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얼굴에 대하여

[쥬얼리]

성화(聖畵) 예수의 얼굴

예수의 얼굴-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말 많은 영화 “Passion of Christ"는 2시간 내내 경기를 일으킬 만큼 피에 물든 예수의 얼굴을

보여준다. 온전한 얼굴은 회상 장면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갈색머리에 수염, 깊은 갈색 눈, 반듯한 이마와 지적인 콧날, 부드러운 미소등등 그 모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수의 상에 근접해 있다.

예수 역을 맡은 배우 짐 카비엘은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에서 주연을 맡았던 윌리엄 데포우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야릇한 얼굴보다 우리의 상식에 더 근접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성경에는 예수의 외모에 대해서 기록된 바가 없다.

그러니까 예수의 얼굴은 우리의 상상 속에 있는 것이고 그것은 오랫동안의 관습과 전통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이다. 서양미술사는 예수의 얼굴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형성되어왔는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물들이다.  



그림1 

 

그림2

그림1과 그림2는 은 예수의 얼굴이 처음부터 ‘갈색머리에 수염에 갈색 눈’을 가진 33세의 장년의

나이로 상상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389년 경 제작된 그림1의 부조(relief)에서 예수는 20대도 안되는 앳된 청년으로 나온다.

세상의 악을 물리친 젊은 예수는 사탄을 밟고 있으며, 양 옆에는 기독교를 세계적인 종교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베드로와 바울이 서있다. 사실 바울은 예수가 살아있을 때 예수를 직접 본 적이

없으므로 이것은 상징적인 장면일 뿐이다.

520년 경에 제작된 그림2의 라벤나 교회의 모자이크 작품에서도 제자들에게 빵의 기적을 보여주는

예수는 수염이 없는 젊은 모습을 하고 있다. 기독교가 더 깊숙이 뿌리내릴 수록 미술작품속의 예수는

나이가들고 권위있는 모습으로 등장을 한다.

그림3

6세기 말에 이미 갈색머리에 수염이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도상이 완성되어 간다.

교회의 중앙에 있는 예수의 상은 이제 성서의 에피소드에서 독립하여, 세상을 지배하는 위엄 있는

왕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긴 머리에 수염을 기른 장년의 예수는 빛나는 금빛 도포를 걸치고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두루마리를

들고 천상의 구름 속에 있다.

교회의 한 복판을 장식하고 있는 황금색과 푸른색으로 빛나는 값비싼 돌로 된 모자이크의 질감은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예수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그림4

11세기말 그리스의 아테네 근방의 수도원의 돔 천정에 설치된 예수의 얼굴이다.

교회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서 신도들을 내려다 보는 예수의 얼굴은 이제 1000년을 지배해온 세계의

지배자답게 근엄하고 권위에 차 있다. 이 근엄한 예수의 얼굴은 비쟌틴 미술을 포함한 중세 미술에서

반복되어 나타난다.

끊임없는 전쟁과 질병과 가난 속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던 중세인들에게 세상은 종말이 멀지않은 것

처럼 보였다. 그 심판의 날에 예수는 세상의 불의를 벌하고 의인을 구할 것이다.

두려워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심판의 날을 기다리면 그 보답을 받을 것이다.

이런 믿음은 세상의 지배자이자 심판자로서의 예수의 상을 만들어 내었다.

예수의 준엄한 얼굴은 세상의 고통과 한숨 소리가 그만큼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5

15세기 독일의 그뤼네발트가 그린 제단화이다.

아마 멜 깁슨의 영화는 컨셉트 상 이 작품에 가장 가까울런지도 모른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육체는 고통에 못이겨 발작적으로 떨리고 뒤 틀려있다.

육신의 고통이 심적인 고통으로 전이되며 모든 세속의 즐거움은  헛되고도 죄스러운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 그림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예수가 너희를 위해 겪은 고통을 한 번 느껴 보라.

종교 개혁 직전의 점차 세속화되는 타락한 교회와 강화되는 세속 권력의 횡포가 바로 그 앞에 있었다.

이는 모든 불경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다른 한편 이제 개인은 신앞에 직접 대면하여 그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림6

이 그림은 러시아의 르네상스의 효시라고 주장되는 안드레이 류블로프의 그림이다.

보존 상태가 좋지 못하지만 얼굴 부분만이 기적적으로 남아있다.

섬세한 얼굴선의 예수는 깊은 연민을 가득 담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 눈빛은 서양미술에서는 보기 드문 연민의 시선이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는 작은 공국들 간의 긴 싸움에서 모스크바 공국이 주도권을 잡고 러시아가

비로소 통일 국가로서의 면모을 갖추어가며 번성을 앞에 두고 있던 시점이다.

밖으로의 전쟁과 안으로의 궁핍 속에서 신음하던 러시아 민중들에게 예수가 처음으로 따뜻한

인간적인 이해를 보여준다. 이제는 금욕과 엄포가 아닌 진정한 사랑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림7

르네상스 시대에도 여전히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그려졌다.

늘 그리던 주제가 새롭게 해석되기도 하고 지금까지 그려진 바가 없던 주제가 그려지기도 하는

작가들은 새로운 미술을 위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15세기의 마지막 해인1500년에 르네상스 1세대인 만테냐는 죽은 예수를 그렸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려지지 않은 장면이었다.

만테냐는 15세기 내내 르네상스 1세대 작가들이 추구하던 원근법을 근경의 사물에도 완벽하게

적용하여 시체를 낮은 시선에서 발쪽에서부터 그려내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누워있는, 싸늘히 식은 남자의 시체였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신앙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울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를 옆에 그려넣었으며 

그가 예수임은 미루어 짐작할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예수의 발을 그리는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으나 상처가 난 손을 그리는데는

아마 약간의 어려움을 겪은 모양이다. 손등이 관객을 향하도록 구부러지게 그려넣었다.

 

그림8

인간의 아름다움을 정신에서 뿐 아니라 육체에서도 발견한 르네상스 시대는 본격적으로 예수와

성자들이 옷을 벗고 보디 빌더 같은 몸매를 자랑하며 교회의 제단을 장식하기 시작하던 시대이다.

미켈란젤로는 긴 생애로 르네상스를 완성하고 매너리즘의 시대를 연다.

무려 7년간의 기간을 걸쳐 완성된 시스틴 성당의 벽화는 성모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반 누드 상태로

등장하여 외설스럽다는 혹평을 들었다.

이 외설스런 그림 속에 다시금 ‘청년 예수’가 등장한다.

깔끔히 면도를 한 예수의 몸는 고대의 조각상을 연상케하며 비현실적으로 과장되어 있다.

미켈란젤로의 이 아름다운 예수는 르네상스라는 연금술을 거쳐서 젊음과 신화적인 아름다움을 다시

찾았다. 오른 팔을 내저으며 세상을 심판하는 예수의 웅변적인 동작은 세계 창조의 거인을 연상하게

한다.

이 예수는 르네상스를 마감하며 매너리즘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고대 신화라는 이교도적인 아름다움의 세례를 받아 거대하게 부풀은 예수와 성자들의 몸무게는

그 후에도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림9

대가 카라바지오는 르네상스의 대가들이 회화에서 이루어야 할 바를 다 이루었기 때문에

그 후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들을 반복하는 일 뿐이라는 자포자기 속의 매너리즘의 종지부를

찍으며 17세기를 다시 회화의 시대로 이끌어내었다.

이전에 성자들을 늙고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하여 불경죄에 걸렸던 카라바지오는 이 작품에서도

사실주의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예수의 몸은 과장되어 있지도 않으며, 노동으로 단련된 단단하고 균형잡힌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들고 있기에 꽤 무거워 보이는 예수의 몸은 성스러움이 아니라 몇근의 고기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으로 표현되고 있다. 

주변 인물의 통곡에도 불구하고 이 예수에게서는 신성(神性)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죽은 예수의 몸은 장정 두명이 떠 받치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무거운 인간의 육체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수의 인성(人性)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림10

지금까지 주로 그려졌던 장면은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리는 것이 중심이었다.

그 옆에는 성모와 막달라 마리아, 제자 야고보 등 선한 인물로 화면이 채워졌다.

그러나 루벤스는 정반대의 장면을 그렸다.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를 세우는 장면이다.

십자가를 세우기 위해서 장정 여섯명이 동원되어 있다. 

이들 중의 세 명은 검투사를 연상하게 하는 어마 어마한 몸집의 소유자들이다.

예수의 몸 또한 그에 못지 않다. 그러나 루벤스는 전혀 비난 받지 않았다.

주제의 비극성과 상관없이 일곱 명의 건장한 육체가 내뿜는 활력이 장면을 신화처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세계와는 다른 신화의 외피를 입고 있으니 그것은 이제 불경하지 않은 것이다.

시대는 이미 신화와 활력을 즐기는 바로크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림11

이탈리아 전통과 무관한 착실한 개신교도 렘브란트의 작품이다.

그에게 종교는 다시금 신화의 탈을 벗고 진솔한 인간의 이야기가 된다.

화면의 빛은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예수의 몸은 나이살이 오른 중년 남자의 무기력한 몸으로 묘사되어 있다.

아무에게도 의지할 바 없는 무기력한 육체의 예수와 그의 죽음을 둘러싼 잔잔한 슬픔의 영역은

천상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것이다.
 
이제 시절은 바뀌어 종교는 예술의 주요 테마가 되지 못했다.

종교 미술은 별도의 영역으로 존재하였으나 이전의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어쩌면 예수의 얼굴은 너무 많거나 혹은 없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시대의 눈’이 있을 뿐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보자. 영화의 시작에는 위의 로고를 사용한 프로덕션의 소개가 나온다.

아이콘 프로덕션. 아이콘의 다른 뜻은 성화이다.

흘깃 쳐다보는 이 눈동자의 주인은 바로 12세기의 성화 속의 성모이다.

블라디미르의 성모라 알려진 이 성화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전래가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 아름다움의 비밀은 바로 흘깃 쳐다보는 성모의 눈이다.

 
  
  
  
  
       
 

동양 여인처럼 고운 선의 성모는 어린 예수를  안고 있으나 아들과 함께하는

기쁨 보다는 아들이 앞으로 겪어야 하는 고난을 예견하고, 아들을 수난에 빠뜨리는

세상에 대한 비난과 닥쳐올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죄가 많을 수록 성모의 슬픔과 비난의 정당성은 커져만 간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이런 성모의 시선을 볼 수 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을 끌어 안고 성모는 고개를 들어 관객을 쳐다본다. 

 
그 이유는 이것이다.

예수를 희생시킨 것이 바로 불신의 지옥에 있는 당신들의 어리석음이기 때문인 것이다.

감독은 눈치없는 관객들이 나는 아무 잘 못도 하지 않았다라고 항변할까봐 답도 미리 준비해 놓았다.

극중에서 예수를 유혹하는데 실패하고 군중을 선동하는데 성공한 악마.

이 악마의 속삭임이 당신으로 하여금 예수의 수난에 가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이거다: 당신의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당신을 위하여, 사

랑을 위하여 이러한 수난을 겪으며 죽어갔다.

보라,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카메라는 뒤로 물러서면서 처절하게 상처 입은 예수의 육신을 보여준다.

 
 

예수를 수난 속에서 죽게 만든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비난-이것이 이 영화를 만드는 하나의

시선이다. 그리고 피투성이 예수의 얼굴 뒤에서 한탄의 소리가 들려온다.'

참으로 불경스러운 시대이다! 윤리는 처세술에게 자리를 내주고,

매일의 환락 속에서 경건함을 잃었구나. 일상적인 폭력속에서 도덕적인 양심을 잃어버린 무감각한

사람들만이 거리를 배회한다!

그들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직접적인 감각으로 느끼는 그들의 육체 뿐이다. 마음의 문을

여는 방법은 '육체'밖에 없다!’ 그렇다.

이 피투성이 예수가 서 있는 배경은 소위 ‘몸’의 시대이다.

그러나 그것은 ‘몸’을 ‘육체적 직접성’으로 이해한  잘 못된 그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해서 영화에서 보여주는 육체를 통해서 정신에 이르려는 시도는 오히려 정신을 육체로 대체해버리고

만다. 모든 유의미한 논쟁의 싹은 고사하고 불신이냐 신앙이냐는 이분법만이 남는다.

참으로 불경한 시대의 불경한 예수의 얼굴이다.

                                                                                            2004 - 04 - 07    이진숙 

[아세아신학]

원본 게시물 꼬리말에 인사말을 남깁니다.

[열방으로 가라]

성경에는 예수의 외모에 대해서 기록된 바가 없다.?????
이사야 53장을 보시요 성경은 영적으로 기록 되어있지요 영적으로 깨어있지않으면 보이지않습니다
아들과 함께하는

기쁨 보다는 아들이 앞으로 겪어야 하는 고난을 예견하고, 아들을 수난에 빠뜨리는

세상에 대한 비난과 닥쳐올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고난을 전혀 모르고있었 습니다 성경을 제대로 알고 글을 쓰시요