니다. 론도의 눈부신 성장으로 (제가 보기에는 정말이지 론도의 리딩 능력은 '흠잡을 데' 가 하나도 없습니다. 동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찬스 만들어내는 실력과 완급 조절 템포 조절...., excellent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셀틱스를 응원하는 입장에서도 '저런 망할놈의....' 소리가 절로 나오던 론도가 이렇게 멋지게 성장할지는 미처 몰랐지요 ^^) 레이 앨런은 리딩은 전혀 하지 않고 주특기인 스크린 슈터 전법만 전념하고 있고, 그 이후로 매경기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에 볼 미소유 움직임이 좋아 스크린을 타고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오픈샷을 족족 작렬시키더군요.
4쿼터까지 도리어 페이서스가 셀틱스를 리드하고 있었죠. 셀틱스는 올시즌 페이서스에게 패한 적이 있고, 레이커스도 페이서스에게 고배를 마신 것을 보면 페이서스는 우승후보만 잡는 도깨비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홈관중들 열광하고 다들 난리였죠.
그리고 클러치 타임은 손에 진땀을 쥐게 했습니다.
(동영상이 흔들리는데다가 정작 피어스의 동점 삼점포는 포착하지도 못했습니다. -_ㅠ;; 날뛰고 하이파이브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아 글쎄, 퍼킨스 요놈이 그 중요한 4쿼터 20여초 남은 상황에서 마지막 자유투를 2구 다 실패해버리는겁니다... 한 골이라도 넣어야 동점이 되는데 정말 한심하기까지 하더군요... 곧바로 페이서스에게 셀틱스는 고의파울을 하였고, 자유투를 2구 성공시키는 페이서스는 리드를 3점차로 벌립니다.
10여초가 남은 마지막 타임아웃 공격., 무조건 3점 아니면 패배였습니다. 닥 감독은 삼점슛을 노리기 위해 앨런, 피어스, 하우스를 모두 코트에 세웁니다. 스크린을 돌아 곧바로 뛰쳐나온 레이 앨런이 삼점슛을 던지지만 림을 외면하고 말죠. (가슴 철렁) 이때 하우스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오펜스 리바운드를 잡아채더니 곧장 삼점라인으로 뛰어나온 피어스에게 공을 건냈고, 피어스는 펌프페이크로 수비수 하나를 저 멀리 날려버리고는 삼점슛을 날립니다............... Swish!!!
말로만 듣던 The Truth의 4쿼터 카리스마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니 홈팬으로서도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었습니다. 마치 04 파이널 2차전, 3점 아니면 무조건적으로 패배인 상황에서 수비수 달고 삼점을 꽂아넣은 코비를 보는 것 같았다랄까요.
0.8초 남긴 상황에서 론도의 본헤드 패스로 고스란히 위닝샷 기회를 페이서스에게 줘서 가슴이 또한번 철렁했습니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는 엎치락 뒤치락.... 그러다가 레이 앨런이 빅 삼점을 터뜨리면서 경기를 끝내버립니다. 앨런과 피어스의 클러치슈터로서의 카타르시스를 뼛속까지 깊이 느끼고 왔습니다.
아래는 제가 찍은 사진들입니다... 참...... 그간 기술도 많이 발전해서 이렇게 디카를 가지고 가서 즉석에서 사진을 찍고, 곧바로 인터넷에 올려서 같이 보고..... 세상 좋아졌습니다. 제가 MSG 다니던 시절에는 이런 디카가 있었나요, 동영상 녹화가 있었나요, 인터넷이 있었나요.... 그저 눈으로 보고 머리속에 영원히 간직하는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것이었죠.. 그래서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눈 깜박이는 것도 일부러 참았을 정도였으니까요.
예전에 조던을 가까이서 보고 느꼈던 느낌을 글로 풀어 쓴 적이 있습니다. 무리 속에 같이 섞여있어도 발산하는 무게감과 광채가 이미 유(類)가 달랐습니다. 마치 환한 aura가 MJ의 뒤에 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오늘밤, 전 그때 제가 조던을 보며 느꼈던 똑같은 느낌을 KG에게 느꼈습니다. 가넷은 구태여 찾지 않아도 한 눈에 들어올만큼 분위기가 압도적으로 달랐습니다. 다른 선수들 사이에 섞여있어도 그가 발산하는 카리스마와 강인함은 코트 위의 그 어느 선수에게도 찾지 못할만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Kevin, look over here for a sec!" 하고 가넷의 이름을 부르자 가넷이 문득 절 향해 고개를 들은 장면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습니다. ^ㅡ^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가넷이 요즘 활약이 저조해서 '부진' 한줄 알았는데, 제가 직접 보니 '부진' 이 절대 아닙니다. ^^ 셀틱스 팬분들은 마음 놓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팀이 궤도에 올라와서 가넷이 "일부러" 공격을 안 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눈에 뻔히 보이던 것이더군요.
(그랬는데도 오늘 더블더블 기록했죠?)
대신 수비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본실력을 단단히 보입니다. 공격은 이제 자기 말고도 풀어나갈 선수들이 많으니, 자신의 비중이 절대적인 수비 면에서 주력하는 것 같습니다.
유잉을 보지 않고 유잉의 수비력을 평하기 어렵듯, 가넷의 수비력을 직접 보는 것과 경기로 보는 것은 역시 다르더군요. 움직임의 빠르기와 몸놀림이 대단했으며 특히나 리바운드에서는 하나 하나 채갈때마다 사람들이 탄성을 지를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점프력도 엄청나더군요...) 그리고 상대편 패스 하나 하나 나갈때마다 스틸을 노리면서 탑까지 나와 디나이 수비를 펼치더군요. 정말 극강의 질식 수비력이었습니다.
레이 앨런에게 반할 것 같습니다. TV로만 보던 그의 깔끔 슛폼을 직접 보니 거의 슈크림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이더군요. -_-;; 너무너무너무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파워풀한데... 이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스크린을 받고 전속력으로 달려나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높이 뛰쳐올라 (점프력 엄청나게 높습니다) 일직선으로 꼿꼿하게 뜬 상태에서 퀵 릴리즈를 던지는 그 깔끔 상큼한 모습은 하루 종일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론도는 무지막지하게 빨랐습니다.
구장에는 인디애나의 영혼의 져지가 걸려있네요.
벽에는 얼굴이 그려져 있구요.
나머지 선수들에게 느낀 점
피어스: 보던 것보다 덩치가 어마어마했는데 덩치에 걸맞지 않게 움직임이 대단히 빠르더군요.
퍼킨스: 포스트업의 무게감이 대단한데 마무리가 좀 굼떴습니다.
포우: 생각보다 민첩했습니다.
하우스: 셀틱스 우승에 왜 큰 도움이 되었는지 알겠더군요. 현 셀틱스 벤치의 에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스칼라브리니: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
대니얼스: 드라이브 인 실력이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그레인져: 조금만 다듬으면 브랜드 로이급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 하는게 없더군요. 클러치 상황에서도 페이서스의 공격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네스테로비치: 실책을 너무 많이 해서 홈팬들에게까지 야유를 들었습니다.
포드: 생각만큼은 빠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스피드가 궁금해서 눈에 불을 켜고 관찰했는데 도리어 론도가 더 빠른 것 같네요.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
p.s. Bethany의 사진을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말씀을 드립니다. 치어리더 공연은 물론 있었지만 제가 찾아보니 그 중 오늘 Beth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첫댓글 선추천 후감상 ^^
불과 2시간 전인데 아직도 생생합니다. ^^
피어스는 가끔가다 포우나 퍽같은 단신 빅맨으로 착각할 정도로 덩치가 은근히 크더군요. 실제로 갔다오셨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특히나 보는 사람 애간장 녹게 만드는 대박 게임이라면 더욱 더 말이죠.마지막 멘트는 참으로 안타깝군요..;ㅅ;
하우스는 정말 다나 바로스 아니, 시카고 왕조시절의 스티븐 커 느낌이 납니다... 3점 컨테스트나 한 번 나가주길 ㅎ
캬~~~부럽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근데 예고하신 잡담 3번은 어떻게 되셨는지...ㅋㅋㅋㅋㅋㅋ
마지막 p.s에 설명이 있는데요.. ^^;;
와우........전 언제쯤 TD Baknorth Garden에서 보스턴 경기를 관람할수있을까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있어요 !!! ㅋㅋ
.. 부럽내요 잘읽었습니다^^
굿..^^ 잘 읽었습니다.. 저도 꼭 한번 실제 경기장에서 보고 싶네요.. 내년이나 가능할런지...;;; 가넷 실제로 보고 싶다..ㅋㅋ
(방문) 아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우왕~ 멋지다 ㅎㅎ
아아 엄청납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ㅡㅡ;; 완전 부럽내요.... 후아~~~ 보스턴의 경기라... 그것도 대박경기를 ㅜㅜ;; 에효~~~ 가넷보고싶다.. 보스턴 선수 전부... 후~~~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러우면 지는건데... 에잇-_- [p.s.] p.s.를 보니 뜨거워졌던 가슴이 차가워지는군요.=_=
.....부럽습니다...... 나도 가고싶다
와.. 셀틱팸으로썬 어디서도 찾을수 없는 진귀한 사진과 감상이네요.. 감사합니다..ㅎㅎ
부럽내요,, 특히 가넷을 불렀는데 가넷이 쳐다본거.. ㅎㅎ
우선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런사진을 볼수있어서... 3번이 없는건 속상하네요...ㅎㅎ
경기장에서 보면 서장훈도 엄청나 보이던데(물론 실제로도 엄청난 선수지만), 케이쥐를 직접 보셨다니~ 그 감동은 실로 어마어마 했을 듯. 게다가 케빈을 불러 사진까지~ 자주 가주세요~ 경기장!!
역전과 재역전이 난무하고 버저비터에 마지막 클러치샷까지 터진 초왕대박 경기를 직접보시다니 ㅠㅠ 부러울따름입니다
(방문) 부럽습니다. 저도 이런 기분을 언제 다시 느껴볼 수 있을런지...
(방문) 경기장 다녀오셨나보군요 ㅎㅎ 보스턴팬이신 글쓴님 인디애나까지 보스턴 어웨이 경기 보러다녀오셨군요 ㄷㄷ;; 부럽습니다....
아, 전 인디애나 블루밍턴 삽니다. ^^; 페이서스 경기장은 차로 1시간이면 가는 거리입니다.
와우와우 ...정말...부..부럽습니다.ㅠㅠ
평생 잊지못할 추억을 만드셨군요........... 아 부러워라
아....제가 항상 꿈꾸는 모습이네요...티디 뱅크노스 가든에서....오늘같은 경기 필요없습니다. 가비지든 모든 이기는 경기, 가까이서 보는게, 제 NBA인생의 최대의 꿈인데....그리고, PS는 많이 아쉽네요...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