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절 인연이 닿아 '1.7 사진반' 일행과 함께 지난 4월 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간 일본의 시코쿠(四國)와 주코쿠(中國) 지방을 다녀왔다. 날씨도 맑고
때 마침 벚꽃이 만개(滿開)하여 모처럼의 관광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그간 일본에는 비교적 자주 다닌 편이지만 시코쿠는 이번이 초행이다. 위로는 北海道
로부터 아래로는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對馬島까지 가보았지만 四國은 처음인데
항공편은 먼저 카가와(香川)현의 다까마츠(高松) 공항에 착륙하여 마루카메(丸龜)로
이동하면서 栗林공원과 마루카메성(丸龜城)을 관광했다.
그리고 이튿날 四國의 서쪽에 있는 가장 크고 아담한 도시 마츠야마(松山)로 이동했다.
인구가 약 51만명인 마츠야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 된 300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도고(道後)온천을 비롯하여 마츠야마성과 루치코초에 남아있는 옛 거리 모습등 귀중한
문화재와 사적, 풍요로운 문화가 넘치는 일본의 이름난 관광도시의 하나다.
관광 순서에 상관하지 않고 먼저 마츠야마(松山)와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에 관한
얘기부터 하려고 한다.
마츠야마성(松山城)은 히라야마지로(平山城)으로는 히메지성, 와까야마성과 함께
일본의 3대 성(城)의 하나로 꼽힌다고 하는데, 높이 132미터의 가쯔야마(勝山)에
전국시대의 무장 가토 요시아키(加藤嘉明)가 1602년부터 25년에 걸쳐 축성하였다고 한다.
천천히 걸어서 성(城)으로 올라가며 벚꽃에 둘러 쌓인 아름다운 경치를 관상했다.
마츠야마성의 가장 높은 곳 천수각(天守閣)에서 내려다 본 마츠야마시의 정경이다.
그리고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의 마츠야마성을 찬미한 하이쿠(徘句)를 새긴 비석
'松山城, 松山과 가을보다 높은 天守閣' ㅡ (번역이 엉망이지만...)
마츠야마 시내에는 전차가 다니고 있었다. 100여년 전부터 다니던 것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는데 아마도 관광용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특히 '봇짱열차'는 관광객을
위해 큰 볼거리로 제공되고 있다. 나가사끼, 삿뽀로 등지에서도 아직 전차를 볼 수 있다.
드디어 시내에 있는 도고(道後)온천에 도착했으나 시간이 모자라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고
안에도 들어가지 않아 사진을 찍지 못해 딴 웹사이트에서 도움을 받기로 한다.
건축된 지 100년이상이 지난 본관은 대중목욕탕으로써 시작하여 이젠 중요문화재로써
알려져 있다고 하며 나쯔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 " 봇짱"중에도 도고온천이 나온다.
그리고 도고온천 본관 건물안에는 봇짱실을 만들어 놓아 관광객의 구경거리로 제공한다.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는 아시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일본의 세익스피어라고도
불리는 근대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동경대 영문과를 나와 국비로 영국유학까지 했다.
그는 같은 동경대 동창생이자 친구인 이 곳 출신의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를 찾아
왔다가 마츠야마에 그대로 눌러앉아 1년간 마츠야마중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했다고 한다.
그 후 1905년에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발표했고, 이어서 松山中學校 영어교사
시절의 체험을 토대로 한 '도련님(坊っちゃん)'을 1906년에 호토토기스 라는 잡지에 발표
하여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도련님(坊っちゃん)은 나쓰메 소세키의 1인칭 소설로서 자칫 무거워 질수 있는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간결한 문장과 재미있는 구성 등으로 긴 세월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작품이라고 하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 읽지 못했다.
하여간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일본의 각종 교과서에 실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천 엔짜리 지폐 사진의 인물(2004년 신화폐부터 노구치 히데요로 바뀜)이 될
정도로 그의 존재는 일본인들의 생활에 밀착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곳 마츠야마에선 그의 캐릭터는 대단한 관광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위에서 보듯 그가 가끔 목욕하러 왔다는 도고온천의 본관에는 봇짱실이 설치되고 소설에
등장하는 봇짱열차는 아직도 시내를 달리고 있어 뭇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편 마사오카 시키(1867년~1902년)는 마츠야마시 花園町에서 태어나 동경제국대학
국문학과를 중퇴하고 일본신문사에 입사하였다. 하이쿠와 단카의 혁신을 가져왔다.
만년 7년간은 병마와 싸워 "仰臥漫録"등을 적나라하게 기록했다. 그는 야구로도
유명했으며, 사후인 2002년에는 야구전당에 올랐다. 그는 폐결핵으로 35세로 요절했다.
그리고 나츠메 소세키도 49세를 일기로 1916년에 타계했다.
페키지 투어로 참가한 우리 일행은 아쉽게도 유서깊은 도고온천 본관에는 들지 못하고
거기서 10여분 더 산속으로 들어가 새로 개발한 온천지대에 있는 오쿠(奧)도고호텔에
투숙해야 했다. 다행히 수질은 좋아 단 한번의 목욕에도 한결 피부가 부드러워진듯한(?)
느낌을 받고 이튿날 아침에는 모두들 밝은 모습으로 다음 행선지를 향해 출발하였다.
마츠야마는 깨끗하고 아담한 도시라 한번 더 자유여행으로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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