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에 대하여
임보
어떤 조상은 알[卵]에서 태어나기도 하고
어떤 성인은 옆구리를 뚫고 나왔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어미의 하문을 열고 나온다
(하기사 요즘은 사주팔자를 미리 보고
제왕절개로 일찍 출생시키기도 한다)
어미 뱃속에서 열 달을 머물다가
이 세상 맞는 것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어떤 생명은 축복과 기림을 받고 태어나
요람에 싸여 자장가를 들으며 자라기도 하고
어떤 생명은 저주와 증오를 받으며 태어나
강보에 싸인 채 길거리에 버려지기도 한다
태어나는 상황도 가지가지다
어떤 산모는 길을 가다 출산하기도 하고
배나 차를 타고 가다 산고를 겪기도 한다
어떤 농부의 아내는 밭일을 하다
자신의 이빨로 탯줄을 끊었다는 얘기도 있다
피난길에 태어나 첫 울음을 제대로 못 울기도 하고
흉년에 태어나 어미의 젖을 못 물어본 경우도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의 몸을 빌어 태어나느냐에 따라
한 생애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주팔자를 따지는가 보다
비옥한 밭에 뿌려진 곡식은 잘 자라지만
척박한 땅에 돋아난 씨앗은 평생을 굶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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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의 잠언시집 [산상문답]에서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요즘 새로운 습관은
임보선생님의 잠언을 읽으며
눈을 감아보는 겁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천천히 음미하고 생각이란 걸 합니다
늘 생각이 짧아서 급한 성미를 감추지 못했는데 스스로 교정이도 됩니다
댓글로 나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열심히 읽어 주시어 고맙습니다.
태어남에는 공평성이 없는 듯합니다. 신은 equal opportunity를 믿지 않나 봅니다.
좋은 머리, 잘 생김, 부유한 집안, 화목한 가정, 건강한 육체,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공평하지 않지요.
죽어서야 공평하게 되나 봅니다. 죽은 후의 일이야 이렇든 저렇든 무슨 상관이리오.
죽은 뒤도 불공평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누구는 능에 묻히고 누구는 묘에 묻히고 누구는 납골당에 갇히고-------
@운수재 죽은 후에는 의식이 없으니 불공평이 문제가 안 될 듯한데요.
다 공평하게 무로 돌아 갔으니 말입니다.
@호월 혹 영혼이 있어 내려보고 있다면 어떡하지요?
@운수재 영혼은 육신과 다르게 세속적이지 않으리라고 기대합니다.
@호월 영혼은 영혼 육신은 그냥 육신 아닌가요?...ㅎㅎㅎ
@banjho 영혼도 의식속에 존재한다는 느낌입니다.
죽은 후에 영혼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증명할 수 있을까요?
@호월 예 ... 그 또한 역시 일도창해 만공산 인줄만 알았지요 해서 어떻게든 살아야지요...예 살고볼 일입니다.
@banjho 맞습니다. 삶에 의미가 있지 죽은 다음은 의미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