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소
임보
진흙으로 소를 만들다니
물에 들어서면 금방 녹아 사라질
진흙소를 만들다니
그 진흙소를 타고 물을 건더다니
건너다 물에 빠져 죽을
그 진흙소를 타고 물에 들다니
사람들의 살과 뼈도 진흙이다
몇 십 년 겨우 비바람에 견딘다 해서
흙보다 낫다고 이르는가?
진흙처럼 허물어져 가는 육신에
가까스로 실려 가는 그대도
진흙소를 타고 가는 목동이다
우리들도 육신의 진흙소를 타고
거센 풍랑에 몸을 맡기며
보이지 않는 피안을 향해
광활한 시간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이 산천이 이렇게 황홀한 것은
우리들의 육신이 덧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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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 잠언시집 [산상문답]에서
카페 게시글
│牛♡│ 시 선 ‥|
임보의 잠언시 <진흙소>
운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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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5
17.02.27 06:1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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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진흙소를 감상하다가 이 시조가 떠올랐습니다
남구만님이 보시던 그 소도 아이도
이젠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
가슴에 '헉'하고 숨이 들어 멈춥니다
깨달음을 이리 쉽게 ...
욕심을 내려 놓으며
삶을 겸손히 살아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