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이 번쩍이며 재빠르게 허공을 가른다. 커다란 창이 힘차게 쭉 뻗어 물살을 파고든다. 말들이 초원을 달리고 나면 사방에는 혈흔이 난무하고, 무기를 잃은 이들은 주먹과 발을 날리며 서로를 향해 살기를 내뿜는다.
우리가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극의 한 장면이다. 알고 보면 이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무예는 훈련을 목적으로 단련했던 우리나라 전통 무예 24반이다. 24반무예는 조선시대 제22대 군주인 정조대왕의 명에 의해 당시 최고 실학자인 이덕무, 박제가와 당대 최고의 무인으로 손꼽힌 백동수가 주도하여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스물네 가지 기예들이다.
무시무시해 보이는 무기들의 보병무예와 위태해 보이는 기병무예가 합쳐진 24반무예. 하지만 그 속을 드려다 보면 문무를 겸비하기 위한 조상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국가와 백성을 보호하고 자주적, 진취적 기상을 청년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24반무예는 우리의 전통무예와 문화를 상징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특히 24반 무예는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리더십을 쌓는 데도 그만이다.
“24반무예 너무 무섭게 생각하지 마세요”
“요즘 정기적으로 선보여지는 24반무예가 목검이나 창을 들고 무예시범을 보인다고 사람들이 너무 무섭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알고 보면 무기를 들고 하기에 다른 운동보다 조심스럽고 마상무예를 위해 승마교육도 하는 등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24반무예협회 김성하 회장의 말이다. 24반무예에는 검과 창, 마상무예라는 느낌이 강해 ‘배워볼까‘라고 마음먹었던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거부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기자 역시 24반 무예는 취미보다는 전문적으로 배워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해동검도를 비롯해 다양한 무예들에도 무기술이 있을뿐더러 무기를 든다고 위험하다는 것은 지나친 편견이다. 오히려 목검이나 기창 등을 가지고 무예를 연마하는 만큼 동작 하나 하나가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24반무예로 도장을 운영하기는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무예단체가 도장 시스템으로 대중화 이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문화를 복원하고 육성하자는 의미에서 우리 무예를 배우고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요즘 우리 문화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문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체험해서 느끼게 하는 것이다. 24반무예협회는 이러한 체험위주의 수련을 위해 다양한 준비와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서울남산 팔각정에서 무예시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며 “수원 상설공원에서도 수원시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4반무예’ 그 시작은 어디에서?사단법인 24반무예협회는 무예도보통지의 24반무예를 연구 복원 및 보급하기 위해 임동규 총관장에 의해 1989년 민족도장 경당으로 창립 되었다. 조선의 국방무예였던 24반무예는 활과 마상무예를 비롯해 선조들이 익혔던 전통 병학을 연구하여 우리의 체질과 기후, 풍토, 지형에 맞게 정립된 무예다.
크게 18가지의 보병무예와 6가지의 기병무예로 구분되는 24반무예는 창법과 검법, 권법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세부구성에는 창법에 장창, 죽장창, 기창, 당파, 기창, 낭선 등이 있으며 검법에는 쌍수도, 예도, 왜검, 교전부, 제독검, 본국검, 쌍검, 마상쌍검, 월도, 마상월도, 협도, 등패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권법으로 곤방, 편곤, 마상편곤, 격구, 마상재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24반무예는 중․근에 이르기까지 중국, 일본, 조선 동양3국을 대표하는 무예로 총 2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임진왜란 등 전쟁을 통해 실질적으로 전투에 활용되었던 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24반무예, 우리의 전통과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모든 문화가 그 나라와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듯이 무예도 마찬가지다. 24반무예에서도 우리 전통가락과 정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검도가 공격 지향적이라면 조선(한국)의 24반무는 방어 지향적 성격을 보인다.”
24반무예는 우리나라 전통무예인 만큼 국민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는 무예지만 빠르게 치고 빠지는 공격중심의 검도와는 달리 전후좌우로 다양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또 검을 감는 식의 방어적 성향을 띄고 있다.
그는 “우리 단체는 문무겸비와 상무정신을 강조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초석이 되는 어린이들과 청년들에 인성교육과 함께 사회적 리더가 되는 자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