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
임보
이 세상에 온 이들은 언젠가
저 세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 세상으로 들어올 때는
누구나 육신의 문을 통해 왔지만
저 세상으로 떠나갈 때는
한결같지 않다
흙의 문을 비집고 더디 지하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불의 문을 열고 황급히 천공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바람의 문을 통하는 이도 있고,
물의 문을 이용하는 이도 있다
티벳의 어느 고원에서는 새의 몸에 실려 떠가기도 하고
남미의 어느 초원에서는 수목의 뿌리를 타고 스며들기도 한다
토장(土葬) 화장(火葬)
풍장(風葬) 수장(水葬)
조장(鳥葬) 임장(林葬)
밀고 나가는 문들은 다 다르지만
그들이 장차 돌아가는 곳은 같다
우주의 바다
허공
별들을 빛나게 하는
거대한 어둠의 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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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의 잠언시집 [산상문답]에서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어느 문을 열고 가느냐가 삶의 숙제인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어느 문을 열고 들어가도 마지막 만나는 곳은 다 같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