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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들이 지난해 12월 일본 국회 청사 앞에서 일본 정부의 부당한 탄압을 규탄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총련 관계자는 탄압정국으로 조선학교 취재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철우 기자 |
<참말로>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우리 말글살이의 현황과 한글의 세계화’를 15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보도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12월16일까지 국내와 몽골, 중국, 일본 등의 동포들의 말글살이 현황 취재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참말로>가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에서 선정한 언론사 유일의 ‘우리 말글 지킴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우리 말글을 살리고 세계화를 이뤄, 우리 민족이 21세기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코자 합니다.(편집자 주) “조국에서 보내주는 교육원조금이 끊기고 일본정부의 탄압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에서 나서 자라는 동포 자녀에게 조선 사람으로서 민족자주의식과 소양, 올바른 역사인식과 현대 과학지식을 주는 민족교육을 60년 동안 해 온 것이 자랑스럽다.”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총련) 관계자의 말처럼 총련의 민족교육을 빼놓고 재일동포의 말글살이를 말하기는 힘들다. 현재 일본에는 60여만 명(민단 40만, 총련 10만, 귀화 10만 등)의 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일제식민지 시절 ‘징용’과 ‘징병’을 당하여 일본에 끌려왔거나, 일제의 약탈로 살길을 찾아 건너온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다. 총련의 민족교육은 이런 역사인식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당국의 거듭되는 탄압으로 곤란한 조건에 있으면서도 민족교육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지난 57년부터 북에서 보내오던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총 455억여 원)도 2005년 이후로는 끊겨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조선학교 운영은 총련의 지도 밑에 교육회가 책임지고 있으며, 교육회는 중앙·현·학교 단위로 전임 일꾼과 동포학부모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이들 동포 학부모들은 교육자금 마련을 위해 ‘3천 엔 운동’등을 벌였으며, 총련 각급 조직과 여성동맹, 청상회 등 여러 단체와 사업체들이 학교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조선·한국 국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차별’을 감수하며 산다는 것을 뜻한다. 총련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도 상황이지만 해외에 오래 살게 되니 일본 영향을 받기도 하고, 아동 수가 일본사회에서도 줄어들고 있는 만큼 우리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경봉호 입항금지 등 일본의 탄압을 거론하며, “우리 기관에 탄압이 계속되고 있고, 건물 자체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단의 교육 상황은 더 좋지 않아, 한인학교는 오사카·교토 등에 초·중·고 학교가 4개뿐이다. 그나마 일본어로 교육을 하고 우리말을 외국어처럼 배워 사실상 민족교육이라고 말할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민단의 민족교육 현실 어두워
그렇다고 민단 동포들이 총련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니기도 쉽지 않다. 민단의 눈치도 봐야 하고 조선학교에서 쉽게 융화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민단이 40만으로 추산하는 동포 중 매년 1만여 명이 일본으로 귀화하고 있다.
송성길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 문교국장은 “을사조약 이후 1세기가 지나(2005년) 재일동포 1세는 없어지고, 이제는 2~5세까지 있다”며 “2세 이후 우리말을 잘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송성길 국장은 “학교는 4개밖에 없지만 지난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모국에 학생을 보내기 시작했고, 48군데 지방본부와 300개 현 지부에서 우리말 강좌도 운영한다”며 “그러나 일본에서 생활하다 보니 일본사람처럼 일본이름도 쓰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민단의 민족교육이 부실한 상황에서, 총련과 민단에도 속하지 않은 재일동포들의 말글살이는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국적은 대한민국이며 민단 관변단체인 대한청년단으로 출발했지만, 7.4 공동성명을 지지하는 기념행사를 ‘재일본조선청년동맹’과 진행하여 ‘빨갱이’로 몰린 뒤, 재일한국청년동맹(재일한청)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은 인상 깊다.
청년 중심 단체 '재일한청', 우리말 교육 등 민족교육 앞장서
재일한청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산하 단체로 조국의 통일·민주·세계평화·재일교포 권익옹호와 향상을 강령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 전국에 8개 본부 14개 지부, 총 200명의 재일 청장년을 포함하는 단체다. 이들은 스스로 '재미나는 우리말'이라는 교재를 만들어 우리말 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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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한국청년동맹 교재 '재미나는 우리말' ©이대로 논설위원 |
이들 거의 대부분은 한국국적이며, 조선국적과 일본국적인 3~4세대도 20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고, 매주 수요일 소모임 형태로 한국어 학습을 하고 있다.
박명철 재일한청 문교부장은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마이너스 요소밖에 안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그런 가치관을 바꾸고 한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도 민족교육과 우리말 교육은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재일동포가 아닌 일본인들의 우리말 학습도 활발하다. 재일 한국문화원뿐 아니라 지방자치 기관에서도 문화센터를 운영하며 한국어 강좌를 열기도 한다.
유진황 재일 한국문화원장은 “최근 ‘한류’드라마 등 영향이 컸다”며 “지금껏 한국문화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드라마·영화를 가깝게 보고 느끼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일본국민 상대 우리말 교육 유행...한류 영향 커
교토 히라카다시 한글강습소에서 우리말 초급과정을 가르치고 있는 김리박 선생(재일문인협회 회장)은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한국에도 호감을 갖게 되어, 한일 우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동포단체는 물론 한국정부에서 한국어 교육에 적극 나서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대로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참말로 논설위원)는 “중국 조선족 동포는 국적이 중국이지만 민족교육을 잘해서 우리말과 얼을 지키고 있어 우리 민족과 형제로 느껴졌다”며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동포사회도 국적에만 연연하지 말고, 우리말과 얼을 지키고 교육하는 데 힘썼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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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박 선생이 독립선언서 읽기로 일본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다. ©이철우 기자 |
[인터뷰-한통련 박남일 조직국장] 조선대학교 50주년, 훌륭한 민족유산
"민단 지원금, 조직운영 아닌 민족교육에 쓰면 더욱 값질 것" |
| ▲박남일 한통련 조직국장과 기관지 민족시보. © 이철우 기자 |
“올해 조선대학교 50주년을 맞아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50년 넘게 우리 말과 우리 문화, 역사를 지키고 있고, 특히 탄압 속에서도 유지한다는 것이 너무 훌륭한 민족유산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박남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조직국장은 “재일동포 3~4세가 많기 때문에 민족성이 희박해 일본사람 같은 생활을 하고 있고 우리 말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민족성을 지키자고 호소하면서 우리 말 공부를 같이 하며 살아가자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남일 조직국장은 “총련계 민족학교는 졸업할 때까지 우리말과 우리 역사, 우리 문화를 공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단계 사람이 조선학교에 다니기 쉽지 않기 때문에 거의 일본 학교에 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사회 자체가 재일동포에 대해 차별과 동화정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들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총련의 민족교육 정도까지 해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정부가 재일동포 민족 교육에 적극 지원했으면 한다”며 “민단이 해마다 받는 지원금 8억 엔이 조직 운영에만 쓰이지 말고, 민족성을 지키기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통련은 민단 자주수호위원회, 민단 도쿄·가나가와 지부, 재일한국청년동맹(재일한청)·도쿄부인회 등이 73년 8월15일 결성한 단체로 김대중 구출운동과 유신독재 반대운동, 전두환 정권 규탄 등 활동으로 78년 한국 대법원에서 ‘반국가 단체’로 규정됐다.
한통련은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뒤 일본 내 민단에게도 배척당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아예 총련 쪽에 가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통련은 도쿄·나고야·아이츠·교토·히로시마 등 일곱 개 지방본부에서 한국말 교실을 개설하고, 지역 동포들을 모아 초·중·상급반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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