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의 잠언시]
<반죽>
천하의 만물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날고 기는 짐승들이며
밤낮으로 흘러가는 물이며
허공을 떠도는 구름이며
해와 달과 별들도 또한 그렇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은 호흡
맥맥이 흐르는 혈관 속의 피
끼니마다 열심히 섭취한 음식물 또한
내장을 통해 얼마나 신속히 체내에 분배되는가?
대기 중의 공기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동남풍이 불었다 북서풍이 불었다
때로는 태풍으로 때로는 토네이도로
열대의 더운 공기와 남·북극의 찬 공기를
중단 없이 뒤섞는다
저 광막한 바다의 물을 보라!
한때도 조용히 머문 적이 없다
해안을 향해서 밀려드는 파도
수온에 따라 해류도 서로 흐르면서
오대양의 물들이 뒤섞인다
공기와 물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산이며 들이며 대륙도 움직인다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으로 흔들리며
물밑의 땅도 산으로 솟아나고
솟았던 산맥도 다시 주저앉지 않던가?
바위는 닳아 모래가 되고
모래는 눌려 다시 바위가 된다
상전이 벽해 되고
벽해가 다시 상전이 된다
생명을 가진 것들도
서로 먹고 먹힌다
동물은 식물을 먹고
강한 놈이 약한 놈을 먹고
강한 놈도 결국 죽어 땅에 묻히면
식물의 체내로 다시 되돌아간다
생명을 가진 것들도 이처럼 끊임없이 뒤섞인다
생명작용이 뒤섞음인 것을 모르겠거든
새끼를 만드는 일을 생각해 보라
암과 수과 결합해서 만들어내지 않더냐?
애초에 암수를 둔 까닭은
뒤섞기 위한 창조주의 고도한 작전이다
세상이 움직이는 기밀을 내 터득했거니
그것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뒤섞기’
전자들의 움직임도 그렇고
천체들의 운동도 그렇다
얼마나 더 뒤섞어 반죽이 되게 할지
반죽을 만들어 장차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것은 나도 아직 모를 일이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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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의 잠언시집 [산상문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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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 / 임보
운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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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4
17.03.05 10:3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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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게 해서 장차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로다!
예 ~~~
음식도 뒤섞이를 잘해야 맞있게 먹을수 있듯 그렇게 섞어 먹이려구 하는것 아닐까요? ...ㅎㅎㅎ
글쎄요. 본인이 자실 것도 아닌데--- 오직 모를 뿐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