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단이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얼굴을 새긴 배지(초상휘장)를 단 것에 대한 질문에 “남북 단일팀은 국회에서 2011년에 만든 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이 총리는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의 사진을 보여주며 “가슴에 달린 것(배지)이 무엇이냐”고 묻자 “북한에서 많이 다는 배지”라고 답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이덕훈 기자
이 총리는 전 의원이 재차 이 배지의 이름을 묻자 “다 알지 않느냐. 저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답한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이 “김일성·김정일 부자 배지 아니냐. 우리 선수들 유니폼에서 태극기는 떼고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김 부자) 배지가 생중계 현장에 달고 나오게 하는 게 맞느냐”고 하자, 이 총리는 “남북 단일팀에 관해서는 바로 이 국회에서 2011년에 만든 특별법(평창 동계올림픽 지원 특별법)에 근거 규정을 뒀고, 그것에 지원과 보조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전 의원이 “모든 것에 대해 이전 정부 탓을 하더니, 배지도 이전 정부를 탓하느냐”고 하자 이 총리는 “단일팀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이 “단일팀 규정에 김 부자 배지를 달라고 돼 있느냐”고 하자, 이 총리는 “국제대회에서는 서로 간의 국기를 드는 게 관행이고, 단일팀은 이렇게 하는 것이 이제껏 9번의 관행”이라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배지! 배지!”라며 고성을 질렀다.
김일성·김정일 부자 배지. /조선DB
전 의원이 “궤변이다. 태극기를 못 들면 인공기도 못 들어야 상호주의”라며 “그들에게 신성시되는 (김 부자) 배지를 떼야 올림픽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 이 자리만 모면하는 ‘궤변 총리’라는 말을 듣고 싶으냐?”고 하자, 이 총리는 “저는 의원님 말씀에 대해 그런 말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전 의원이 새 검정 역사·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마련 중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연구안(案)에서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6·25전쟁을 ‘남침’이라고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하자, 이 총리는 “교육부의 입장이 아니고, 평가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연구진 단계의 의견”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또 “(해당 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총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 입장이 아닌 것”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북한 교과서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
전 의원과 이 총리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전 의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한 여당 의원은 질문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전 의원에게 “그렇게 대정부질문 하지 마라. 반성해라”고 했고, 전 의원이 이에 맞서면서 잠시 소동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